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 게임 전문가 8인이 말하는 권호

세계를 주름잡는 격투 게임인 '버추어 파이터(이하 '버파')', '철권' 같은 3D 대전 격투게임을 온라인에서도 즐길 수 있을까? 정답은 '예쓰'다. 한게임에서 준비하고 있는 본격 3D 대전 격투게임 '권호'가 세상에 등장하면서 3D 대전 격투 게임이 온라인에서도 즐길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아직 '권호'는 1차 클로즈 베타 서비스까지만 진행된 상태로 완성된 게임은 아니다. 29일 2차 클로즈 베타 서비스를 앞두고 대대적인 프로그래밍 수정 작업이 있었고, 그를 바탕으로 보다 완성도 높은 변신을 꾀하고 있는 중인 것.
그런 '권호' 앞에, 국내의 기라성 같은 격투 게임 전문가들이 모였다. '철권 5' 현 세계 1위 박현규 씨와 '철권 커뮤니티' 운영자 윤형덕 씨, 그리고 '버추어 파이터 다이어리' 운영자 김영대 씨, 현 '권호' 래더 2위 이승훈 씨 등 격투 게임 마니아 8인이 '권호'의 개발자를 찾았다. 격투 게임 전문가인 이들은 과연 '권호'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에 게임동아에서는 이들이 '권호'의 개발사인 라디오 게임즈를 찾아가 나누는 얘기를 몰래 엿들어봤다.


지난 24일 오후 8시. 8인의 전문가가 논현역 소재의 라디오 게임즈로 찾아가자 라디오 게임즈에서는 이도경 공동대표가 나와서 이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이도경 공동대표는 '권호'의 아버지 격인 인물로, '권호'의 메인 프로그래밍과 게임 밸런싱, 그리고 시스템적인 부분을 전부 담당하고 있는 담당자. 이도경 대표는 이들을 맞아 먼저 운을 띄웠다.

"아직까지 '권호'를 '철권'이나 '버파'와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두 게임의 경우 거의 10년 이상씩 수정되고 보완된, 완성도 높은 게임인데 반해 '권호'는 이제 개발기간이 1년 밖에 되지 않았고, 인원도 그런 게임의 1/10 정도 수준 밖에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격투게임'이라고 하는 테두리 안에서, 심리적인 부분에 대해서나 시스템적인 부분에 대해서 우리가 온라인상에 맞게 소화를 시켜서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게 우리가 하고 싶은 일입니다."

이 대표는 이렇게 운을 띄우면서, 1차 클로즈 베타 서비스 때 까지의 '권호'가 어떠했는지, 전문가들에게 찬찬히 물어보기 시작했다.


- 제 1장 '권호'의 첫인상 -
'권호'에 대한 첫 느낌은 '동영상'으로만 보다가 처음 게임을 실행시켜보니 '이만한 완성도에 깜짝 놀랐다'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권호' 초창기 시절 동영상이 공개된 적이 있었는데, 이게 매우 단순해서 많은 사람들이 적잖이 실망한 기색을 보였었다는 것. 하지만 실제로 1차 클로즈 베타테스터로 선정된 후 게임에 들어가자 그러한 인식이 싹 바뀌었단다.


"오, 이정도면 정말 해볼만 한데?" "언제 이정도까지 완성 버전을 개발했을까." "이것, 조금만 더 보강하면 대박나겠는 걸?"

확실히 '권호'의 첫인상은 이들 전문가들에게도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철권' '버파' 등 기라성 같은 게임에 눈높이가 맞춰져 있는 이들에게도 '권호'의 그래픽과 시스템은 일정 수준을 능가하는 상태였음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그외에도, 실제 게임 얘기에 들어가자 전문가들의 분위기는 새삼 달라졌다. 특히 1차 클로즈 베타 서비스 시절 중 마지막 날에만 간신히 플레이를 해봤다는 김영대 씨는 흥분한 체로 말을 이었다.

"제가 이 게임을 많이 해본 건 아니에요. 대충 300판 정도 해봤는데, 이 게임이 은근히 사람을 약올리는 게 있어요. 지니까 약오르고, 그런 감각. 그런 게 격투게임엔 중요하거든요"

이말에 사람들이 한바탕 웃고나서, 짐짓 조용해지자, 다시 공방에 대한 얘기와 '버파' '철권'에 대한 비교의 얘기가 한동안 토론장을 감쌌다.

특히 배경 등 그래픽의 훌륭함과, 모션캡처를 하지 않고 수작업을 했음에도 전혀 이질감없이 동작이 표현된 것에 대해 전문가들 스스로 놀라는 면을 보였다. 확실히 정통 대전 격투 게임을 표방한 '권호'의 첫 느낌은 이들에게 70% 이상의 만족감을 준 것처럼 보였다.

한동안의 '권호' 첫인상에 대한 얘기가 있고나서, 이도경 대표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렇게 '권호'를 칭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부족한 점이 많을텐데 더 노력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이제부터는 '권호'의 부족한 점에 대해 들어볼까 합니다. 아주 세밀한 것부터라도, 전부 얘기를 해주시면, 다음 오픈 베타 서비스 등 향후에 많은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 허심탄회하게 얘기해주세요."

