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콘솔 게임 개발, 돈이 될까?

지난 2023년 9월에 네오위즈에서 출시된 'P의 거짓'은 2026년 3월 기준으로 글로벌 누적 판매량 400만 장을 돌파했다.

네오위즈의 콘솔 게임 역량을 극대화시킨 'P의 거짓'
네오위즈의 콘솔 게임 역량을 극대화시킨 'P의 거짓'

출시 이후 한 달 만에 100만 장을 돌파하며 한국 콘솔 게임업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P의 거짓'은 지난 2025년 6월 DLC 'P의 거짓: 서곡'의 출시로 300만 장을 넘어섰고, 올해 3월 중 100만 장 판매가 추가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 2024년 4월에 출시된 시프트업의 액션 게임 '스텔라 블레이드'도 기세가 뜨겁다. 이 게임은 2026년 1월 기준으로 PS5 버전 370만 장과 스팀(PC) 버전 240만 장을 합산하여 전 세계 누적 판매량 610만 장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시프트업의 블록버스터급 콘솔 게임 '스텔라 블레이드'
시프트업의 블록버스터급 콘솔 게임 '스텔라 블레이드'

이렇게 한국 콘솔 게임의 역사를 뒤흔들어온 두 작품 외에도, 넥슨의 '데이브 더 다이버'도 좋은 성적을 거뒀고 최근 펄어비스의 '붉은 사막'이 출시와 동시에 300만 장을 판매하며 불모지로 인식되던 한국 콘솔 게임의 인식을 바꾸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한국사에 실적을 새길만큼 소위 '대박'을 낸 게임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작은 우려점이 하나 발견된다. 생각보다 매출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콘솔 게임의 가격은 보통 대작이 7만 원 수준이다. 400만 장 판매로 따지면 총매출이 2천8백억 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600만 장이라고 해도 4천2백억 원이 총매출이 된다.

분명히 적은 돈이 아니지만, 문제는 이 금액이 오롯이 개발사 몫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모든 플랫폼비, 유통비, 패키지 제작비 등이 포함된 수치이며, 개발사가 손에 쥐는 금액은 예상보다 훨씬 적을 수밖에 없다.

닌텐도의 콘솔 게임기 '스위치'
닌텐도의 콘솔 게임기 '스위치'

만약 인디 게임사가 닌텐도 스위치로 콘솔 게임을 개발한다고 가정한다면 이 콘솔 게임 시장이 얼마나 열악한지 더 명확해진다. 우선 패키지를 제작한다고 하면, 엄청난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 패키지 제작비는 보통 용량에 따라 8천 원 대에서 1만 4천 원 대가 나온다. 2기가부터 32기가에 따라 비용이 추가되는 형태다.

여기에 패키지 운송료가 추가된다. 항공이냐 해상이냐 소량 특송이냐에 따라 금액이 달라지고, 유통사에게 줄 때 또 운송비와 창고비, 인건비 등이 빠진다.

인디 게임의 경우 콘솔 게임의 특성상 바로 콘솔 플랫폼 사업자에게 접근할 수 없으므로 퍼블리싱 계약을 한다고 가정하면, 닌텐도가 우선 30%를 가져가고, 이후 패키지 비용과 각종 유통 비용을 제하고, 개발사와 퍼블리셔가 반반 계약을 해서 부담을 나누면 개발사 몫은 충격적 이게도 실제 판매 가격의 20% 수준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인디 게임이니 2~3만 원에 게임을 출시했다고 하면, 개발사 몫이 4천 원에서 6천 원 수준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각 개발사와 유통사와의 관계, 그리고 게임 가격에 따라 수익 비중은 천차만별이 되겠지만, 일반적으로 패키지를 제작했을 때 1만 장 정도를 판매했다고 한다면 4천만 원에서 6천만 원 밖에 벌어들이지 못하는 셈이다.

물론 대부분의 인디 게임들은 1만 장도 판매하지 못하며, 국내 시장에서는 퍼블리셔들이 MG(미니멈 개런티)를 제공하는 경우도 극히 적기 때문에 이 자체만 봐도 굉장히 열악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인디 게임사들 중에 '패키지'를 제작하는 회사라면 굉장한 열정과 용기가 있다고 봐야 한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5. 디지털 판매의 비중이 늘고 있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5. 디지털 판매의 비중이 늘고 있다

디지털 판매는 어떨까. 상황은 다소 낫다고 하지만 열악하긴 마찬가지다. 플랫폼 홀더가 30%를 떼가고, 이후 퍼블리셔와 반반 나누고 나면 35% 선을 가져가지만 웬만큼 팔아서는 회사 유지가 쉽지 않다. 여기에 만약 해외 IP(지식 재산)를 가져왔다고 가정하면 플랫폼 홀더에 제공하는 30% 외에도 10~15%가 추가로 나가기 때문에 더 개발사 몫이 줄어든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정부에서 콘솔 게임 육성을 목표로 했다면 지금 보다 훨씬 더 공을 들여야 하는 이유가 명확한 셈이다.

