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으니까 무료!" 실수로 공짜가 된 게임들
밥 한 끼 사 먹는 것도 부담되는 고물가 시대에 ‘게임 무료 배포’는 언제나 반가운 소식이다.
실제로 에픽게임즈의 2025년 결산을 살펴보면 무료 게임을 향한 이용자들의 갈망을 실감할 수 있다. 에픽게임즈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플랫폼은 한 해 동안 총 100개의 무료 게임을 배포했고, 해당 게임들의 누적 다운로드 수는 무려 6억 6,200만 건에 달한다. 한 명의 이용자가 여러 게임을 중복으로 받아 갔을 것을 감안하더라도 상당한 규모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개발사가 선뜻 무료 배포에 나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에픽게임즈 같은 거대 기업이야 PC 게임 유통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스팀과 경쟁하기 위해 출혈을 감수하며 '미끼 상품'으로 무료 게임을 내놓는 것이지만, 일반적인 개발사들에 무료 배포는 명절이나 출시 기념일, 혹은 대규모 업데이트를 앞두고 진행하는 최후의 마케팅 전략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세상에는 치밀한 계산이 아니라, 단순한 실수나 시스템의 허점 때문에 본의 아니게 ‘강제 대인배’가 되어버린 사례들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며칠 전 만우절에 황당하면서도 훈훈한 해프닝을 겪은 게임이 있다. 바로 '스테퍼 케이스' 시리즈로 잘 알려진 팀 테트라포드의 외전격 게임, ‘다이스 이터: 초능력 추리 카드게임’이다.
개발사는 4월 1일 만우절을 맞아 단 하루 동안만 이 게임을 무료로 풀겠다는 이벤트를 기획했다. 혹시라도 기존 구매자들이 박탈감을 느낄까 봐 과거 구매 기록을 인증하면 다른 게임인 스테퍼 리본을 증정한다는 사후 대책까지 세워둔 계획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보통 스팀에서 일정 기간만 무료로 배포하고 싶다면 가격은 그대로 둔 채 '100% 할인 프로모션' 기능을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팀 테트라포드는 게임의 기본 설정 자체를 ‘무료 게임(Free to Play)’으로 전환해 버렸고, 스팀 시스템상 한 번 무료로 전환된 게임은 다시 유료로 되돌리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당황한 담당자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유료 전환 방법을 수소문했으나 결국 시스템의 벽을 넘지 못했고, 결국 “어쩔 수 없으니 영구 무료로 전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튜버들의 단골 협동 게임으로 유명한 ‘피코 파크’ 시리즈의 원조 격인 ‘피코 파크: 클래식 에디션’ 역시 비슷한 길을 걸었다. 2025년 10월 개발자는 온라인 지원 업데이트를 앞두고 스팀 가격을 '0원(무료 게임)'으로 설정했다. 업데이트가 끝나면 다시 유료로 바꿀 생각이었으나, 스팀은 자비가 없었다.
이를 알아차린 개발자는 뒤늦게 "유료에서 무료로 전환하면 다시는 유료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깜빡했다"며, 쿨하게 영구 무료를 선언했다. 대신 개발자는 "무료 버전을 즐겁게 즐겨주시고, 본편인 피코 파크 1, 2편을 많이 사랑해달라"는 유쾌한 메시지를 남겼다. 현재도 피코파크 클래식은 스팀에서 무료로 즐길 수 있다.
플랫폼 간의 데이터 연동이나 시스템의 허점이 뜻밖의 행운을 불러온 경우도 있다. 지난 2020년 6월, GOG 플랫폼에서는 다른 플랫폼의 위쳐 3 보유자들에게 PC판을 증정하는 파격적인 이벤트를 열었다.

타 플랫폼의 게임 소유권을 증명하면 게임을 주는 방식이었으나, 구독형 서비스인 ‘엑스박스 게임패스’를 통해 게임을 즐기던 이용자들까지 시스템상 영구 보유자로 인식되는 허점이 발견되었다. 실제로 게임을 소유한 상태가 아닌 이용자도 영구 소장용 PC판을 발급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개발사 CDPR은 이를 막지 않고 인정해 주었고, 수많은 게임패스 구독자에게 뜻밖의 선물을 안겨줬다.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2012년에는 파이널 판타지 7 PC 재출시판이 의도치 않게 풀린 적이 있었다. 스퀘어 에닉스 공식 온라인 스토어에서 테스트를 진행하던 중 라이브 페이지가 예정보다 일찍 외부에 노출된 것이다. 이를 발견한 일부 이용자들이 정식 출시 전 게임을 조기 구매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스퀘어 에닉스는 해당 구매자들에게 결제 금액을 전액 환불해 주는 동시에 정식 출시 이후 게임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무료 사본을 제공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대인배다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물론 모든 실수가 이처럼 훈훈한 결말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개발사는 실수를 인지하는 순간 칼같이 라이선스 회수에 나선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8년 북미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에 올라온 ‘용과 같이 6’ 데모다. 단순 체험판으로 배포된 파일에 본편 데이터가 포함돼 일부 이용자가 전체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세가는 즉시 배포를 중단하고 실행 권한을 차단했다.
아울러 2025년에는 잠입 전략 게임 ‘섀도우 택틱스: 블레이드 오브 더 쇼군’ 역시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 오류로 데모 이용자가 풀 버전을 받을 수 있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소니는 약 두 달 뒤 해당 라이선스를 일괄 무효화하며 빠르게 정리에 나섰다.
때문에 위 사례들처럼 실수를 인정하고 통 크게 게임을 무료를 유지하거나, 보상으로 이어간 경우가 더 주목받고 이용자들에게 좋은 인상으로 남는 것 같다.
만약 이와 같은 우연한 계기로 뜻밖의 선물을 얻게 되었다면, 당황했을 개발사의 마음을 한 번쯤 헤아려 해당 개발사의 후속작이나 다른 유료 게임에 따뜻한 관심을 기울여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