그렇게 해서 토론회는 다시금 '권호', 어떤 점이 개선되어야 하는가로 테마가 정해져서 다시 흘러가기 시작했다.


- 제 2장 '권호'의 부족한점 -

전문가 키워드 1) 권호의 부족한 점 : 조작체계
전문가들은 '권호'의 부족한 점으로, 조작체계를 꼽았다. 온라인 게임인만큼 필연적으로 '렉'이 발생하는데, 이 '렉'으로 인해 입력이 유실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여러 개의 버튼을 누를 수 없는 '키보드'의 단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입력이 유실된다는 점은 '순간의 싸움'과 '타이밍'을 중시하는 격투 게이머들에겐 커다란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행한 큰 공격을 방어하고난 후에는 '막았으니까 내가 유리하다'는 상황이 되어야 명확한데, 렉으로 인해 그렇지 않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경우에 따라 키보드 버튼이 동시에 입력되지 않기 때문에 에로사항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는 일반 키보드 뿐만 아니라 일부 노트북에서도 적용되는 문제로 지적됐다.
김영대
: "키보드 입력이 문제인지, 저는 이상하게 '태권도' 캐릭터의 기술은 안나가는 경우가 있었어요. 그에 반해 '팔극권'으로 해봤더니, '팔극권'은 태권도보단 기술이 잘 나가더라구요. 입력하는 부분이 조금 빡빡하게 프레임이 잡혀서 그런가.. 여튼 제겐 어려운 캐릭터가 있네요."
장현진
: "상대방의 기술을 막았을 때, 예를 들어 '잡기'가 확정인 상태이지만 안 잡히는 경우가 있더라구요. 잡혀야 하는데 잡히지 않고 오히려 반격을 당하니까, 막은 사람이 오히려 고민하는 상황이 되는 경우가 있던데요."
이에 대해 이도경 대표는 입을 열었다.
"지적해주신 문제점들은 며칠 뒤에 있을 2차 클로즈 베타 서비스나 향후 오픈 베타 서비스 시에 상황에 맞게 조절될 것입니다. 다소 렉 때문에 프레임이 망가지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이는 입력 시의 '입력구간 설정'을 좀 더 보완하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다고 보여집니다. 여러 개의 키가 눌러지지 않는 키보드의 경우 키보드 마다 일일이 다 대응해서 만들 수는 없지만 중복으로 많이 누르지 않는 방향으로 조작체계를 개선해나가겠습니다."

전문가 키워드 2) 권호의 부족한 점 : 회피
두 번째로 전문가들은 '권호'의 부족한 점으로 회피 시스템을 들었다. '권호'에는 상중하의 개념, 카운터의 개념, 콤보 개념 등 완성도 높은 대전 시스템이 자리잡아 있지만, 아직까지 회피 시스템이나 이동 시스템은 완성되어있지 않은 느낌이라는 것. 현재 회피 시스템은 단순히 위 아래로 피하기만 하는 방식으로, 이것만으로는 3D의 공간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싸운다고 하기엔 다소 미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었다.
이런 의견에 대해 이도경 대표는 "아직 다른 개발 일정 때문에 제대로 신경을 못 썼지만, 회피 시스템도 지금 몇 가지 안을 연구 중입니다. 예를 들어 '철권'의 횡신 시스템 같은 시스템을 도입하면 8방향 이동이 가능해 훨씬 스무스한 3D 대전 격투 감각을 느끼실 수 있겠지요. 하지만 회피 시스템은 어떻게 추가되건 간에 게임 밸런싱을 확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현재는 여러 시스템을 보고 있는데,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고민중인 상태입니다. 조만간 멋진 회피 시스템을 구경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전문가 키워드 3) 권호의 부족한 점 : 캐릭터 수, 개성이 적다
'철권'이나 '버파'를 주로 했던 전문가들이 보기에, 딱 4가지 형밖에 없는 '권호'의 캐릭터는 너무 적은 것이 아닌가. 전문가들은 '권호'의 아쉬운 점이 이런 적은 캐릭터와 함께, 정통 대전 격투게임을 표방한 나머지 너무 정형적으로 굳어져 있는 것은 아닌가, 우려를 표시했다. 즉, 이들은 상상을 완전히 깨는 캐릭터들, 예를 들어 '철권'의 캥거루나 북극곰처럼 색다른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캐릭터를 원했다. 확실히 지금의 '권호'는 다들 중후한 분위기 일색으로 표현되어 있어 취향이 한정된 느낌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이에 대해서도 이도경 공동대표는 "아직까지는 4가지 종류의 권법 캐릭터 밖에 준비되고 있지 않지만, 현재 잡기 중심의 캐릭터 등 지속적으로 권법 캐릭터가 추가될 예정입니다. 어디까지나 지금은 개발단계라는 것을 염두에 둬 주십시오. 색다른 감각의 캐릭터 또한 추가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라고 웃으며 대응했다.


