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김형돈] 'WOW'의 허와 실
"요즘 무슨 게임 하세요?"
본인을 비롯해 가족이나 친구, 직장동료 등 주위 사람들 중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코흘리개 아이들에서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고스톱 게임을 비롯해 온라인 게임 한두 개 정도는 접해봤거나 현재 즐기고 있을 정도로 게임은 이제 우리 생활속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온라인 게임 업계의 최대 화두는 단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WOW')일 것이다.
'WOW'는 출시전부터 초미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며 오픈 베타테스트와 함께 폭주하는 게이머들로 인해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최근 'WOW'의 유료화가 확정 발표되고 시행되면서 향후 국내 온라인 게임시장에 미칠 영향과 파장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사실 지금까지 국내 온라인 게임시장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리니지2', 웹젠의 '뮤' 등 걸출한 게임들이 넘을 수 없는 거대한 산처럼 버티고 있었으며 그동안 쟁쟁한 외산 온라인게임들이 수없이 국내시장을 공략했지만 번번히 참패를 거듭해 왔다. 그러나 'WOW'는 확실히 달랐다.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블리자드가 만들었기 때문. '워크래프트' 시리즈부터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시리즈까지 한국 게이머들의 입맛에 딱 맞는 게임 개발로 한국 게이머들의 뇌리속에 깊숙히 세뇌되어 있는 블리자드의 최대 역작이기 때문이다
즉 블리자드만의 짜임세 있는 게임성과 방대하면서도 독특한 세계관은 비로소 'WOW'를 통해 그 꽃을 피웠으며 그 꽃의 향기에 한국 게이머들은 열광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뚜껑을 열어본 결과 역시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래픽은 그리 훌륭하다고 할 수 없으나 지극히 블리자드 다운 캐릭터들과 짜임새 있고 섬세하기까지 한 게임성에 방대한 맵 등 서버운영의 미숙함만 제외하면 거의 완벽한 수준이다.
하지만 필자의 의견으로는 여기까지라고 본다.
왜냐하면 그들은 역시 한국 온라인 게임시장의 현실을 모른다. 몰라도 너무 모른다.
지금까지 PC패키지 게임을 국내에 엄청나게 팔아치우며 한국 게이머들은 언제까지나 자신들의 '봉'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WOW' 역시 그 신화를 이어갈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이 한마디만 물어보고 싶다. 한국 게이머들이 왜 지금까지 국산 MMORPG만 하는 것 같은가? 재미있어서? 게임성이 뛰어나서? 화려한 그래픽 때문에? 위의 이유 때문에 게임들 즐기는 게이머들도 물론 있겠지만 대부분의 이유는 게임상의 사이버머니나 아이템들을 이용해 현금거래를 할 수 있다는 게 아닐까.
아주 답답하고 안타까운 현실이기는 하나 초등학생에서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게임이 재미있어서 한다기 보다 이 게임을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실익 때문에 게임을 즐긴다는 것은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 3~4만원대의 월정액을 내면서도 지극히 지루하다고 느껴질 수 밖에 없는 노가다성 게임을 계속 즐기고(?) 있는 것이다.(물론 순수하게 게임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도 드물게 있기는 하지만…)
그래서 국내의 대부분 롤플레잉 온라인 게임들은 스토리가 부족하다. 왜냐 스토리가 부족해도 그래픽만 좀 화려하게 만들고 홍보, 마케팅만 대대적으로 한다면 게이머들이 모이게 할 수 있게 때문이다. 여기에 분위기 좋을 때 유료화하면 된다는 공식이 바이블처럼 만연해 있고 사실 대부분의 게임들이 그렇게 해서 성공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WOW는 서비스 전부터 블리자드사에서 밝혀왔 듯이 아이템거래를 포함해 일절의 현금거래를 철저히 막겠다고 했다(하지만 현재 모 유명 사이트를 통해 'WOW'의 골드도 현금거래 되고 있는 실정이다).
블리자드의 한 핵심 관계자는 모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블리자드의 가장 큰 무기는 게임 그 자체며 현거래가 '필수요소'라는 시각에는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WOW를 통해 게임플레이 자체를 돈으로 보는 시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며 그 것이 WOW가 한국온라인산업의 장기적인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즉 온라인게임을 일로 여기는 현재의 풍토를 놀이거리라는 원래 자리로 돌려보내겠다"고 말했다.
만약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확실히 'WOW'는 게임 자체만을 즐기는 사람들만의 게임이 되고 만다는 결론에 이른다. 즉 지금까지 현금거래의 부당함과 유혹으로부터 의연히 떨치고 일어나 '바로 이런 훌륭한 게임을 나는 해야겠어'라고 외치며 'WOW'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아마 대박 게임임에는 분명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WOW'의 훌륭한 게임성에 매료 된 사람들이라 할 지라도 지금의 2만4750원의 개인 월정액제에 지갑을 열 게이머들이 과연 얼마나 될 것이며 설사 있다 치더라도 이들은 PC방에서 게임을 즐기는 청소년 층과는 거리가 먼 경제적 능력이 되고 주로 집에서 게임을 즐기는 성인층이 대부분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무시한 채 발표 된 PC방 가격 정책에 대해 PC방 업주들이 'WOW' 불매 캠페인을 전개하는 등 극단적인 행동을 보이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이러한 모든 것을 뒤로하고라도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한국과 미국에서의 상용화 정책이다.
미국에서의 1개월 상용화 가격은 14.99달러로 한화로 환산하면 약 1만5600정도다.
물론 거기에 상용화 버전 패키지를 49.99달러에 따로 구매해야 하지만 MMORPG의 특성상 장기간 게임을 즐긴다고 보면 한국에서의 상용화 가격이 더 비싸다는 결과가 나온다.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1만2030달러이고 미국은 3만3438달러로 미국의 1/3정도의 수준이고 국민의 실질 생활력을 반영한 PPP지수(구매력 평가 지수)도 한국이 1만9470달러이고, 미국은 3만6110달러이다.
이런 국가간 경제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은 채 왜 한국게이머들은 미국 게이머들보다 'WOW' 상용화 가격을 더 비싸게 지불해야만 하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이러한 복잡하고도 미묘한 이유로 인해 단순히 국내 경쟁 온라인 게임보다 다소 상용화 가격이 저렴할 뿐만 아니라 게임성도 우수하기 때문에 성공할 것이라는 단순한 논리로는 설득력을 얻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WOW'의 훌륭한 게임성은 그 누구도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이며 국내 온라인 개발사들도 그들의 장인정신에 가까운 개발능력은 반듯이 본받아야 할 점임에 분명하다. 앞으로 'WOW'가 국내 온라인 게임시장에서 건설적인 방향으로 큰 획을 그어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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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리스 김형돈 경영기획실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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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2002년 ㈜지스텍, 해외사업 및 홍보부
2002년~2004년 ㈜비엔티 해외사업 및 홍보,마케팅
현재 ㈜이오리스 경영기획실 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