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스팀펑크, 우주까지? 당신이 생각하는 ‘붉은사막’은 어떤 게임인가요?
펄어비스의 야심작 ‘붉은사막’이 출시 이후 빠른 속도로 판매량을 늘려가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출시 직후에는 예상보다 낮았던 메타크리틱 리뷰 점수 때문에 안 좋은 출발을 보였으나, 이후부터 감춰져 있었던 콘텐츠들이 하나둘씩 발굴되면서, ‘붉며든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푹 빠진 이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현재 붉은사막에 대해 가장 많이 나오는 얘기는 “도대체 재미있는 게임인지, 재미없는 게임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양극화된 메타크리틱 리뷰 점수가 말해주듯이, 개연성이 아예 없다고 느껴지는 스토리의 단점을 지적하며 최악의 게임으로 꼽는 사람도 있고, 뭐가 나올지 모르는 모험으로 가득찬 최고의 오픈월드 게임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스팀에서 20시간 플레이 후 ‘올해 최악의 게임’이라고 평가를 남기고, 리뷰 후로도 100시간을 넘게 게임을 플레이한 사람까지 나올 정도니,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다.
유튜브를 보면 더욱 황당하다. 익숙한 중세 판타지 물인줄 알았는데, 검색해보면 스팀펑크도 나오고, 칼 대신 프로레슬링 기술로 적을 처치하는 장면들, 그리고 의천도룡기에 나오는 기술인 건곤대나이를 연상시키는 무협 기술까지 쏟아져나오니, “재미여부를 떠나서 이 게임의 장르조차 잘 모르겠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보통 개발 기간이 길고 평가가 안좋은 게임은 “개발비로 회식만 했나? 그 긴 시간동안 개발자들이 뭘 했는지가 궁금하다”는 비판을 많이 받는데, ‘붉은사막’을 실망스럽다고 평가하는 사람들조차 “정리가 안된 것뿐이지 개발자들이 뭔가 하긴 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반응이 나오고 있는 이유는 이용자들이 ‘붉은사막’을 즐기는 방식에 따라 보이는 것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검은 곰 무리에게 동료를 잃고 장대한 복수극을 시작해야 하는 주인공의 첫 걸음이 주점에서 팔씨름을 한 후 거지에게 적선하기라는 것에서 실망해서 바로 하차한 사람들도 있는 반면에, 스토리는 무시하고 마치 샌드박스를 즐기는 것처럼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숨겨진 요소를 찾는 것에 열광하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숨겨진 요소가 워낙 많다보니, 매일 새로운 요소들이 발굴돼, 매일 새로운 게임을 즐기는 듯한 기분이라는 반응이 많다. 초반에는 칼을 쓰지 않고, 바로 RKO로 적을 찍어버리는 프로레슬링 관련 전투 영상들이 화제가 되더니, 다양한 퍼즐을 푸는 용도로 준비된 로프액션(심연의 눈)을 활용해 스파이더맨 같은 플레이를 즐기는 전투 영상이 화제가 됐다.
그 다음은 하늘을 나는 거대한 공중전함과 탱크가 화제가 되더니, 레이저를 발사하는 전설 투구와 로봇 슈트를 타고 하늘을 나는 장면까지 발굴되면서, 스팀 펑크 게임으로 진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요즘은 트렌드가 또 바뀌였다. 닥터스트레인지처럼 기를 모아서 원을 그리는 동작이 의천도룡기의 건곤대나이 무공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게다가 건곤대나이로 드래곤브레스까지 반사시키고, 팔극권의 철산고 같은 동작으로 적을 날려버릴 수 있는 것이 화제가 되면서, 이 게임은 중세 배경의 정통 무협 게임으로 봐야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최근 공개된 영상은 더욱 기가 막히다. 무한 스테미너 모드를 적용하고, 공중 찌르기를 활용해서 지구를 벗어나 우주까지 날아가는 장면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개발진이 파이웰 대륙의 크기가 엘더스크롤5 스카이림의 2배가 넘는다고 예고한 만큼, 굉장히 넓은 지역을 돌아다닐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긴 했지만, 넓음의 의미가 우주까지 확대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위치이동 동아리가 “붉은사막은 사실 우주 게임입니다”라는 제목으로 공개한 영상을 보면 공중에 떠 있는 어비스, 그리고 어비스 위에 있는 구름보다 더 높은 지역까지 구현되어 있으며, 그 위로 몇만 미터까지 더 올라가면 지구의 대기권과 은하수까지 구현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이 발견된 것도 신기하지만, 개발진들이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까지 구현해놓았는지도 의문이다. 영상을 만든 제작자의 말에 따르면 올라가는데 3시간, 내려가는데 35분이 걸렸다고 한다.

이렇게 즐기는 사람마다 각자 느끼는 것이 달라지다보니, ‘붉은사막’을 플레이하면서 드디어 야구팬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야구에서는 3할 이상을 치면 굉장히 잘하는 인기 스타로 대접받는다. 다시 말해 인기 스타들도 10번 중에 3번은 팬들을 열광시키지만, 7번은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준다는 얘기다. KBO 리그 개인 통산 최대 안타 기록을 가지고 은퇴하면서 LG트윈스의 심장이라 불린 슈퍼스타 박용택 선수도 나올 때마다 아무것도 못하고 아웃 당해서 바로 공수교대되면서 광고가 이어진다는 의미를 담은 광고택이라는 별명이 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슈퍼스타들은 10번의 기회 중에 3번만으로 경기를 지배한다. ‘붉은사막’ 역시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긴 하지만,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콘텐츠가 발견될 때마다, 실망감을 뛰어넘는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이것이 출시 첫날 대체로 부정적까지 떨어졌던 게임이, 12일만에 400만장 넘게 판매되고, 동시접속자 27만명을 기록한 게임으로 자리잡은 이유다.
소울라이크 최고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는 인기 유튜버 이클리피아는 100시간 넘게 즐기고 남기는 최종 리뷰에서 “이 게임은 명작도 아니고 망작도 아니다. 진짜 괴작이다. 내 게임 인생 중 가장 짜증이 나는 게임 중에 하나지만, 반대로 미친 듯이 재미있게 한 게임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고 평을 남겼다.

처음부터 스토리, 액션, 퍼즐, 오픈월드 콘텐츠까지 완벽한 모습으로 나오지 못한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아무런 관심도 못받는 무미건조한 게임이 아니라, 팬들과 안티 팬 모두 할 말이 많게 만드는 슈퍼스타 같은 모습으로 등장한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현재 ‘붉은사막’ 개발진은 출시 2주만에 벌써 패치를 8번이나 진행할 정도로 게임의 문제점을 빠르게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붉은사막’이 팬들은 물론, 안티 팬까지도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된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