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이 지난 지금에 와도 재미가 있는 게임
자본주의 경제는 무척이나 오묘한 세계이다. 공산주의 경제가 실패할 수밖에 없는 모든 요인을 극복하는 잠재적 메커니즘이 자본주의 경제에는 모두
다 들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본주의 경제를 욕하지만, 그 중에 대부분은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데서 오는 것이다. 자본주의만큼이나
억울하고 부적절한 평가를 받는 경제체제도 드물 것이다.
소득격차, 독과점의 폐해, 환경문제 등등 --- 거의 모든 인류의 문제가 자본주의 때문에 발생하는 것처럼 떠들고 있지만, 실제로 실상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보면 사실은 자본주의가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시장의 실패가 발생하고, 시장의 실패 때문에 이런 문제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문제를 발생시키는 원인은 대부분이 자본주의를 이해하지 못하는 정부의 시장왜곡적인 정책 때문이지 않는가?
난데 없이 갑자기 자본주의 이야기?
이번에 리뷰할 작품이 바로 "캐피탈리즘 2" 이기 때문. 캐피탈리즘 2는 모 대학 교과서로 채택될 만큼 훌륭한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하지만 이 게임으로는 자본주의를 이해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이 게임은 경제학적 바탕을 둔 게임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경영학적인 게임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어쨌거나, 우리 나라 정치인과 정책 결정자들도 이런 게임 정도는 해봤으면 좋겠다. 무식해도 그렇게 무식할 수가 없으니, 경제학
교과서를 들여다 보는 것은 주문할 수도 없고, 이런 게임이라도 해보면서 감을 익히라는 것이다. 외국의 게임 디자이너들도 훤히 알고 있는
기초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권력을 휘두르고 있으니, 우리 나라 경제의 앞길은 어두울 수밖에...
각설하고…
이 게임은 발매된 지 3년이 지난 게임이다. 발달하는 PC사양과 기술에 비추어 보면 한참 전의 게임으로 얼핏 보면 뒤떨어진 그래픽과 사운드
효과 때문에 쉽게 손에 잡히지 않는 게임이기도 하다. 그러나, 게임의 그래픽과 사운드는 옷과 같은 것. 정말 미인은 멋진 옷을 입지 않아도
미인인 것이다!!(옷을 입지 않아야 더욱 멋진 것인가.. 흠흠.. 뭔가 비유가 잘못 된 것 같기도 한데)훌륭한 그래픽과 사운드는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지만, 장시간의 플레이타임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사람들이 오랫동안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게임성을
갖추어 주어야 하는 것이다. 이 게임은 형편없는 그래픽과 사운드를 자랑(?)하면서도, 게이머로 하여금 PC 앞에 앉게 하는 그런 게임이다.
게임은 어떤 게임인가?
게임 자체는 "캐피탈리즘"이라는 거창한 제목과는 달리 경제체제를 운용하는 게임이 아니라 사업체를 경영하는, 조금은 미시적인 입장에서의
게임이다. "캐피탈리즘" 보다는 "엔터프라이즈" 가 더 어울리는 게임인 것이다. 그러나, 제목 가지고 딴지를 걸 생각은 없다.
캐피탈리즘이라는 이름도 충분히 어울리는 게임이니까 말이다. 게이머의 역할은 사업체의 경영자가 되는 것이다. 경영자와 주주, 종업원, 그리고
사업체와의 관계를 명확히 모르겠다면 이 게임을 한 번 해보시도록. 그러면, 경영자라는 것이 어떤 위치인지 잘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게임은 싱글 플레이와 멀티 플레이를 모두 제공하고 있는데, 멀티 플레이 쪽은 해보지 못했으므로, 싱글 플레이 위주로 이야기를 풀어 보자.
