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모바일 MMORPG, '사람은 돈만 쓰는 시대' 올지도
모바일 MMORPG를 플레이한다는 것의 의미가 달라지고 있다. 게임을 즐긴다는 표현 자체를 다시 생각해야 할 시점이 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게임사들은 이용자들이 게임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극강의 편의성을 제공하고 있으며, AI 시대 AI 에이전트라는 새로운 파도를 만나면서 이용자는 이제 조작이 아닌 '결제'만 담당하는 구경꾼으로 전락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됐다.

■ 자동 전투에서 무접속 플레이까지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으로 즐기는 모바일 MMORPG는 '손맛'이 없다는 비판 속에서도 성장을 거듭해 왔다. 시장에서 인기 장르로 등극한 것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게임사들이 준비한 극강의 편의장치들이 크게 활약했기 때문이라 본다.
모바일 게임은 작은 화면과 터치 조작이 불편한 이용자를 위해 캐릭터가 자동으로 싸우는 자동 전투 시스템을 도입했다. 당연히 모바일 MMORPG에도 자동 전투 시스템이 도입됐다.
PC MMORPG 시절 사냥터에서 몇 시간씩 반복 조작을 해야 했던 시대와 달리 스마트폰만 켜 놓으면 캐릭터가 알아서 사냥하는 시스템은 모바일 MMORPG를 즐기는 이용자들에게 혁명과 다름없었다. ‘리니지2 레볼루션’이나 ‘리니지M’과 같은 게임이 이러한 흐름을 주도했고, 이용자들은 금세 손을 놓고 MMORPG를 즐기는 것에 익숙해졌다.

다음 단계는 '언제 어디서나'였다. 게임의 그래픽 향상과 멀티플랫폼 지원을 통해 PC 클라이언트 지원이 확대됐다. ‘리니지2M’이나 ‘오딘: 발할라 라이징’ 같은 고퀄리티 게임을 고사양 스마트폰이 없어도 클라우드 스트리밍 서비스와의 연동을 통해 게임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기기의 제약을 넘어 플레이 환경 자체를 클라우드로 옮겨온 셈이었다.
여기에 최근에는 아예 게임에 접속하지 않아도 캐릭터가 성장하는 '무접속 플레이'가 등장하며 방치형 장르의 문법이 MMORPG로 확장됐다. 이용자가 게임에 직접 접속하지 않아도 서버 접속이 끊기지 않고 캐릭터가 일정 시간 알아서 사냥을 이어가는 형태다. 오프라인 보상도 주고 무접속 플레이를 통한 자동 파밍과 성장까지 진행한다.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한 이용자도 캐릭터 성장에는 문제가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이러한 흐름의 최전선에는 넷마블이 준비하고 있는 '솔: 인챈트’가 있다. 오는 4월 24일 출시 예정인 이 작품은 '24시간 무접속 플레이 모드'를 핵심 기능 중 하나로 내세웠다. 비접속 모드와 스케줄 모드를 결합해 캐릭터가 알아서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제 게임에 접속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자체가 강력한 마케팅 포인트가 된 것이다.
심지어 '솔: 인챈트’는 부캐 육성에 대한 고민까지 덜어주는 스쿼드 시스템까지 도입했다. 자신의 캐릭터로 구성된 군단을 육성할 수 있으면서도 이용자가 직접 개입해야 할 요소는 더욱 줄어든 셈이다.
■ AI 에이전트가 여는 새로운 게임 시장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아도 게임이 돌아가는 구조가 만들어진 가운데, AI 기술의 발전은 상황을 더욱 극단적으로 변하게 만들 수 있다. AI가 게임을 자동으로 플레이하는 AI 에이전트의 등장이 눈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이미 넥써쓰가 서비스 중인 ‘몰티로얄’과 같은 게임은 AI 에이전트만 참가할 수 있는 게임임에도 1000만 이상의 에이전트가 참가하는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다. AI 에이전트들이 펼치는 대결 결과를 사람이 관전하는 형태로 구성됐으며, 결과에 따른 보상을 제공한다.

이런 형태가 조금만 더 발전하면 기존의 게임을 AI 에이전트가 즐기는 형태의 모습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사냥, 성장, 거래, 길드 활동 등 게임 내 모든 활동을 AI 에이전트가 수행할 수 있게 된다.
관련해 넥써쓰는 자사 게임에 AI 에이전트를 먼저 시험해보고 이를 확대해볼 계획을 갖고 있다. 현재 수없이 접속하고 화면을 터치해야 하는 방치형 아닌 방치형 게임을 넘어서는 순간을 AI의 발전을 통해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이제 게이머는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는 것보다 더 좋은 아이템을 사서 캐릭터에 입혀주는 역할만 하면 된다.
게이머들의 편의를 위해 등장한 다양한 편의 장치에 이어 AI 에이전트라는 거대한 파도를 만나면서, 모바일 MMORPG 시장에는 또 다른 변화가 밀려올 것으로 전망된다. 게이머는 이제 조작이 아닌 '결제'만 담당하는 처지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게임에 대한 정의까지 다시 생각해볼 시점이 오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