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을 알려주마2]'스피드 핵을 아시나요?'

방학을 맞아 미란이는 자신이 평소 관심을 가져온 '진짜 재미있어' 온라인 게임이 오픈 베타서비스가 되자 바로 가입하고 게임을 즐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게임 속에서 옆에서 같이 달리는 캐릭터들 중 몇몇은 미란이와 동일한 레벨임에도 불구하고 훨씬 빠르게 달리고 싸울 때도 엄청 빠르게 타격을 가하는 것이 아닌가. 미란은 '뭔가 아이템이나 특별한 것이 있겠지'하면서 여기저기 플레이 중인 게이머들에게 물어봤다. 그 중 한 게이머가 그 현상에 대해 알려줬다.

유저1 >>"그건 '스피드 핵'을 사용하는 거예요"

미란 >>"'스피드 핵'이 뭔가요?"

유저1 >>그건 해킹 프로그램의 일종인데 게임 속도를 빠르게 해주는 거예요

일반적으로 '스피드 핵'은 게임의 속도를 빠르게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혼자서 게임을 즐기는 PC게임은 아무리 능력치를 높이거나 해킹 프로그램을 사용한다고 해서 남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온라인 게임은 불특정 다수가 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해킹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게이머들에게 일반 게이머들은 뒤쳐질 수 밖에 없다. '스피드 핵'이 파생하는 문제점을 알아보도록 하자.

첫째, '스피드 핵' 사용은 페어 플레이가 안되기 때문에 다른 게이머들에게 손해를 끼친다.
둘째, '스피드 핵'은 게임 서버에 너무나 많은 데이터를 보내기 때문에 서버를 불안하게 만든다.
셋째, '스피드 핵'은 게이머 PC의 속도를 강제로 높이기 때문에 CPU나 각종 하드웨어에 손상을 줄 수 있다.
넷째, '스피드 핵'은 크래커 혹은 해커들이 만든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위험하다.

'스피드 핵'은 그 존재만으로도 게임의 밸런스를 무너트리는 문제점이 있다. 보통 게이머들이 100이라는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 100시간을 투자한다면 '스피드 핵' 게이머들은 1/10의 시간을 가지고 그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된다. 남들이 몬스터를 한 대 때릴 때 자신은 10대를 때린다면 아무리 게임을 못하는 게이머라도 쉽게 몬스터를 확실하게 잡을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게임이 본래 기획했던 밸런스를 무너트리게 되는 것이다.

미란이는 자신만 뒤쳐질 수 없다는 생각에 다른 게이머들에게 부탁해 '스피드 핵'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다른 게이머들처럼 멋진 아이템으로 치장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매우 짧은 시간에 다른 게이머가 들고 다니는 멋진 검을 가지고 싶었던 것이다. 얼마 후 미란은 '스피드 핵'을 이용해 원하던 아이템을 남들보다 10배나 짧은 시간에 얻을 수 있었다.

미란이가 즐기는 온라인 게임에서 '스피드 핵' 게이머가 늘어가자, '스피드 핵'을 사용하지 않는 다른 게이머들이 불평하기 시작했다.

일반 게이머 >>님아 '스피드 핵' 사용하지 마세요…

미란 >>왜요?

일반 게이머 >>'스피드 핵' 사용하면 전투할 때 님만 유리해요. 남 겜하는 거 방해하자나요

미란 >>그런가요?

일반 게이머 >>당연하죠. 몬스터 나오는 족족 빨리 달려가서 잡아버려서 보통 게이머가 게임을 할 수 없을 지경이에요…

미란 >>……

이런 행위는 남들과 달리기를 할 때 자신은 자전거를 타고 결승선을 통과하는 행위기 때문에 게이머들에게 인정받기 힘들다. 한마디로 반칙을 한 것이다.

아주 불행하게도 국내 온라인 게임의 경우 완벽할 정도로 설계된 경우가 많지 않다. 그래서 일정 시간 동안 네트워크로 받을 수 있는 데이터에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1초에 1만 개의 패킷(네트워크 데이터 단위)를 처리하게 설계된 게임 서버가 있다고 가정하자. 1초에 1명의 게이머가 10개의 패킷을 보내도록 설계된 클라이언트에 '스피드 핵'으로 10배 빠르게 실행 시킨다면 초당 100개의 패킷이 전송된다.