먼제 게임을 실행시키면, 멋진 동영상이 나온다. 해상도나 3D 효과 같은 것은 분명 떨어지는 동영상이지만,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공장이 돌아가는 모습, 멋진 빌딩과 해가 뜨는 모습 등 역동적인 사회의 일면이 잘 표현된 짧은 동영상이다. 이 동영상에서는 예쁜 여자
캐릭터도 나오지 않고 아무도 죽지 않으니까 자극적인 것을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바로 esc 키를 눌러 주면 된다.

산업현장의 역동성이 눈에 띄는 오프닝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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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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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게임을 시작하기에 앞서 게이머는 두 가지 모드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기업가 모드와 자본가 모드 두
가지인데, 자본가 모드라고 해서, 게이머가 자본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가 모드에서는 자신이 직접 투자하여 사업체를 운영하게 되고,
자본가 모드에서는 투자를 받아서 사업체를 경영하게 되기 때문에 주주들과의 관계나, 주식가격, 증권시장의 동향 등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
다를 뿐이다.
일단, 모드를 선택했다면 자신의 이름과 사업체명을 적어 넣게 되어 있다. MICROSOFT CORPORATION 같은 이름을 짓던, 알아
뭐해? 라는 다소 도발적인 이름을 짓던간에 플레이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으므로 자신이 원하는 이름을 적도록 하자. 게임을 처음 하는 것이라면
튜토리얼이 진행되는데, 성질 급한 사람들은 일단 넘어 가는 것이 좋겠다. 물론, 튜토리얼을 진행하면 향후 게임을 진행하는 데 더 용이하긴
하지만, 일단, 게임을 하면서 시행착오를 거치는 것이 입맛에 맞는 게이머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두가지 모드가 준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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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이름을 적어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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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게임을 시작하게 되면, 게이머들은 경영에 필요한 거의 모든 활동을 하게 된다. 우선 뉴스나 정보에 신경을 쓰면서 사업체를 설립하게
된다. 제일 처음 설립하는 사업체는 통상 슈퍼마켓. 우리로 치면 구멍가게 정도될 것이다. 슈퍼마켓으로 장사가 잘 되면 공장을 지어서 물건을
직접 생산하거나, 아니면 큰 쇼핑센터를 지을 수도 있고, 광산업, 부동산업 등 여러 가지 다른 직종으로 진출할 수도 있다.
게이머는 물품의 생산, 물품의 구입, 판매, 인사정책, 연구개발 등 일반 경영에 필요한 모든 활동을 하게 된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사업체가 많아지고 모든 것을 혼자서 모두 관리하기가 힘들어 지는데 그 때는 COO(Chief Operating Officer: 우리 나라로
치면 관리부장 정도 될려나?)를 고용해서 일반적인 절차는 알아서 하도록 시킨다.
사업체를 경영하면서 중요한 것은 부동산 투자이다. 아파트나 맨션, 혹은 상업용 빌딩을 사서 임대료를 받기도 하고 값이 오르면 팔아도 좋다.
이런 활동은 뉴스를 잘 보면서 하면 시세를 어느 정도 점칠 수 있으니까 사업체를 운영하는 만큼 신경을 써야 한다.

우선은 슈퍼마켓부터 시작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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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관리란 역시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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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나 메시지에도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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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하다 보면, 한 도시에서만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 business 를 하게 된다. 여러 도시에서 활동해야 하는 만큼 각
도시의 상황을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광산개발이냐 유전발견 같은 뉴스는 향후 비즈니스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뉴스니까 정보를 잘
활용하고, 다른 도시에서 벌어지는 일도 신경을 쓰도록 하자.
처음에는 슈퍼마켓으로 시작했지만, 공장도 세워서 물건을 생산하고, 농장을 경영할 수도 있으며 지하자원 개발, 미디어 산업 진출 등 여러 가지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매뉴얼에 보면 60여 가지 사업분야에 진출할 수 있다고 한다. )거기에, 부동산 투자로 임대수익과 시세차익을
누리는 것도 잊지 말자.
