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에서 만나는 크레이지 택시라...
역시 세가답다.
세가는 일본 게임회사이지만 특이하게도 미국인에 의해서 세워진 회사인데 이러한 이유때문인지는 몰라도 여러 게임에서 양키 센스를 느낄 수 있다.
이는 세가가 원래 아케이드 전문 회사였고, 아케이드의 출발점이 일본이 아닌 미국이라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생각된다. 아무튼, 세가는 설립 후
완성도 있는 게임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과연 '세가'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만들어내왔다. 하지만,세턴 때 '버파3를 세턴으로
이식하겠다!'라는 유명한 스즈키 유의 거짓말과 세가의 마지막 비디오 게임기 드림캐스트로 선보인 버파3의 무성의한 이식(그것도 하청제작)으로
인해 세가의 이미지는 추락했고 세가는 이제 더 이상 과거의 영광을 누리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드림캐스트의 실패가 가장 큰 이유라
하겠다. 그러고 보니 드림캐스트 때 네트워크 모뎀 기본 장착이라는 획기적인 발상이 존재했는데 그만큼 세가는 시대를 앞서나갔다. 너무 앞서
나갔다는 게 그 때는 문제였고, 지금은 오히려 시대에 뒤쳐졌다는 게 문제다. 크윽 세가여!!!)

대응게임이 두 개인 마스카라 패드, 그리고 가라오케 시스템, 드림아이
어쨌거나 세가의 미국적인 색깔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게임 중 하나가 '크레이지 택시' 시리즈인데(그 외에 세가에서 나온 게임 중 미국적인 색을 띄는 게임들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으로 미루도록 하자.)크레이지 택시 시리즈는 여느 세가 게임과 마찬가지로 세가 특유의 아케이드성이 물씬 묻어나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지만 게임을 파고 들면 들수록 심오하면서도 오묘한 난해함을 가지고 있는 수작 중 하나다. 아케이드로 계속 발매된 크레이지 택시는 3편까지 발매가 되었는데, 3편은 XBOX와 PC용으로 이식되어 국내에서는 손오공에 의해 발매되었다. 자, 그럼 지금부터 '크레이지 택시 3 : 하이롤러'(이하 크레이지 택시 3)대해서 알아보자.

이렇게 일본색이 진한 게임을 만들기도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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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지 텍시 3 : 하이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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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면서도 오묘한
크레이지 택시에서 사용하는 키는 점프인 Hoop, 전진기어, 후진기어, 그리고 엑셀레이터와 브레이크가 전부이다. 언뜻보면 많은 듯 보이지만
실제로 게임을 해보면 조작이 굉장히 단순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는 게임 내에서 전진기어와 엑셀레이터만을 주로 사용하며,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게임진행이 가능하다.
게임의 목적을 간단히 정의하면 손님을 태우고 정해진 시간내에 목적지로 가장 빠르게 데려다주는 것이다. 도시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질주하면서
느낄 수 있는 쾌감은 어떤 레이싱 게임에서도 느낄 수 없는 독특함이며, 더욱이 손님을 태우고 정해진 장소에 내려주는 것은 더욱 그렇다.

게임의 단순함을 보여주는 인터페이스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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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손님을 태우고 목적지로 데려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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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이드 키드라면 테트리스를 하면서, 혹은 단순한 슈팅게임을 하면서 게임이 끝난 후 스코어 네임을 세길 때 등록된 자신의 이름과 순위를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은 적이 있지 않는가? 혹은 D&D를 하면서 보다 많은 경험치를 얻으려고 Final Attack을 노릴 때의 기분, 스트리트 파이터 제로를 하면서 좀 더 많은 점수를 얻기 위해서 First Attack를 노리고, Super Combo Final Finish를 노리는 기분, 크레이지 택시3에서는 이러한 기분들을 느낄 수 있다.

당신의 순위가 겨우 이 정도라면 화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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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점수를 얻기 위해서는 빠른 시간내에
손님을 데려다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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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과의 무한한 싸움이 진행되는데 여기서 크레이지 택시3의 심오함이 드러난다. 그냥 플레이 하는 것과 자신의 점수를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과는 플레이가 전혀 달라진다. 좀 더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서는 특수 커맨드를 이용하여 더 많은 승객들을 태워야 한다. 예를 들면 크레이지 대쉬를 쓴 후 리미트 컷을 이용해 목표 지점까지 더 빨리 이동하고, 크레이지 스탑을 사용해서 자신이 원하는 위치에 정확하게 스톱하거나 해야 한다.

