턴제 전략의 새로운 시도

#PC

홍수 속에 향수...
언제부터인가 우리들은 전략 시뮬레이션이라 하면 의례 실시간이라는 편견을 갖기 시작한다. 사실 지금 우리들은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의 홍수 속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2D에 이어 화려한 3D로 무장한 실시간들의 홍수 속에 어떤 이들은 삼국지나 은하영웅전설같은 턴제에의 강한 향수를 느낄 수도 있으리라. 이런 상황에서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는 게임이 나왔으니, 이름하야 '스펙트랄포스:아이아강림'이 그것이다. 사실 '스펙트랄포스:아이아강림'은 플레이스테이션의 스펙트랄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으로, PC용으로 컨버전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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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이야기는 전작으로부터 1년 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먼 옛날 푸른 낙원이 있었는데, 이름은 네버랜드. 이 곳에는 콜리아, 이프시론, 자네스라고 일컫는 3명의 신들이 있었고 이들은 서로 견제하며 분쟁없이 평화로운 시대를 이어 나갔다. 하지만 마도 세기 996년 대마왕 자네스는 콜리아의 세 용사와의 장렬한 싸움으로 소멸하게 되고, 절대적 지배자를 잃어버린 세계는 혼란의 시대를 맞이한다. 차지하려는 자들과 이를 막으려는 영웅들, 그런 와중에 분열되었던 마족을 하나로 통일하려는 자가 있으니.. 그, 아니 그녀는 대마왕 자네스의 딸 히로였다. 아버지가 눈앞에서 죽는 것을 본 히로는 증오의 불꽃을 일으키며 용사들을 물리치기 위해 일어섰다. 바야흐로 네버랜드에는 새로운 전투가 막 시작되려하고 있었다. 라는 스토리... 스토리가 이러하다 해서 삼국지나 은하영웅전설처럼 시나리오가 있는것은 아니고, 처음 시작하면, 40여개의 작은 나라(이상하게도 모두 1개 지역에 한 사람씩의 군주가 있다)그 중 하나를 골라 시작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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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허전한 그래픽...
게임을 시작해보면, 참으로 깔끔하다는 느낌하다 못해 허전함을 느끼게한다. 그래픽은 640*480을 지원하는데,특별히 좋다 나쁘다 할 만한 것은 없다. 단지 많이 허전하다는 느낌. 크게 맵화면 그래픽과 전투씬 그래픽으로 나뉘는데, 특별한 효과도 없고 그냥 맹물같은 그래픽이다. 과연 16비트를 이용한 것이 맞는 것인지 의심도 좀간다. 개인적으로 주인공들의 필살기 그래픽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사기를 만땅으로 채워서 필살기 그래픽을 봤는데, 뭐 특별히 멋있다는 느낌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상당히 아쉬움이 남는 부분. 고작 내가 이런거 보려고 그 노력했단 말인가 라고 생각이 들 정도...

사운드도..
음악이나 사운드도 그래픽과 마찬가지의 느낌. 맹숭맹숭하다는 것이 전부. 음악은 단지 3-4 곡밖에 없고, 특별히 기억에 남지 않는다. 대부분 잔잔한 곡인데, 오프닝 시의 멋있는 곡을 빼고는, 그냥 들어줄 만할 정도.. 사운드도 마찬가지. 와~~~ 하는 전투 사운드나, 임무 수행하거나 실패했을 때의 사운드 정도... 솔직히 지금같은 시대에 이런 그래픽과 사운드로 승부하려는 것은 거의 자살행위가 아닐까?( 참고로 이 게임의 PC버전은 2000년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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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해....
그래, 그럼 인터페이스는 어떤가? 사실 실시간이 아니기 때문에 바쁘게 마우스를 움직일 필요가 없다. 그래서인터페이스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예전에 했던 삼국지와 은영전에서의 기억이 남는지라, 좀 불편함을 느꼈다. 모든 것이 마우스로 처리되기 때문에 키보드를 외운다거나 뭐 이런 것은 없다. 하지만, 내정이나 약탈 등 어떤 일을 할 때, 어떤 장수(?)를 고르게 되는데, 하필 그때 장수 데이타를 볼 수가 없다는 점이 문제다. 필자가 장수 데이타를 일일이 외우거나, 그 명령 내리기 전에 미리 장수 데이타를 한 번 보고 그 명령에 맞는 사람 찍어놓고 그 후 그 명령을 내려야한다는 불편함이....이것은 동맹이나 적 장수 설득 등 다른 명령에서도 마찬가지. 그리고 장수나 적 세력을 볼 때도 일괄 정리해서 볼 수가 없다. 이런 점은 전략을 중시하는 게임에서, 실수하는 것이 아닐까..