재미는 있는가?
매우 극단적으로 평가가 엇갈리는 부분이다. 물론 재미가 있으니까 많은 팬들이 생겨 났고, 흥행성적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도
매우 재미있게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게임에 익숙한 게이머라면 재미가 없을 듯.
서양의 게이머들은 게임을 하나 사는 데 매우 신중하다. 용돈을 짜게 주는 부모님들 때문에, 혹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대학을 마쳐야 하는
대학생의 처지 때문에.. 등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구미의 게이머들은 게임 타이틀을 하나 살 때 마다 돈 생각을 많이 한다.(비록 이
게임이 18달러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 되었지만 말이다.)그래서인지, 구미의 게임들은 한 번 사면 오랫동안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들이
많다. 다시 말해, 조금은 게임이 어려워도 상관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일본의 게이머들은 그렇지 않다. 굶어도 게임은 산다라고 말하는
광신적인 팬들도 있고, 중고 시장이 발달되어 있으니까 적당히 즐기다 팔아 버려도 상관없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일본의
게이머들은 게임의 중고 가격이 떨어지기 전에 클리어하고 팔 수 있는 쉽고 플레이타임이 짧은 게임을 선호하는 편이다. 덕분에, 일본 게임은
20시간 정도의 플레이 타임을, 미국 게임은 50시간 이상의 플레이타임을 예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예외도 많이
있다.)
캐피탈리즘 2는 전형적인 미국 게임으로 100시간 이상 반복해서 플레이해도 좋은 게임이다. 반면에 배우기는 좀 어렵다. 처음에 몇 번 부도를
내고 나면 게임이 짜증날 수도 있고, 연구소부터 일반 관리부서까지 일일이 신경을 써 가면서 게임을 한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이
모든 것을 극복하고 게임을 즐기게 된다면 재미가 있다. 때문에, 시뮬레이션 쪽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에게는 그다지 권하고 싶은 게임이 아니다.
그리고, 처음 며칠은 게임의 룰을 배우기 위해서 투자를 해야 하는데, 이런 투자를 싫어하시는 분들도 할만한 게임은 아니다. 참을성 있고, 한
게임을 오랫동안할 수 있고, 그렇다고 해서 고렙의 유저가 되거나 레어 아이템을 얻는 것도 아닌 상황을 감내할 수 있는 게이머만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인 것이다. 이렇게 즐기기 위한 제약조건이 많이 있지만, 반대로 이 게임을 배우기 위해 며칠을 투자할 수 있고, 처음 두 세 시간
플레이 한 후에 다른 게임으로 옮겨가는 것이 일상생활화되어 있지 않은 일반 게이머라면 상당히 재미있게 오랜 기간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좋은 게임? 나쁜 게임?
앞서 설명한 정도면, 이 게임이 어떤 게임인지는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게임은 분명 재미있는 게임이다. 몇 시간이나 PC 앞에 앉아서
게임을 하도록 강제하는 그런 게임이다. 3년이나 지난 지금에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것을 보면 분명 잘 만든 게임은 확실하다. 재미 있는
게임이라는 것은 이 게임이 좋은 게임임을 말해 준다. 재미있는 게임만큼 좋은 게임이 어디 있단 말인가? 다만, 모든 사람이 다 이런 재미를
즐길 수 없는 게임이기에 이 게임 역시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게임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아쉬운 점도 많다.
시나리오의 부재
우선 이 게임에는 시나리오나 미션이 없다. 게이머 스스로가 CEO의 이름과 회사이름을 적어 넣게 되어 있으며, 경쟁사가 존재하는데, 그
경쟁사와의 스토리가 잘 설정되어 있지 않다. 게다가 특별한 미션이 없이 그냥 기업을 잘 키우는 것만이 미션인지라, 전투모드는 풀업이
가능하지만, 감성모드로 접어들면 게임을 할 맛이 떨어진다. 그래, 상대방과 경쟁해서 돈을 좀 많이 벌고 부도 위기를 벗어났다고 해서 뭐
어쨌다는거야? 라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 게임 중간 중간에 스토리텔링 동영상이 아니더라도 조금은 즐길만한 시나리오가 있어 주었으면 한다.
