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의 무협게임은 판타지에 무협씌운 것'
"게이머들이 직접 나무를 자르고 옷을 만들고 장사도 하는 '울티마 온라인'을 보고 정말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무협도 이런 방식으로 표현하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고 항상 생각했죠"
무협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봄직한 이름이 있다. 무협소설에 있어서는 베스트셀러로 통하는 '야광충' '대도오' '금강불괴' 등을 저술한 '좌백'(본명 장제훈)이다. 그는 현재 '인디21'에서 제작 중인 전통 무협 롤플레잉 온라인 게임 '구룡쟁패'에 기획자로 참여하고 있다.
"'울티마 온라인'을 알게 된 것은 사실 부인 때문입니다. '진산'이라는 이름으로 무협소설을 쓰고 있는 작가가 바로 제 부인인데 온라인게임 마니아죠. 저도 덕분에 온라인 게임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됐고 또 무협을 온라인게임으로 만들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됐습니다. 그래서 인디21의 제의를 흥쾌히 받아들였죠"
무협 마니아들은 '좌백'이 직접 '구룡쟁패' 제작에 참여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충격과 기대감에 휩싸였었다. 무협소설에만 전념해온 '좌백'이 다른 분야에 뛰어들었다는 충격과 혹 '무협의 정수가 담긴 무협게임이 등장하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있었다는 것.
"무협과 판타지는 많이 틀립니다. 판타지 게임의 기사들처럼 협객들이 방어구를 착용하는 것도 아니고 무기도 저마다 특성을 갖는 것도 아니죠. 상황이 이렇다보니 무협을 게임화 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사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지금 현존하는 무협게임은 무협을 표현했다기보다는 판타지에 무협을 덮어씌운 거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이러한 고민에 의해 탄생한 것이 바로 다양한 문파와 방대한 퀘스트들이다. 게이머는 문파의 '문주'가 되는 게 게임 플레이의 최대 목표가 되는 것이며 퀘스트는 '문주'의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성장과정이 된다는 게 그가 추구하는 무협 온라인 게임이다.
"'구룡쟁패'에서 게이머들은 무협소설을 읽는 것처럼 다양한 심부름(퀘스트)를 해야합니다. 물건을 전달하는 것부터 시작해 마을에 일어나는 잡다한 문제들까지 해결해야 하는데 이렇게 진행하다 보면 종래에는 문파의 장인인 '문주'가 주문하는 퀘스트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면 문파 기여도가 높아지고 결국에는 문파의 중추적인 위치까지 올라가게 되죠"
물론 문파의 '문주'가 된다고 모든 시나리오가 끝나는 게 아니란다. 무협소설에서 보면 항상 등장하는 음모의 주체자들이 등장하는 것처럼 게임에서도 간혹 이런 이벤트가 등장해 게이머들을 즐겁게 해 준다는 것.
"실제로 무협소설을 보면 평화스러운 곳에 항상 음모를 일으키는 자들이 있잖아요. 그들을 통해 각종 이벤트들이 발생하게 됩니다. 오래된 고수가 은거한 동굴이 발견된다거나 혹은 음지에서만 활동하는 숨은 실력자들을 조우하게 된다는 것 등등이 이런 이벤트들이죠"
아직 '구룡쟁패'가 그가 구현하고 싶어 하는 모든 이야기를 다 담아내고 있지는 못하지만 좌백은 소설을 쓰듯 게임을 만들고 있다고 자부한다.
"저는 지금 게임이라는 새로운 분야에서 무협소설 한편을 쓰고 있는 겁니다. 그 주인공은 이 소설(게임)을 직접보고 계신 게이머들이 되는 거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