즉, 1000명(1만개 서버 처리 가능 패킷 량 / 초당 10개 게이머 패킷 수 기준)이 접속하는 서버에 스피드 핵 게이머 한 명이 출현하면 다른 10명분의 패킷을 잡아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네트워크 대역폭뿐 아니라 게임 서버의 처리 용량도 부당하게 사용하는 것이다.

'스피드 핵' 게이머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게임 서버의 다운이 늘었다. 미란이도 그래서 몇 번인가 백 서비스를 당해서 아이템을 잃어버리기까지 했다.

운영자1 >>게이머님… '스피드 핵'을 계속 사용하시면 계정을 압류하겠습니다.

미란 >>왜요?

운영자1 >>왜냐면 '스피드 핵'으로 인해서 게임 서버가 불안해져서요.

미란 >>그게 무슨 말이죠?

운영자 >>'스피드 핵'을 사용하면 게이머님이 보내는 평소 데이터보다 몇 배 이상 많은 데이터를 보내요. 그래서 서버 처리 능력을 초과하게 되는 겁니다.

미란 >>그래서 요즘 백섭이 자주 일어나나요?

운영자 >>부끄럽지만 그렇습니다. 다음 주부터는 '파이어월'을 구매해 설치할 예정입니다. 덕분에 상용화 일정도 당겨졌어요…

미란 >>이런 줄 모르고 사용해서 미안해요

최근에는 업체들이 'nProtect'와 같은 파이어월 프로그램을 사용해 '스피드 핵'을 써서 서버에 타격을 주고 있는 게이머들을 잡아내고 있다. 서버 역시 똑똑해져서 일정 시간에 너무 많은 패킷을 보내는 게이머가 있으면 '스피드 핵' 게이머로 생각하고 쫓아내기도 한다.

하지만 필자의 경험에서 볼 때 오픈 베타서비스와 클로우 베타테스트의 경우 대부분의 게임 서버가 '스피드 핵'에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어떤 온라인 게임은 '스피드 핵' 프로그램을 가동하면 다운되는 게임 서버가 있을 정도로 취약한 서버도 있다. 이런 식으로 몇 번 당한 회사는 비싼 돈을 들여 상용 '파이어월'을 구매 하거나 필요도 없는 하드웨어 장비를 구매하게 된다. 이 모두는 모두 개발비를 상승시켜 온라인 게임의 경쟁력을 갉아 먹는다. 결국은 개발비 부담으로 인해 미완성 상태로 상용화를 강행하게 되는 악순환이 되는 것이다.

어느 날 미란은 더 좋은 아이템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스피드 핵'을 이용해 게임을 하다가 컴퓨터 전원이 나가는 사태가 벌어졌다. 본체 뒷면에서는 메케한 냄새가 풍겼다. 컴퓨터를 잘 모르는 미란은 컴퓨터를 수리를 맡길 수 밖에 없었다.

수리를 한 결과 CPU와 보드가 과열로 타 버렸다는 것이었다. 미란이는 30만원이 넘는 돈을 주고 새로 부품을 갈 수 밖에 없었다. 컴퓨터가 새로 오던 날 컴퓨터 기사 아저씨가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를 자세히 알려줬다.

아저씨 >>'스피드 핵'을 사용하면 CPU가 처리할 용량 이상의 속도로 실행되어 CPU가 과열 되는 겁니다. 그러다가 쿨러가 안 좋던가 CPU 회로 노후가 빨라지면서 타 버리게 되는 겁니다.

미란 >>ㅠ.ㅠ 다시는 '스피드 핵' 안 쓸 거예요

가정을 해보자 100 미터를 10초에 달리는 자동차에게 1초에 달리라고 하면 엔진에 무리가 안가겠는가?

컴퓨터는 섬세하게 개발된 하드웨어이다. 윈도우에서 시간을 빨리 가게 하려면 결국 CPU를 정해진 시간보다 빨리 실행시켜야 한다. 즉, CPU에 무리를 가게 하는 것이다. CPU는 약간 더 과부하 처리를 하더라도 다운되거나 CPU 자체가 타는 사태가 적다. 제조사에서 어느 정도 여유를 두고 성능을 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피드 핵'에서 속도를 높이는 행위는 약간의 CPU 무리가 아니라 정격 출력의 몇 배를 강요한다. 장시간 CPU가 이런 고된 작업을 하다가 용량이 초과되면 CPU 자체가 과열로 회로가 타는 일이 벌어진다. 평균적으로 인텔 CPU는 70~80도 정도의 온도이고 AMD 계열은 이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일 게이머 컴퓨터 CPU 팬이 시원치 않던가 어느 순간 서버리면 바로 CPU 회로가 타버리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잘못 CPU가 탈 경우 보드까지 바꿔야하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에 적어도 수십 만원의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개발사 입장에서 10억원이 넘게 개발한 온라인 게임 서버를 죽이는 '스피드 핵' 피해에 비하면 비교를 할 수 없겠지만 대부분 '스피드 핵'은 어린 학생이 그 피해를 모르는 상태에서 사용하기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은 매우 크다.

