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임새 있는 시나리오가 아쉬운 게임
오랜만에 보는 비주얼 노벨
해피팩토리는 미션 오브 머더, 프린세스 나이츠 등의 일본 성인게임을 유통하는 업체로 잦은 심의등급 결과에 관한 뉴스를 많이 탔던
유통사다. 일본 성인 게임들은 국내에서는 허용하기 힘든 지나친 성묘사가 다수 등장하는 관계로 그동안 국내에서는 정식으로 즐긴다는게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방법이 있다면 어둠의 루트 정도? 하지만 심의를 통과하기 위해 4~5번이나 게임을 수정해서 심의를 넣는 해피팩토리의
눈물겨운 노력에 의해 국내에서도 얼마전부터 일본 성인 게임이 하나 둘 정식 발매되고 있으니 성인 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들은(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지만...)정말 해피팩토리에 감사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지금부터 소개할 리얼라이즈 미 역시 이 해피팩토리에서 출시한 게임으로 성인
게임에서 자주 사용되는 장르인 비주얼 노벨 형식의 게임이다.(18세 이하 독자들을 위해 노출이 심한 사진에 모자이크 처리를 했습니다.
게임에서는 정상적으로 나오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느껴봐~
비주얼 노벨인데 시나리오가...
비주얼 노벨 방식의 게임은 게임의 특성상 스토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비주얼 노벨은 말 그대로 게이머에게 별다른 조작을 요구하지
않는 일종의 영상 소설이기 때문이다. 리얼라이즈 미의 스토리를 살펴보면 카즈키라고 하는 게임제작자의 꿈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이 어느날 갑자기
게임과 현실 세계를 연결하는 게이트를 열 수 있는 능력이 생겨서 게임과 현실을 오가며 게임 속 히로인들과 로맨스를 즐긴다는 내용이다.(물론
전부 야한 게임 -_-;)상당히 특이한 스토리라인이다보니 게이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완성도. 스토리의
전개가 흥미진진한 것도 아니고 흘러가는 흐름조차 너무 뒤죽박죽이다보니 게임에 몰입하는게 상당히 힘들다.(그나마 한글화가 잘 되어 있으니
다행이지 아니었으면...)게임 속 캐릭터가 위기에 처해 있을 때 소환해서 같이 고민하다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게임 회사로 같이 찾아가는
것은 조금 억지스럽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다고 하더라도 야행탐정2에 나오는 히로인 와카나를 소환해서 야릇한 상황을 만드는 장면이 나오다가
갑자기 마왕혼이라는 게임의 히로인인 리디와 그의 주인 사우드 간의 이야기 흘러나오는 이유는 무엇인지... 물론 필자가 이런 장르의 게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 더 안좋은 느낌을 받은 것일 수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리얼라이즈 미의 스토리가 사람들을 확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자칫하면 야한 그림을 보기 위해 마우스 노가다를 해야 하는 게임으로 인식되기 쉽다는 것이다.

뭐..진행은 이런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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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이렇게 선택할 수 있다. 게임을-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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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명의 히로인...
리얼라이즈 미에는 아리사카 마유, 시바하라 와카나, 이리이, 묘우진 에미리, 후카미 료코, 카도쿠라 사야이라는 6명의 히로인이 등장한다.
이중에서 카도쿠라 사야와 후카미 료코는 실존인물로 설정되어있고, 나머지 4명은 각각 카즈키가 플레이하는 성인게임의 주인공들로 설정되어있다.
스토리의 설정자체가, 각 히로인들이 리얼라이즈 미의 주인공이 플레이하는 게임 속 인물들이기 때문에, 각자의 스토리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 몇
명을 예로 들면 시바하라 와카나는 야행탐정2에 나오는 인물로, 동생 아리사카 마유가 밤마다 이상한 행동을 해서 탐정에게 의뢰한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고, 이리이의 경우에는 Mk.II라는 로봇의 일종으로 원래는 순수하기 그지없는 로봇이지만, 주인공 카즈키가 게임 속에서 여성의 눈을
뜨게 하는 부품(설정이 참..-_-;;)을 장착시킨 뒤 게이트를 열어 현실세계로 소환, 그렇고 그런 장면을 연출한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6명이나 되기 때문에 시나리오의 볼륨도 나쁘지 않고 히로인들의 외모는 괜찮은 편이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시나리오의 완성도가 떨어지다보니
게이머들이 히로인에게 푹 빠지는데는 무리가 있다. 너무나도 급작스럽고, 부실한 스토리 전개 덕분에 게이머가 그녀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비주얼 노벨 게임에서 시나리오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뭐..진행은 이런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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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성인 게임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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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단순한거 아니야?
필자가 이 게임을 하면서 느낀 것은 복잡하고 다양한 시스템으로 무장한 요즘 게임들에 익숙해진 게이머들이 재미를 느끼기에는 이 게임이 너무
단순하다는 것이다. 비주얼 노벨 장르 자체가 원래 스토리 위주이기 때문에 복잡하지 않기는 하지만 이 게임의 경우에는 좀 심하다.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많이 사용되는 호감도 시스템은 커녕 거의 모든 비주얼 노벨 게임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분기점도 없어 무작정 마우스만
클릭하고 있어도 게이머들이 원하는 CG가 나온다. 영상과 스토리를 즐기는게 핵심인 비주얼 노벨 게임의 시스템이 복잡한 것도 말이 안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게이머가 게임에 관여하고 있다는 느낌은 주는게 좋지 않을까? 게다가 게임의 호감도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사운드 역시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했으며 인터페이스 역시 그리 깔끔하다고 보기 힘들다.(처음에는 세이브를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상당히 당황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자동 세이브. -_-;)성인용이라는 것 외에는 특별한 장점을 찾기 힘들다는 얘기다.

스토리 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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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라이즈 룸을 통해서 원하는 신부터 플레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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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리얼라이즈 미. 해석하면 "나를 이해해주세요"인데 솔직히 필자는 제목처럼 게임에 등장하는 그녀들을 이해하고 실감하는 것은 무리였다.
너무나도 급작스럽게 전개되는 시나리오와 게이머가 생각이라는 것을 하지 않아도 되게 만드는 단순한 시스템이 필자로 하여금 게임에 호감을 갖지
못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해피팩토리에서 이 게임을 국내 출시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 안쓰럽긴 하지만 필자에게는 이 게임에서 성인용이라는 것
외에 다른 장점을 찾기 힘들었다. 혹시나 했지만 결국 필자에게 이런 게임은 맞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경험이 된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물론 사람마다 재미의 기준이 다를테니 필자의 기준을 강요하고 싶진 않다. 단지 필자처럼 가만히 마우스만 눌러도 게임이
끝나는게 싫은 사람은 이 게임을 구입하지 않는게 현명하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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