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위기의 영등위가 나가야할 방향
민간위원으로 구성되어 출범한 지 6년차를 맞는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지금 최대의 시련을 겪고 있다. 어떤 이는 1966년 한국문화윤리위원회로부터 지나 온 40년 동안 기관의 공신력이 이렇게 치명타를 입은 적이 없었다고 했다. 다른 어떤 기관과 달리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생명은 공정성, 독립성, 그리고 도덕성이다. 왜냐하면, 국민들과 업계로부터 신뢰를 잃어버리면 심의업무는 아무런 사회적 효과도 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업무가 일관성이 없다거나 특정업체에 유리하게 심의를 한다는 음해성 의혹들이 있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위원들과 9개 등급분류 소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50여명의 위원들은 양심에 따라 공정하고, 일관성 있게 심의업무를 담당하고 있다고 자부했고, 업계와 시민들 앞에서 떳떳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영상물등급위원회의 공신력이 땅에 떨어졌고, 정의롭게 심의업무를 담당해 온 모든 심위위원들도 크게 상심하게 되었다.
물고기가 제철을 만난 듯 '뇌물을 받고 스크린 경마게임을 전체이용가 등급을 주었다'는 식의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지어내는 언론 기사까지 등장하고 있지만, 읽는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고 있는 것이 오늘 영상물등급위원회 위기의 현주소가 되었다. 특정 위원이 뇌물을 받았는지는 몰라도 우리의 심의 업무에는 추호도 그릇됨이 없었다고 강변하는 것이 의미가 없게 되었다. 믿어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특정 위원과 업체와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검찰의 수사발표는 개인의 성향에 의한 돌발적인 행태일 뿐이다. 그가 해당업체로부터 고문료를 받은 시점도 이미 해당 분과의 심의업무를 떠난 다음의 일이어서 심의에 개입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심지어 그가 부적절한 관계를 근거로 심의에 영향을 주려고 했다면, 나머지 심의위원들이 용납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지금 대내외적으로 혁신을 요구받고 있다. 이에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사건이 일어난 직후 대책회의를 갖고 이러한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뼈를 깎는 자성을 담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또한 후속 조처로 공신력을 상실한 책임을 지고 기관장이 사퇴하는 극약 처방을 단행했다. 이제 임기를 5개월 정도 남겨 놓은 상태에서 위원장의 사퇴는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얼마나 현 상황을 심각한 위기로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위원장의 사퇴로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위원 전원이 무한 책임을 지는 자세로 심의업무의 공정성 유지를 위해 남은 임기 동안 노력할 것임을 천명했다.
심의 시스템을 보완하는 일도 서둘러 추진할 것이다. 그동안 법률적 근거가 미약하다는 이유로 제동이 걸렸던 온라인게임물과 업소용게임물의 심의기준을 조속한 시일 내에 확정 시행할 것이다. 예측가능한 심의를 해달라는 업계의 요청에 신속히 응답해야한다.
공신력은 실추되는 것은 순간이지만, 다시 세우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요구된다. 이번 사건이 영상물등급위원회에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어야할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업계에서 요구하고 있는 심의업무의 전문성에 대한 새로운 성찰이 필요하다. 도덕성이 결여된 전문성은 심의업무에 치명적인 해를 끼친다는 것을 이번 사건은 우리에게 교훈하고 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업계가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다거나, 심의물에 대해 전문성이 없는 인사들이 심의를 담당한다고 볼멘소리를 했었고, 감독기관인 문화관광부도 이러한 업계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 주었다.
그러나 업계와 가까운 인사들이 심의업무에 관여한다면, 늘 공정성 문제나 도덕성 문제는 발생할 여지가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위원과 심의위원은 업계에서 추천한 인사이고, 업계와 늘 관계를 맺는 인사였다. 물론,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전문성이 있으면서도 도덕적으로 검증된 인사들을 선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번 사건은 그 한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감독기관인 문화관광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게임물 등급분류업무를 자율등급이나, 업계에 심의권한을 넘겨주는 방식으로가 아니라 공정성과 도덕성을 더욱 담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책을 마련해야할 것이다.
<본 칼럼은 게임동아의 기사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