빠른 레벨 업을 원하다가 CPU가 타버려서 CPU를 새로 사는(잘못된 레벨 업을 하는) 우를 범할 수 있는 것이다.

어느 날 밤 미란이는 온라인 게임을 정상적으로 즐기다가 야간 특별 아이템 증정 이벤트 공지를 발견했다. 참을 수 없는 유혹으로 미란은 다시 '스피드 핵'을 설치하고 게임을 즐겼다.

그런데 며칠 후 컴퓨터 안의 파일이 지워지고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데 하드를 읽고 있거나 네트워크 랜 카드 전송이 깜빡 거리는 일이 일어났다.

컴퓨터를 잘 모르는 미란이는 컴퓨터를 잘 아는 오빠에게 컴퓨터를 만져 달라고 부탁 했다. 이리 저리 살펴 본 친척 오빠는 '스피드 핵'을 지우며 아무래도 스파이웨어가 있다고 했다.

오빠 >>미란아…누가 만든 것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프로그램은 함부로 인스톨하는 것이 아니란다.

미란 >>왜요?

오빠 >>프로그램 내에 보이지 않는 목적으로 안 좋게 실행되는 프로그램이 숨겨져 있을 수 있거든.

미란 >>아… 그래서 컴퓨터가 이상했던 건가요?

오빠 >>그래. 앞으로 조심해라

심하게 말하면 개인 게이머는 사실 게임 회사의 온라인 게임 서버가 죽던 안 죽던 별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스피드 핵' 프로그램 내부에 트로이의 목마 형태의 스파이웨어(스파이웨어 : 숨겨진 프로그램으로 본래 목적 외의 행동이나 자료를 유출시키는 프로그램)가 숨겨져 있을 수 있다고 하면 입장은 달라진다.

필자가 본 '스피드 핵' 프로그램이나 해킹 프로그램의 20% 정도가 이런 스파이웨어 프로그램을 내장하고 있었다.

필자가 얼마 전 발견한 프로그램은 게이머 몰래 PC에 스팸 메일을 보내는 코드를 가지고 있어서 전 국민이 알고 있는 '김하나'씨의 스팸 메일을 발송하도록 하고 있었다. 관리가 잘 안되는 대학 컴퓨터나 게임 방에서 이런 스파이웨어에 많이 감염되어 있지만 '스피드 핵'이나 해킹 툴 내부에 이런 악성 코드를 숨기는 경우도 심심치 않다.

이런 스파이웨어 프로그램은 사용자의 PC의 정보를 지우거나 유출하거나 해킹 경유지로 사용되거나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함부로 사용하면 자기 자신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에 자제해야 한다.

결론

'스피드 핵'은 온라인 게임 플레이어들의 사회 악이다. 자기가 잘되기 위해 남의 플레이를 방해할 뿐 아니라 게임의 밸런스를 무너트리며 심각하게는 온라인 게임 서버를 다운시키는 행동까지 한다.

물론 게이머들은 자신이 단기간에 상위 레벨이 되어 자랑하고자 하는 심리가 있겠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위험은 자기 자신에게도 있다.

과도한 '스피드 핵'으로 인해 CPU가 타버리는 경우를 당하거나 이보다 더욱 안 좋게 스피드 핵 내부의 스파이웨어로 인해 저장된 자료를 날리거나 외부로 중요한 개인 자료를 유출 당하고 심각하게는 해킹의 중간 경유지가 되는 경우를 당할 수 있다.

온라인 게임을 즐기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남들과 경쟁하는 것은 공평한 조건에서만 허용되는 것이다. 개발사의 개발 비용을 높이고, 리스크를 높이며 플레이를 하고, 게이머들에게 피해를 주고, 심지어 자신에게 손실을 가져올 수 있는 '스피드 핵'은 사용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호광 객원기자testcode@korea.com

정동범 게임동아 기자blackbird@gamedong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