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게임백과사전] 우주에서 처음 즐긴 게임은 무엇이었을까?

신승원 sw@gamedonga.co.kr

장거리 여행을 떠날 때 스마트폰이나 휴대용 게임기를 챙기는 것은 이제 흔한 일입니다. 비행기나 기차 안에서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즐기며 지루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죠.

놀랍게도 우주비행사들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수개월 동안 좁은 우주선과 우주정거장에서 생활해야 하는 만큼 임무 못지않게 휴식과 기분 전환도 중요한데요. 때문에 우주비행사들 역시 책이나 음악 등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는 개인 물품을 챙기고, 그중에는 게임과 게임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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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처음 즐긴 게임은 뭘까? / 엔바토엘리먼트
우주에서 처음 즐긴 게임은 뭘까? / 엔바토엘리먼트

그렇다면 문득 궁금해집니다. 인류가 우주에서 처음 즐긴 게임은 무엇이었을까요? 정답은 우리에게 친숙한 게임인 ‘체스’입니다.

기네스 세계기록에 따르면 우주에서 처음 플레이된 보드게임은 체스입니다. 1970년 6월 9일 소유즈 9호에 탑승한 비탈리 세바스티야노프와 안드리얀 니콜라예프가 우주에서, 지상에서는 니콜라이 카마닌과 빅토르 고르바트코가 팀을 이뤄 체스를 뒀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우주와 지상에서 각각 수를 둔 뒤 이를 통신으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대국을 진행했다고 하죠.

독특한 레일 형태의 체스판을 사용했다 / 국제체스연맹 홈페이지
독특한 레일 형태의 체스판을 사용했다 / 국제체스연맹 홈페이지

당시에는 우주라는 환경에 맞춘 특별한 체스판도 필요했습니다. 무중력 상태에서는 평범한 체스말을 올려놓는 순간 그대로 떠다닐 수 있기 때문인데요. 그렇다고 자석을 사용하는 것도 당시 우주선 장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어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사용된 체스판은 말이 홈과 레일에 고정되는 독특한 구조로 제작됐습니다. 이런 특수 장비를 사용한 ‘우주 대국’은 약 6시간 동안 이어졌고, 치열한 접점 끝에 결과는 무승부였다고 전해집니다.

그렇다면 체스처럼 전통적인 게임이 아니라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비디오게임’은 언제 처음 우주에서 플레이됐을까요? 여기서 등장하는 게임이 바로 ‘테트리스’입니다.

우주에서 즐긴 첫 비디오게임은 테트리스 / 엔바토엘리먼트
우주에서 즐긴 첫 비디오게임은 테트리스 / 엔바토엘리먼트

기네스 세계기록에 따르면 러시아 우주비행사 알렉산드르 세레브로프는 우주에서 비디오게임을 플레이한 최초의 인물입니다. 1993년 7월 1일 세레브로프는 개인 소유의 닌텐도 게임보이와 1989년 출시된 게임보이판 ‘테트리스’를 챙겨 소유즈 TM-17을 타고 미르 우주정거장으로 향했습니다.

세레브로프는 우주 비행 중 드물게 생기는 여가시간에 실제로 게임보이로 테트리스를 즐겼다고 하는데요. 재미있는 점은 테트리스 역시 세레브로프와 마찬가지로 소련에서 태어난 게임이라는 점입니다. 1984년 소련 과학아카데미 컴퓨터센터에서 개발된 테트리스가 약 9년 뒤 러시아 우주비행사의 손에 들려 우주에서 플레이된 최초의 비디오게임이 된 것이죠.

세레브로프의 게임보이와 테트리스는 196일 17시간 동안 우주에 머물렀고, 그동안 지구를 3,000회 이상 돌았다고 합니다. ​

실제로 경매에 오른 게임기와 게임 / 본햄스 홈페이지
실제로 경매에 오른 게임기와 게임 / 본햄스 홈페이지

참고로 해당 게임보이와 카트리지는 지구로 돌아온 뒤 경매에도 등장했습니다. 1996년 뉴욕 소더비의 러시아 우주 역사 관련 경매에 출품됐고, 2011년 본햄스 ‘스페이스 히스토리’ 경매에서 1,220달러(약 165만 원)에 낙찰됐다고 합니다.

테트리스가 첫 기록을 세운 이후에도 게임은 계속 우주로 향했습니다. 1998년에는 NASA 우주비행사 앤디 토머스가 미르 우주정거장으로 향하면서 PC용 CD-ROM ‘몬티 파이선의 컴플리트 웨이스트 오브 타임’을 가져갔습니다. 이 작품은 영국 코미디 그룹 몬티 파이선의 영상과 미니게임, 각종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담고 있죠.

국내 이용자에게 더욱 친숙한 게임도 우주를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바로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입니다.

NASA 우주비행사 다니엘 배리는 1999년 5월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의 STS-96 임무에 참가하면서 스타크래프트 CD를 개인 물품으로 가져갔다고 하는데요. STS-96은 우주왕복선이 국제우주정거장과 처음 도킹한 임무이기도 합니다.

STS-96 승무원 사진. 사령관 켄트 V. 로밍거, 조종사 릭 D. 허즈번드, 임무 전문가 엘렌 오초아, 타마라 E. 저니건, 다니엘 T. 배리, 줄리 페이엣, 발레리 이바노비치 토카레프가 함께 있다 / 나사 홈페이지
STS-96 승무원 사진. 사령관 켄트 V. 로밍거, 조종사 릭 D. 허즈번드, 임무 전문가 엘렌 오초아, 타마라 E. 저니건, 다니엘 T. 배리, 줄리 페이엣, 발레리 이바노비치 토카레프가 함께 있다 / 나사 홈페이지

배리가 스타크래프트를 선택한 이유도 흥미롭습니다. 그는 과거 블리자드와의 인터뷰에서 훈련과 출장으로 집을 자주 비우던 시절 아들과 스타크래프트를 함께 플레이했던 추억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로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았지만 게임을 함께 즐기며 아들과 관계를 이어갈 수 있었고, 작품 자체가 우주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게임을 가져갔다고 대답했죠.

다만 아쉽게도 우주에서 스타크래프트를 직접 즐기지는 못했다고 하는데요. 배리에 따르면 개인 물품 대부분이 임무 중 꺼낼 수 없는 장소에 보관됐고, 스타크래프트 CD 역시 사용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수많은 첨단 장비가 실리는 우주선에서도 사람들이 게임을 챙기고 즐겼다는 사실은 괜스레 신기하게 느껴지는데요. 아무리 특별한 공간이라도 결국 사람이 생활하는 곳인 만큼 잠시 쉬고 즐길 무언가가 필요했던 것이겠죠.

앞으로 우주비행이 더욱 길어지고 먼 곳으로 향하게 된다면, 우주비행사들이 또 어떤 게임을 챙겨갈지도 궁금해집니다. 긴 임무 속에서 재미있는 게임 한 편이 조금이나마 기분을 전환하고, 건강하게 임무를 마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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