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유혈사태 불러온 넥슨 사태의 전모
지난 23일 오후 3시경 서울 강남구 선릉역에 위치한 넥슨 본사. 인터넷문화협회(인문협) 소속 PC방 업주들이 넥슨의 새로운 PC방 요금제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집회를 열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하나같이 '생존권 보호'라고 문구가 적인 머리띠나 혹은 어깨띠를 매고 사뭇 비장한 모습으로 시위를 벌었다. 물론 넥슨측도 사설경호원을 동원해 입구를 막아 놓는 동시에 경찰에 보호를 요청. 전투 경찰 2개 중대가 투입되기도 했다.
시위는 처음에는 질서정연한 분위기속에 진행되는 듯 했으나 오후 6시가 지나면서 조금씩 가열되기 시작했다. 가열된 시위는 결국 전투 경찰과 시위자들간의 몸싸움으로 이어졌고 시위는 돌연 과격 시위로 변질됐다. 이 와중에 2명이 크게 다치고 6명이 부상하는 등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넥슨과 인문협측은 23일부터 28일까지 5차에 걸친 마라톤협상을 계속 진행했으나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했으며 결국 인문협이 '넥슨 게임 불매 운동'이라는 종점에 도달하게 됐다.
사건의 발단
이번 사태가 발생한건 지난 6월 7일. 넥슨이 자사의 홈페이지를 통해 그동안 PC방에 적용시켰던 가격정책이 변경됐음을 알리고 나서다. 이 때만 하더라도 각 PC방 업주들의 불만은 넥슨에 항의성 전화를 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모 매체가 직접 PC방을 돌아다니면서 조사한 설문조사가 공개되고 여러 매체가 이번 PC방 요금 변경에 대해 의혹의 시선을 보내자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변경된 가격정책
넥슨이 그동안 PC방에 적용했던 요금제는 정액제로 한달동안 IP 40개당 약 14만원의 가격을 책정했었다. 물론 이 가격을 지불할 경우 넥슨에서 서비스하는 대부분의 게임을 PC방에서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넥슨은 지난 6월 7일 가격정책을 프리미엄 정량제로 바꾸고 4000시간을 결제 할 경우 한 시간에 180원의 요금을, 300시간을 결제할 경우 207원의 요금으로 가격정책을 바꾸었다.
인문협의 주장 - PC방의 의견을 무시한 채 기습적으로 일방적인 가격을 변경시켰다!
인문협은 갑작스런 넥슨의 요금변경 발표가 사전 조율이나 조사도 없이 진행됐다는 점을 문제시하고 있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 몇몇 매체에서도 의혹을 재기한바 있었다. 넥슨의 프리미엄 정량제 가격정책이 어떤 통로로든 전혀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문협은 또한, 아무리 판매가격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고 해서 고객인 PC방의 아무런 의견도 듣지 않고 가격정책을 변경한건 불합리한 처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넥슨의 반발 - 기습적인 건 아니다. 넥슨 가맹 PC방에는 사전 협의 공문을 보냈다.
넥슨은 언론에 보도하지 않은 이유는 이번 요금 변동 발표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 사전조율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며 이미 넥슨 가맹 PC방을 대상으로 이번 가격정책에 대해 설문을 실시했으며 약 60%의 PC방이 가격변경에 찬성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이 자료를 보여줄 것을 인문협이 요청했지만 넥슨은 업주들의 정보가 있는 데이타베이스(DB)임으로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넥슨, 가격정책 왜 바꿨나?
대부분의 게임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부분은 '넥슨이 가격정책을 바꾼 이유가 무엇인가'다. 이 부분에 대해 넥슨측은 "실제 실무자들이 정량제로 바뀔 경우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보고서가 있었다"고 이번 요금변경에 대한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게임 전문가들은 '더 좋은 결과'라는 단어의 의미가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결국 정량제가 더 많은 PC방에 혜택이 간다는 말은 넥슨이 자사를 합리화시키기에 불과한 것이며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것이라는 게 게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넥슨과 인문협은 서로의 견해 차이를 좁히기 위해 23일까지 두 차례에 걸친 협상을 진행했으나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했으며 결국 23일 대규모 시위로 이어졌고 가열된 시위는 유혈사태까지 불러일으켰다.
인문협에서 이와 같이 격렬할 정도의 시위를 벌이는 이유는 넥슨 게임의 가격정책 변화로 매달 넥슨에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 대폭 증가하기 때문이다. 인문협 강 회장은 "정액제에서 정량제로 바뀔 경우 한달에 작게는 28만원 정도 지불해야 하며 많게는 60만원까지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내 게임사들이 지금과 같은 성공을 거두기까지 우리 PC방의 공로가 컸음을 누구도 부인 못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게임사들이 돈좀 벌고 힘 생겼다고 이제는 아예 고혈을 짜내려 한다"고 분개했다.
하지만 넥슨측의 또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오히려 이번 가격 정책으로 대부분의 PC방이 돈을 더 벌게 된다는 것. 넥슨의 한 관계자는 "실제 정량제를 사용할 경우 대다수의 PC방은 매달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 더 줄어들게 된다"며 "100여대 이상의 PC를 운영하는 대형 PC방들에게는 부담이 더 가겠지만 중소 규모의 PC방에는 전보다 더 나은 정책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격화된 시위 그리고 물러날 수 없는 넥슨
인문협의 시위는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일 수 있었으나 과격하게 변경된 시위는 결국 인문협에게는 자충수를, 넥슨에게는 물러날 수 없는 궁지로까지 몰리는 상황이 됐다. 사실 이번 인문협과 넥슨의 충돌에 대부분의 게임 업체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만약 넥슨이 인문협의 요구를 들어주게 될 경우 향후 PC방의 게임 가격정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넥슨 또한 이런 사실을 알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곤란한 입장에 처해 있다.
하지만 시위가 과격화 되면서 넥슨 본사 유리창이 깨지고 넥슨 전직원들이 2차 집회때에는 출근도 못하는 등 불안해하는 상황이 되면서 넥슨도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했다. 자칫 '시위에 무릎꿇어버렸다'라는 오명을 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넥슨은 인문협 간부들과 장시간의 협상을 진행했으나 인문협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최종 결정을 내리면서 지금의 사태까지 이르게 됐다.
인문협의 마지막 선택 불매 운동
인문협이 마지막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정책은 불매운동. 인문협이 진행하는 불매운동이 성공적인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모든 PC방이 단합된 모습을 보여야하며 이렇게 될 경우 최고의 성과를 얻어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게임 전문가들은 사실상 인문협 측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고 평하고 있다. 이번 사태 이전에 인문협이 불매운동에 들어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WOW')도 전체 PC방의 70%가 불매운동에 참여하지 않고 서비스하는 어이없는 상황을 보인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게임 전문가들은 일반인들도 동참했던 'WOW' 불매운동 때와는 다르게 이번 넥슨 사태는 PC방에만 해당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더욱더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어찌됐든 이번 사태의 향후 결과에 따라 요금과 관련된 온라인 게임 산업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여 대부분의 게임 업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인 만큼 극한 상황으로 치닫기 보다는 하루 빨리 합의점을 찾았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