크레이지 대쉬가 정말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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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 필요한 것은 크레이지 스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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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기술은 전, 후진기어와 엑셀레이터의 단순 조합만으로 발동하는데 그렇다고 쉽게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금물이다. 단순 조합에
비해서 기술이 발동하는 타이밍이 미묘하기 때문에 쉽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데로 사용할 때까지는 많은 연습과 시간이 필요해서 더욱
크레이지 택시3에 매달리게 된다.
'승객을 태워 원하는 지점까지 데려다 준다'는 단순한 발상으로 시작해 조작의 단순함에서 목표의 단순함까지 한 번에 만들어버렸지만 그 단순함
안에 보이는 오묘함은 역시 '세가'답다는 말을 다시 한 번 하게 만든다.
가정용을 위한 배려인가? 초심자를 위한 배려인가?
아케이드용 게임은 플레이어를 3분 안에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하며 가정용 게임은 플레이어를 오랜 시간동안 몰입 시킬 수 있어야 한다. 크레이지
택시3는 PC로 이식된 만큼 유저들이 오래 잡을 만한 모드가 추가되었는데 바로 '크레이지 X모드이다.'

크레이지 X 모드
크레이지 X모드는 미니 게임형식으로 된 미션을 하나씩 클리어 하는 게임인데 1단계를 모두 클리어 하면 각 맵의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2단계를 모두 클리어 하면 새로운 차가 등장하거나 하는 등의 크레이지 택시 3에 숨겨진 부분들을 하나 씩 찾을 수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의 도전의식을 고취시켜 준다. 또한, 게임이 진행될수록, 난이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등장하는 모든 스킬을 총 동원해서 사용하지 않는 이상 게임을 클리어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굉장히 단순하지만 반복된 미션을 통해 유저들에게 반강제적으로 크레이지 택시 3의 스킬을 몸으로 익히게 만들어주는 모드. 참 불친절하기 짝이 없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스킬을 익히게 도와주는 친절한 모드이기도 하다.

택시로 서커스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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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링도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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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 이번 이식작은 1, 2편의 맵을 모두 담고 있는데 1편의 맵은 크레이지 택시 2부터 생긴 Hoop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리뉴얼 되어 있어서 크레이지 택시 팬들에게는 매우 소중한 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맵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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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이 이렇게 리뉴얼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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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문제는...
이렇듯 충실히 이식했으며 가정용을 위한 배려까지 확인할 수 있는 크레이지 택시 3. 자체만을 놓고 본다면 상당히 재미있는 게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전작들과 비교해서 커다란 차이점이 없다는 점은 아쉬운 점이다. 새로운 스킬들이 등장했고, 새로운 맵이 등장했으며, 새로운 차량과
캐릭터가 등장했지만 전체적인 게임의 변화점들은 결코 '후속작'이 아닌 '확장팩' 수준의 변화일 뿐이다.우리는 커다란 시스템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전작보다 나아진 혹은 변화가 있는 플레이를 기대한다. 후속작이 나오게 된다면, 뭔가 변화가 있기를 기대해본다.

크레이지 X모드를 하려고
크레이지 택시를 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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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의 맵은 지루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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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의 문제도 있다. XBOX에서도 같은 현상이 생기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PC용에서는 라이트가 들어오는 맵에서는 라이트에 잔상이 생기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게임을 하다가 시야를 가려서 게임을 진행하는데 불편함을 준다. 또한 다양한 사양과 하드웨어를 가지고 있는 PC유저들을 배려하지 못한 점도 지적하고 싶은 부분이다.

이렇게 번쩍거리는 그래픽은 눈이 아프다
세가답다는 말..
게임을 제작하는 제작사의 입장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유저들이 하나의 틀에 그 제작사를 가두려고 하는 것일 것이다. '창조는 생명'이라는
모토로 제작된 크레이지 택시인만큼 자체를 충분히 칭찬해 줄 수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시리즈가 계속되면서, 전형적인 시리즈물의 한계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크레이지 택시. 이 작품을 보며, 재미와 함께 세가 특유의 '창조' 정신이 그리워지는 것은 필자만일까...

창조는 어디에 팔아먹은거냐!
한 때는 게임시장에서 2위를 고수할 정도로 잘나가던 회사였지만 이제는 과거의 아이템만을 재탕하는 식으로 나아가고 있는 세가. DC시절에 보여주었던 Rez나 스페이스 체널 5, 네플테일같은 세가만의 느낌을 가졌던 게임들이 이제는 나오지 않는 것일까? 크레이지 택시의 후속작이 나온다면 이 시리즈의 재미는 그대로 간직하면서 세가다라는 찬사가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변화 역시 기대해본다. 세가여. 다시 세가로 돌아오라~

이봐.. 좀 싸게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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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지 스탑을 모른다면 클리어 하기 어려운 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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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할아범 센스 하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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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도 질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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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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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빨리 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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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든 거침없이 질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