- 제 3장, 권호의 미래 -
이렇게 한참을 부족한 점에 대해 논한 후, 곧이어 '권호'가 어떻게 개발돼야 할 것인가에 대한 토론이 벌어졌다. 전문가들이 내놓는 의견들은 실제로 유용한 것들이 대부분으로, 라디오 게임즈 측에서는 따로 메모까지 해가며 의견을 나누었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전문가 키워드 4) 권호의 미래 - 튜토리얼을 보다 재미있게
현재 '권호'의 튜토리얼은 매우 완성도 있게 자리 잡혀있다. 기본적인 시스템에 대한 설명이 잘 나와있을 뿐만 아니라, 상중하로 이뤄진 개념을 잘 표시해두었고 기술도 직접 얼마든지 연습할 수가 있게 되어 있는 상태다. 하지만 이날 토론에서는 '튜토리얼' 자체에도 뭔가 스토리를 넣는다거나, 목적성을 부각시키면 어떨까 하는 의견이 제시됐다. 우스개 소리지만, 모든 기술을 전부 한번에 성공시키면 게임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의 옷이 바뀐다든지, 경험치가 쌓인다든지 하는 부분을 넣으면 게이머들이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라디오 게임즈 측도 이런 의견에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 키워드 5) 권호의 미래 - 이기는 자에게 이익을
사람들이 대전 게임을 즐기는 이유. '철권 5' 세계 1위로 군림하고 있는 박현규 씨는 이에 대해 단적으로 얘기했다.
"간단하게, 상대편을 이기는 것이 즐거워서에요. 난 이기면 계속 게임을 할 수 있고, 상대편은 돈을 넣어야 하잖아요. 결국 내가 상대편의 게임생명을 잡아먹는 거나 마찬가지인 거죠. 난 그게 즐거워서 '철권 5'을 플레이해요."
이 말에 한바탕 토론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하지만 여기에서 캐치할 수 있는 것은, 대전 격투 게임은 상대방을 이기기 위한 것이 목적이며 결국 이김으로써 자신에게는 성취감을, 상대편에게는 분함을 줘야 하는 요소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걸 '권호'에 추구하기 위해 토론이 시작된 것은 바로 계급과 호칭에 대한 부분이었다. 게임을 잘하는 게이머에게는 기본적인 경험치 같은 것 외에도 특별한 '호칭'을 붙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으며, 서버 마다 대전을 통해 최고의 '왕'을 뽑는다든지, 연승을 최고로 많이 한 게이머에게 독특한 '연승왕' 칭호를 줄 수 있도록 하는 방식 등 다양한 얘기가 오고 갔다. 그 외에도 상대방의 아이템을 빼앗을 수 있다든지, 상대방을 엉망으로 만드는 아이템, 그리고 상대방의 경험치를 빼앗는 방식 등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고, 라디오 게임즈 측에서도 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조만간 반영이 되리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전문가 키워드 6) 권호의 미래 - 지속적인 연구거리를 제시하라
오래 사랑 받는 격투 게임의 조건은 무엇인가. 그것은 지속적으로 연구할 과제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철권 TT' 같은 경우 2년은 연습해야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있는데, 이 기술을 사용하면서부터 또다시 새로운 심리전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것. '버추어 파이터 4' 같은 경우도 중단 대시부터 회피-잡기풀기까지 다양하게 연구할만한 거리가 많았다는 게 기존 전문가들의 얘기였다. 따라서 '권호'에도 지속적으로 연구 해야 할 것들이 준비되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이의를 다는 게이머는 없었다.
이에 관련해서, 이도경 대표는 레벨이 올라가면서 파생되는 기술의 분기에 대해 설명했다. 즉, 레벨이 올라간 뒤에는 몇몇 기술이 분기가 되어 자신만의 캐릭터를 조합할 수 있으며, 처음 콤보가 3단 콤보였다면 경우에 따라서 5단 콤보 기술을 손에 넣는 등 지속적인 추가점으로 누구나 오랜 기간 플레이가 가능토록 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 외에도 특정 레벨이 오르면 타격이 5에서 10으로 올라가는 기술을 추가한다든지 다양한 변화를 줄 것이라고 얘기했다.


마지막으로, 토론에 참여한 게이머들은 '고수와 하수의 구분'을 명확히 해줄 것을 제작사에 요청했다. 초보자들이 격투게임에 관심을 가지고 다가왔을 때, 고수로부터 무차별적으로 학살당하고 떠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또한 초보자들이 쉽게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하는 장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게이머들은 입을 모았다.
"단순히 게임 밸런스가 잘 맞는다고 재미있는 것은 아니에요. 대표적으로 '철권TT'의 경우 가장 밸런스가 맞지 않는 게임이었지만, 가장 인기가 있었죠. 모든 사람이 쉽게 강해질 수 있는 감각, 그런 대중성 또한 중요한 요소가 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게이머가 남긴 여운은 라디오 게임즈 이도경 대표의 눈빛을 더욱 반짝거리게 했다.
'권호'는 이제 시작이지만, 온라인 대전 격투게임의 선봉장이 될 것을 바라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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