간단하고도 독특한 시스템
게임 시스템이 독특해서 인터페이스가 그렇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명령을 내리는 시스템은 월별로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부분이 제한되어있다. 1월에는 징수, 2월에는 인사, 3월에는 전투, 4월에는 외교 등등.. 기존의 턴제 전략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뭔가 독특함과 함께 게임의 간단성(?)을 추구하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할지 모르나, 웬지 모르게 답답함과 함께 자유롭지 못하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배경과 그래픽이 웬지 부드럽고, 턴제 전략 시뮬레이션이 아닌 듯 한 느낌을 팍팍주는데, 이러한 시스템이 그러한 생각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웬지 나만의 전략을 갖기가 어려운 느낌이다. 하지만, 삼국지나 은하영웅전설 등 복잡한 턴제 전략을 싫어하시는 분에게는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솔직히 익숙해지는데는 30분도 안걸리니까. 오히려 고를수가 없다는 점이 상당히 쉽다랑 일맥상통하게도 만드는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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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살기 전투다!
턴제 전략 시뮬레이션의 생명인 전투는 어떻게 표현했을까? 역시 기존의 관념을 무참히 깨뜨린다. 보통 지형이나 맵이 나오는데, 이건 그냥 덩그러니 출전장수 얼굴들이 나오고, 처음 누구 찍으면, 이번에는 진형이나 필살기 선택하는 장면나오고, 여기서 또 고르면, 그때부터 전투시작, 마치 옛날 국산게임 '네크론'의 장대한(?) 전투씬을 보는것과 같은데, 많은 수의 군사들이 진형을 갖추어 서로 스쳐지나가면(?) 전투 끝.. 웬지 랑그릿사 같기도 하고....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필살기이다. 이것이 진형과 함께 전투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인물들마다 고유한 필살기가 있고, 그 필살기마다 애니메이션이 주어진다. 그리고, 주연급 인물들은 애니메이션이 더 화려해진다. 게다가 강력한 필살기. 필살기의 성능(?)은 그 사람의 무력치에 좌우되는 것은 아닌듯 싶다. 무력치가 낮은 인물도 상당히 강력한 필살기를 구사하는 것을 보면.. 필살기의 위력이 어느 정도냐면, 무로마치의 3단계나 르돌라의 3단계 필살기는 적병력의 4/5 이상을 날려 버릴만큼 무시무시하다. 이렇게 위험한 필살기들은 다행히도(?) 1번의 전투에 1번만 쓸 수 없게 만들었다. 아마도, 무서운 필살기 쓰는 인물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전투에 행방이 달라지는 경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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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총력전이라 해도...
좀더 게임 시스템에 얘기하자면, 징병이 1년에 한번밖에 이뤄지지 않고, 장수수도 10명이라는 제한이 있으므로,전쟁할 때 신중을 기해야 한다. 사실 이런 시스템도 맘에 안든다. 장수수 제한이라든가, 징병을 맘대로 못한다는 등... 한번의 전투에서 큰 손실을 입는다면 강대국도 급격히 세력이 약해져버린다. 필자의 경우 마법동맹군이 중앙 세력을 전부다 장악했었으나 옆 나라와 싸운 후 승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병력 손실로 인해 필자의 나라가 공격하여 승리하였다. 그 후 옆의 약한 소국들고 그 나라를 쳐서( 그 때 마법동맹군은 두 번의 전투로 인해 병력이 200 여명이었다. )그 나라는 1년만에 세력이 줄었다. 어떻게 보면 전략을 잘 써야되는 지도 모르지만, 필자 생각으로는 오히려 전략이라는 개념 자체가 약한 것 같다. 주인공들의 무력치도 전투에 그다지 영향이 없고, 내정이나 외교, 설득도 게임에서 그다지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장수들의 매력이나, 지력 등은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없게 된다. 걍 필살기 한 방으로 적절한 타이밍에 공격하기만 하면, 되는 그런 게임되는 듯한 느낌이다.

어쩌면 이런 점이 매력일지도...
하지만, 이러한 간단한 점이 이 게임을 더 돋보이게 할 수도 있다. 삼국지나, 문명, 은하영웅전설은 재미있긴 하지만, 그러한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 초반에 게임에 적응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니까. 또한 필살기 개념이 이 게임을 계속 하게끔 만드는 요소이리라. 이 필살기는 어떤 걸까, 위력은 어떻지, 이 녀석은 어떤 필살기를 가지고 있는 걸까 하는 등, 마치 디아블로에서 아이템을 모으는 것처럼, 이 게임은 필살기를 보기 위한 리플레이성이 있는 듯하다.

색다르긴 하지만...
'스펙트랄포스: 아이아 강림'은 PC 게임에서 턴제 전략의 새로운 시도를 하였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시대에 맞지 않는 그래픽과 사운드, 그리고 너무나 간단하고, 어떤 유기적인 관계를 찾을 수도 없어 전략이라 느낄 수 없는 시스템은 이 게임이 그렇게 성공하지 못한 원인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컨버전할 때 진화형 컨버전을 해서 필살기에 볼 거리를 더 많이 만들었다면 조금은 더 인기를 끌었을지도 모르리라.

#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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