인디 게임사들은 차치하고, 대형 게임사들 마저 콘솔 게임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또 있다. 지속성의 부족이다. 초반에 수천억 원의 매출을 냈더라도 이후 매출이 뚝 끊긴다. 1~2년 뒤 DLC(다운로드 콘텐츠)로 추가 매출이 발생하지만 온라인 게임이나 모바일 게임에 비해서 매출 지속성은 현저히 떨어진다.

대형 게임사 입장에서는 콘솔 게임이 타 플랫폼 게임에 비해 적은 개발 비용이 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익성이 좋은 모바일 게임과의 비교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일례로 과거 비슷한 시기에 '나이트 크로우'에 투자한 위메이드와 'P의 거짓'에 투자한 네오위즈의 사례가 있다. 'P의 거짓'이 세계적으로 훨씬 이슈가 되었으나, 매출 측면만 비교해 보면 국내외 누적 매출 6500억 원을 돌파한 '나이트 크로우'의 압승이다.

이처럼 수많은 모바일 MMORPG를 만들어온 국내 게임 개발사들에게 콘솔 게임 시장은 무모한 도전으로 비칠 수도 있다.

PC와의 통합을 추진중인 마이크로소프트 진영의 '엑스박스'
PC와의 통합을 추진중인 마이크로소프트 진영의 '엑스박스'

그렇다면 콘솔 게임은 개발하지 않아야 하는 영역일까. 아니다. 시대적으로 보면, 당장은 매출에 약점이 있더라도 콘솔 게임을 적극 추진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우선 게임사들은 더 이상 확률형 아이템에 의존하여 배를 불릴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게임 이용자들도 정부도 확률형 아이템을 원하지 않고,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는 '게임성'으로 승부를 보는 시대로 나아가는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미 국내 시장에서 확률형 아이템 기반의 MMORPG가 한계에 직면한 것도 사실이다.

PC와 모바일, 콘솔이 이전보다 빠르게 경계가 무너지며 통합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점도 콘솔 게임 시장으로의 진출을 독려하는 요소다.

'딸깍' 한 번으로 전 세계 동시에 모든 플랫폼으로 서비스가 가능한 시대에 돌입했고, 게임사들도 하나의 게임을 만들 때 PC와 모바일, 콘솔 모두 대응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쉽지 않은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반대로 '잘 만든' 게임 하나면 회사의 브랜드 파워와 게임의 파워를 단 번에 올릴 수 있는 통합 시장이 됐다. 게임 하나 잘 만들면 엄청난 팬덤이 생기고, '믿고 즐기는' 회사가 될 수 있다. 특히 PC 게임이 부각되는 요즘 콘솔 게임 분야를 컨버전 형태로 시장 확장의 개념으로 접근한다면 승산이 높아질 수 있다.

만약 팬덤을 충분히 쌓았다면, 콘솔 게임 시장도 모바일 게임 못지않은 매력적인 시장으로 변모하기도 한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는 'GTA' 시리즈를 내놓은 락스타 게임즈와 '엘든링'을 내놓은 프롬소프트웨어라는 롤모델이 있다.

올해 콘솔 게임 분야 최대 기대작으로 손꼽히는 'GTA 6'
올해 콘솔 게임 분야 최대 기대작으로 손꼽히는 'GTA 6'

최소 100억 달러 (약 15조 원) 이상의 매출을 벌어들이며 시장을 뒤흔든 'GTA'나 다양한 소울 시리즈를 발전시키며 '엘든링'이라는 걸작을 만들어낸 해외 게임사들의 사례는, 국내 게임사들이 꼭 걸어가야 할 길로 인식된다.

한국 게임사들은 이제 막 포문을 열었다. 어차피 가야 할 길인데 이왕이면 거침없이 잘 나아갔으면 한다. 국내의 대형 게임사도 인디 게임사도 합심하여, '콘솔 게임의 불모지 한국'이라는 문구가 보기 좋게 사라지는 시기가 오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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