[동아게임백과사전] 침팬지가 나보다 마인크래프트 잘하는데? 게임하는 ‘동물’들
동물 관련된 TV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몇몇 동물은 인간 아이 수준의 지능을 가졌다”라는 설명이 종종 나오곤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 말이 실제로 와닿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기껏해야 물건을 잘 가져오거나, 간단한 지시를 곧잘 수행하는 모습 정도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런데 만약 몇몇 동물이 복합적인 판단이 필요한 ‘게임’까지 직접 플레이했다면 어떨까요. 느낌이 꽤 새롭게 다가올지도 모릅니다.
■ 엔더드래곤까지 잡았다! 나보다 유인원이 마인크래프트 더 잘하네

실제로 보노보 ‘칸지(Kanzi)’는 ‘마인크래프트’를 플레이해 최종 보스인 엔더드래곤과 맞붙는 장면까지 보여줬습니다. 칸지는 영장류 연구 기관 유인원 이니셔티브(Ape Initiative)에서 생활하던 개체인데요. 키보드 대신 대형 터치스크린을 사용하고, 이동과 상호작용 버튼을 크게 단순화한 환경에서 게임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놀라운 건, 그냥 화면을 마구 누른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길을 따라 이동하고, 블록을 파괴하고, 상황에 맞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심지어 낙하 직전 물에 착지해 대미지를 줄이는 게임 기술인 ‘물 낙법’까지 성공시키며 상당한 이해도를 보여줬죠.
물론 칸지가 아무 준비 없이 게임을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렉시그램’이라는 그림 키보드로 인간과 소통해 왔고, 터치 기반 인터페이스에 익숙했습니다. 특정 행동을 하면 보상이 주어지는 학습도 받아왔죠. 그럼에도 크게 엇나가는 일 없이 게임의 목표에 착실하게 다가갔다는 게 참 신기합니다.
안타깝게도 칸지는 2025년 3월, 심장 합병증으로 인해 4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는데요. 언어와 인지 연구 분야에서 상징적인 존재로 자리잡은 칸지가 평안하길 바랍니다.
■ 둠(DOOM)을 정복하는 것이 목표! ‘총 쏘는’ 쥐

2021년 당시 인터넷에서는 “쥐가 둠을 플레이한다”는 소식이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신경공학자 빅토르 토트가 공개한 ‘Rats in Doom’ 프로젝트에서 컨트롤러 위에 올라간 쥐가 게임을 조종하는 것처럼 보여 시선을 모은 건데요. 그러나 당시에는 계속해서 게임 속 복도를 걸을 뿐, 쥐의 움직임을 단순히 게임 속 이동에 연결한 데모 단계에 머물렀습니다.
하지만 4년 뒤인 2025년, 프로젝트가 2세대 시스템으로 넘어오면서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습니다. 이전처럼 가상 공간을 걷는 데 그치지 않고, 이제는 총을 쏘는 입력까지 구현됐기 때문입니다.
이 실험은 쥐의 실제 움직임을 ‘둠 II’ 속 캐릭터의 동작에 그대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공 위를 달리면 게임 속 캐릭터가 이동하고, 원하는 행동을 했을 때는 달콤한 물이 보상으로 주어지는 구조죠.
특히 업데이트된 버전에서는 곡면 AMOLED 디스플레이로 시야를 감싸 몰입감을 높였고, 벽에 부딪히면 주둥이에 공기를 분사해 피드백을 주는 장치도 더해졌습니다. 여기에 물리적인 트리거까지 추가되면서 이동뿐 아니라 실제로 ‘총을 쏘는’ 행동도 가능해졌습니다. 아직은 무작위에 가까운 사격이지만, 적을 향해 반응하는 듯한 모습도 보입니다.
빅토르 토트 측은 해당 ‘쥐 전용 하드웨어’의 조립 가이드도 배포하는 등 적극적인 실험에 나서고 있는데요.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쥐가 정말로 둠을 플레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육지 동물만 게임하나? 바다사자도 한다!

게임을 하는 동물이 꼭 육지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미 해군 소속 바다사자들이 ‘미로 게임’을 수행합니다. 코로 위·아래·왼쪽·오른쪽 네 개의 버튼을 눌러 화면 속 커서를 이동시키는 방식으로, 레벨을 통과하면 청어를 보상으로 받게 되는데요.
바다사자들이 사용하는 컨트롤러는 27인치 모니터와 방수 보호 장치를 갖춘 이동식 카트 형태로 구성됐습니다. 네 개의 대형 아케이드 버튼이 나침반 방향으로 배치돼 있고, 바다사자가 코로 버튼을 누르면 입력이 인식됩니다.
특히, 게임 훈련을 가장 먼저 통과한 ‘스파이크’라는 개체는 2023년 실제 미국 해군 홈페이지에 소개되기도 했는데요. 해군은 해양에서 물체를 탐지하고 회수하는 데 바다사자의 능력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러한 인터페이스 훈련이 임무 수행 능력 향상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 주인 신용카드까지 털어버린 ‘포켓몬하는 물고기’
“원숭이가 무한한 시간 동안 타자기를 무작위로 두드리면 언젠가는 셰익스피어 전집을 완성할 수 있다”는 이른바 ‘무한 원숭이 정리’가 있습니다. 무한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유한한 결과에는 결국 도달할 수 있다는 이론인데요. 이 개념을 떠올리게 하는 흥미로운 프로젝트도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일본 유튜브 채널 ‘Mutekimaru Channel’에서 진행된 물고기 포켓몬 플레이 실험입니다. 이 채널에서는 베타 물고기의 움직임을 게임 조작으로 변환해 실제로 포켓몬을 진행하는 스트리밍을 장기간 이어왔는데요. 수조 화면을 격자 형태로 나누고, 각 구역을 방향키와 A·B 버튼에 대응시켰습니다. 물고기가 특정 칸으로 헤엄쳐 들어가면 그 위치가 그대로 입력으로 인식되는 방식입니다. 게임의 규칙을 이해했다기보다, 자연스러운 이동 자체가 곧 조작이 되도록 설계된 구조였죠.
진행 속도는 극도로 느렸습니다. 한 칸 이동에도 긴 시간이 필요했고, 전투 하나를 끝내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럼에도 스트리밍은 멈추지 않았고, 3,195시간 48분 45초 만에 ‘포켓몬스터 사파이어’를, 3,591시간 19분 23초 만에 ‘포켓몬스터 리프그린’을 클리어하는 기록을 남겼습니다.

또 재밌는 건 물고기가 게임을 진행하던 중 우연히 닌텐도 e숍에 접속한 장면이었습니다. 메뉴가 이동되는 과정에서 지갑 페이지에 들어가 주인의 계정에 500엔을 충전해버린 방송 사고가 발생했는데요. 결제 화면에 신용카드 정보까지 노출되는 해프닝까지 생겼죠.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동물이 게임을 플레이한 사례들이 등장했는데요. 인터페이스와 학습 기술이 발전할수록 계속해서 더 신기한 모습이 등장할지도 모릅니다. 앞으로는 또 어떤 동물이 새로운 방식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며 사람들을 놀라게 할까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