보상체계
게임을 열심히 하면, 무언가 보상을 받게 된다. MMORPG를 열심히 하는 거는 렙업과 아이템 획득. 게다가 정말 잘하면 성이라도 하나 얻을
수 있지 않은가? 현거래가 가능한 게임도 있고. 하다 못해 오락실에서 버츄어 파이터를 하더라도, 상대를 이기는 쾌감이 있다. 그런데,
캐피탈리즘2의 보상체계는 무엇일까?
일단 돈을 벌게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보상체계이다. 그리고, 정말 플레이를 잘 했으면 명예의 전당에 등록할 수 있다. 그런데, 이놈의
명예의 전당이라는 것이 어차피 로컬이기 때문에 등록하는 것이 그다지 즐거운 것은 아니다. 롤러 코스터 타이쿤처럼 자기가 만든 놀이공원을
보면서 므흣한 표정을 지을 수도 없고, 미스터 드릴러 처럼 하이 스코어를 갱신하기 위한 처절한 노력도 없다. 하다 보면, 참으로 성취동기가
불분명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도시 전체를 내 사업체로 덮어도 뭔가 더 하고 싶은 허전함이 남는다. 시나리오의 부족함과도 일맥상통하는
이야기인데, 뭔가 성취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할 듯 하다.
부족한 취급상품
그리고, 미시적인 지적이긴 하지만 각 사업체에서 취급할 수 있는 상품의 개수가 제한되어 있다는 점 또한 아쉬웠다. 물론 구비할 수 있는
상품의 종류는 많이 있지만, 한 사업체에서 다룰 수 있는 상품의 개수는 별로 없다. 물론 이 게임의 목적이 슈퍼마켓 경영 시뮬레이션이 아닌,
다양한 사업체를 지닌 그룹사의 회장으로서 경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별 사업체의 상품 개수가 적다고 해서 게임성이 크게 저해되지는 않는다.
그래도 역시….( 방대한 데이터의 처리가 게임의 제작비를 너무 올릴까봐 걱정했던 제작자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 부분은 보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명예의 전당에 등록하는 것이
최고의 보상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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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업체에서 취급할 수 있는
상품의 개수가 제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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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그와 부족한 한글화
게임 외적인 요소로는 완전치 못한 한글화와 버그를 들 수 있겠다. 게임을 즐기는 데 치명적인 저해요소는 아니지만, 어색한 한글 문장과 함께
가끔씩 나타나는 알 수 없는 버그들이 마음에 걸리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앞으로 어떤 발전을 하게 되나?
필자와 엔라이트 소프트와는 개발사와 유저라는 관계말고는 아무런 연관이 없으니까, 앞으로 이 게임의 후속작이 나올 것인지 알 수는 없다.
통상, 2편 까지 나와서 성공한 게임은 계속 후속작이 나오니까 캐피탈리즘3도 나오지 않을까 추측할 뿐이다.( 물론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무런 소식이 없는 것을 보면 힘이 들지도.. --; )만약, 3편이 나온다면 필자 개인적으론 온라인적인 요소를 강화했으면 좋겠다.
멀티플레이를 제대로 안해본 필자로서는 뭐라고 할 말은 없지만, 3년전 미국에서 개발된 게임이니만큼 어떤 수준의 멀티플레이를 지원할지는 대충
짐작이 간다. 배틀넷과 래더랭킹 수준의 온라인이 아니라, 자신의 캐릭터 데이터를 온라인상에 저장하고 키우고 교역하면서 자신의 사업장을 넓혀
나가는 진정한 온라인 게임의 시스템이 도입된다면 나름대로 재미있는 게임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