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뇌세포 덩어리가 ‘둠(DOOM)’을 플레이한다?
이제 인간 뇌세포 덩어리가 고전 FPS 게임 둠(DOOM)을 플레이하는 시대가 왔다.


호주의 신경공학 기업 코티컬 랩스(Cortical Labs) 연구진은 최근 개발한 생체 컴퓨터 칩을 이용해 실제로 둠을 플레이하는 시연을 공개했다. 완벽한 실력과는 거리가 있지만, 살아있는 신경세포가 게임과 상호작용하는 모습을 보여준 사례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해당 연구는 연구실이 개발한 ‘뉴런 기반 컴퓨터 칩’을 기반으로 진행됐다. 이 칩은 미세 전극 배열 위에 배양된 약 80만 개 이상의 살아있는 뇌세포로 구성되어 있고, 전극을 통해 전기 신호를 주고받으며 정보를 처리하는 구조다. 쉽게 말해 실제 뉴런을 계산 장치로 활용하는 생체 컴퓨터다.
코티컬 랩스는 이미 2021년 비슷한 시스템을 이용해 고전 게임 퐁(Pong)을 플레이하는 실험을 공개한 바 있다. 당시 연구진은 뉴런이 화면 양쪽 패들을 움직일 수 있도록 장기간 훈련을 진행해야 했고, 실험에는 상당한 시간과 연구 노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접근성이 크게 높아졌다. 코티컬 랩스는 해당 칩을 파이썬으로 제어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공개했고, 독립 개발자 션 콜은 이를 활용해 약 일주일 만에 뉴런 칩이 둠을 실행하도록 학습시키는 데 성공했다.
코티컬 랩스의 최고 과학 책임자인 브렛 케이건은 “퐁 실험은 수년간의 연구 끝에 완성된 프로젝트였지만, 이번 둠 시연은 생물학 분야 경험이 거의 없는 사람이 며칠 만에 구현했다”며 “이러한 접근성과 유연성이 이번 기술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아직 뉴런이 어떤 방식으로 게임 상황을 인식하고 반응하는지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영국 맨체스터대학교의 컴퓨터 공학자 스티브 퍼버는 “둠은 퐁보다 훨씬 복잡한 게임”이라며 “뉴런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이해하는지 등 아직 설명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한편, 신경공학 분야에서는 또 다른 방향의 연구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초파리 뇌 전체를 디지털로 복제해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움직이는 몸과 연결하는 ‘전뇌 에뮬레이션’ 연구가 대표적이다.
실제로 최근 연구에서는 약 12만 5천 개 뉴런과 5천만 개 시냅스 연결을 포함한 초파리 뇌 모델이 개발됐고, 이를 물리 시뮬레이션된 몸체와 연결해 다양한 행동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가상의 몸에서 걷기나 그루밍 같은 행동이 나타나면서, 뇌 신경망이 실제 생물처럼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재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