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日本, 게임시장불황 이렇게 해결했다(1부)

지난 10년간 대대적인 불황으로 극심한 경제적 타격을 입었던 일본은 최근에 와서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에서 생활하다 보면 '이제 경제 불황은 없을 것'이라는 말들을 주변에서 쉽게 들을 수 있지만 아직 체감 경제는 부흥했던 시절만큼 회복되지 않은 것 같다. 게임시장도 경제불황의 피해를 보긴 마찬가지.

하지만 게임업체들은 독자적인 해결방법을 통해 경제불황 속에서도 100만장 판매를 기록하는 등 나름대로의 돌파구를 찾아냈다. 과연 일본 게임업계가 불황 속에서도 꾸준히 판매량을 유지하고 발전해 올 수 있었던 비결은 어디에 있는가.

불황의 이유를 판단하다

흔히 일본 게임업계는 중고 소프트웨어의 범람과 온라인 게임의 등장으로 비디오 게임이 죽어간다고 말한다. 하지만 최근 닌텐도 이와타 사장이 자사 사업 방침회의에서 발표했 듯 게이머의 취향이 바뀐 것에 대한 대처가 늦었다고 판단하는 것이 옳은 것 같다.

이에 일부 업체들은 자사의 판촉 전략에 변화를 주면서 새로운 게이머들을 유도하는 것에 실패한 대책으로 올드 게이머들의 재 유도를 강구하기 시작했다.

조금 논외적인 얘기가 될지 모르나 그 성공적인 예로는 닌텐도의 GBA용 '게임 클럽 패밀리' 시리즈가 대표적이라고 하겠다. 닌텐도는 게이머의 향수를 최대한 불러일으켜 게임으로의 복귀를 강구하기 위해 이 전략을 사용했다. 전략은 적중했고 다른 업체들도 불황타개 및 판매 전략의 변화를 꾀하기 위해 이 전략을 도용하고 있다.


추억의 게임들이 힘을 얻는다

|


새로운 타개책으로 불황을 해결

---|---

일본 게임시장 부활의 초점은 아케이드 시장

하지만 이러한 닌텐도 식의 전략은 하나의 독특한 전술의 예는 될 수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않았다. 일본 개발사들은 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비디오 게임의 변화를 꽤했다.

흔히 사람들은 비디오 게임이라고 하면 가정용 게임으로 한정해 생각하려는 경향이 크다. 그 규모가 크고, 날마다 수많은 하드웨어와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쏟아지기 때문.

하지만 원래 비디오 게임은 아케이드 게임과 가정용 게임 두 부류로 이루어져 있으며 게임업체들은 가정용 게임이 경제 불황 속에 더 이상 팔리지 않게 되자 아케이드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일본의 게임시장 불황 타파, 그 중심에는 아케이드 게임이 있었다.

불황을 모르는 일본 아케이드 게임센터

일본 아케이드 게임센터는 일본의 극심한 불황에도 꿋꿋이 버틸 수 있는 개발사들의 방패막이 됐다. 대표적으로 세가는 자사 자체의 자금압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에도 세가의 대형 오락실 체인점인 '세가클럽'을 여전히 종합 엔터테인먼트 센터의 이미지로 남도록 고집했다. 이유는 대형 아케이드 센터가 불황 속에 가장 흥행에 유리한 통로였기 때문이다.

일본의 대형 아케이드 게임 종합 센터에는 우리가 잘 아는 철권, 버추어 파이터 뿐만 아니라 기계만 5미터가 넘는 대형 체험 게임, 캐주얼 게임(프라이즈 머신), 메달 게임, 빠칭코, 경마 게임 등 다양한 게임들이 전시되어 있다.

세가 클럽


이런 게임들은 꾸준히 인기를 유지하면서 그 위치를 점차 확장해가고 있는 추세다. 한국의 경우 프라이즈 머신 등은 게임이 아닌 상품을 얻기 위한 도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하나의 놀이문화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 현 일본의 상황이다.

예를 들어 연인들이 함께 게임센터를 갔다고 했을 경우 같이 할만한 게임이 없었다고 하자. 그렇다면 그들은 자연스레 프라이즈 머신이 있는 곳으로 발을 옮길 것이다.

이렇듯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도 아케이드 게임은 흥행의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밖에도 일본 개발업체들은 게임의 골수 마니아들을 게임센터로 불러들이기 위한 색다른 게임들의 제작을 통해 불황을 해결하고자 하고 있다.

'카드' 시스템으로 게임센터의 코스트를 올린다

최근 일본 게임센터에서는 카드(데이터 입력카드)를 기반으로 즐기는 게임이 상당히 인기를 끌고 있다. 카드를 사용하게 되면 RPG를 즐기듯 자신의 캐릭터를 육성하고 상대와 겨룰 수도 있다. 이러한 이점 때문에 카드를 지원하는 게임이 큰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고 많은 개발사들이 카드 연동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

---|---

이미 일본에선 대다수의 게임이 카드가 적용되고 있는 상황. 세가에서도 차후 '버추어 스트라이커' 등 최신작에 적용될 거라고 한다.

코나미의 '유희왕'이 대표적인 예다. 이 게임은 이미 여러 종의 시리즈를 만들어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다. 세가의 경우도 카드 배틀 형식의 게임을 아케이드 와 접목시켜 게임센터에서 즐길 수 있는 카드게임을 개발해냈다.

여기에 최근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일본의 인터넷 환경은 이러한 카드 연동 시스템이 네트워크로 연결되도록 해 게이머들끼리의 경쟁도 가능토록 만들었다.

'카드 데이터 링크 시스템'이라고 하는 이 방식은 '버추어 파이터4'에서 시도되어 현재 큰 붐을 일으키고 있다. 이 방식은 단지 개인 카드에 기록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중앙 서버에 기록되어 게이머끼리 대전뿐만 아니라 아바타까지 육성 할 수 있다.

최근 1억장이상 카드가 팔린 세가의 '무시왕'

|

세가의 '버추어 파이터 4'

---|---

'버추어 파이터4'의 성공은 이미 일본 내부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추후 격투 게임 제작 업체로 유명한 남코, 사미, SNK 등의 개발사들이 속속 이 '카드 데이터 링크 시스템'을 채용해 사용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버추어 스트라이커, 야구 등 스포츠 게임에서도 이 시스템을 채용하기에 이른다.

조만간 발매될 예정에 있는 남코의 '철권5' 역시 이 시스템의 채용으로 혁신적인 아케이드 시장의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2부에서 계속)

김규만 게임동아 일본 특파원 (mecklen@gamedonga.co.kr)

게임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