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마지막으로 이 게임을 주목하자. 오즈 페스티벌
오즈페스티벌을 처음 보자 머리에 떠오른 것은 가족형 게임의 대명사 닌텐도의 메이드 인 와리오 시리즈였다. 와리오 시리즈를 보면 일견 간단한 게임을 여러 개 엮어 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뜯어보면 미니게임 하나하나의 완성도가 굉장한 게임이다. 게다가 미니게임 하나당 플레이 시간을 짧게 하고 게임회전을 빨리해 쉴틈없이 즐거움을 주는 방식은 상당히 중독적이다.

|

---|---
오즈페스티벌의 특징이라면 첫째. 게임 클라이언트의 신들린 완성도다. 원래 게임이 주는 즐거움과 클라이언트의 완성도는 별개다. 클라이언트의 완성도는 게임실행과 관련된 영역이다. 그래서 나는 그닥 이 부분은 언급하지 않는다. 근데 오즈페스티벌은 그냥 넘길 수가 없더라. 백신프로세스나 알트탭 전환, 윈앰프, 포토샵 등등을 띄워놓고도 너무 안정적으로 돌아간다. 제일 빈번한 방화벽과 네트워크 문제도 전혀 없다. 놀라운 건 오즈페스티벌은 지금 두 번째 테스트라는 사실! 두 번 만에 오픈베타를 해버리는 그 자신감은 다 이유가 있었다. 이 정도면..뭐. 하긴 원래 이런 게 당연한 건데 그동안 너무 형편없는 게임을 만나와서 그런지 오즈페스티벌은 일단 50점 먹고 들어간다.

|

---|---
두 번째. 인터페이스의 가독성이 뛰어나다. 너무 튀지도 너무 허하지도 않는 그런 느낌으로 얌전히 거기에 있다. 혹시 플레이어가 알아듣지 못할까봐 더 그려 넣고 싶었지만, 꾹 참은 디자이너의 절제가 느껴진다. 덕분에 전체적으로 게임화면이 시원시원하고 가독성이 좋다. 온라인 게임 중 유일하게 감탄했던 인터페이스가 마비노기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였다면, 오즈 페스티벌의 인터페이스도 그 절제된 느낌이 있어 마음에 든다. 와이드 해상도를 지원하지 않는 건 좀 불만. 세 번째. 번개 같은 실행. 처음에는 "어 내 컴퓨터가 이렇게 빨랐나" 싶었다. 아닌 게 아니라, 진짜 빠르다. 게임접속부터 실행, 로비, 미니게임간의 실행속도가 장난 아니다. "빨리빨리 즐겁게 가자" 가 핵심이니 만큼 당연한 현상이겠지만 오즈페스티벌은 이런 실행속도에 안전성까지 갖추고 있으니 놀라는 거다.

|

---|---
네 번째. 본편, 미니게임 버릴 게 없다. 모든 미니게임이 간단하면서 그 나름의 즐거움을 가지고 있다. 어느 것 하나 버릴 게 없다. 물론 특정 미니게임이 좀 더 재미있기는 하겠지만, 적어도 재미없거나 갖다 버려야 할 미니게임이 없다. 오즈페스티벌에서는 이런 미니게임을 옴니버스게임이라고 칭한다. 쉽게 말해 패러디게임이다. 게임모드는 2:2, 3:1, 개인전 등으로 나뉘어 있고, 가장 빨리100점을 얻으면 승리하는 방식이다. 때문에 고수가 있다면 게임이 빨리 끝나게 된다.

|

---|---
너죽고 나살자가 아닌, 진짜 여럿이 즐겁게 노는 게임이 나왔구나!
오즈페스티벌은 고득점자가 나올 시 그 플레이어는 무조건 3vs1 게임에서 1인팀 술래가 되도록 한다. 3인 팀은 한 명만 생존하면
득점하기 때문에 확실한 어드밴티지를 갖고 시작한다. 3vs1의 술래잡기형 게임은 전부 1인팀 술래가 상당히 어렵게 만들어졌다.(완전
불평등하지는 않다고 보지만)
말하자면 오즈페스티벌은 너무 상대가 앞서가는 걸 방지하고 균형을 맞춘다. 사실 이런 방식이 다른 온라인게임에 적용되면 높은 실력(고레벨)의
플레이어를 쳐내는 결과를 가지게 된다. 경쟁 구도를 갖는 게임에서 이런 높은 실력이 플레이어 충성도와 비례한다고 보면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오즈페스티벌은 다수의 플레이어가 즐겁게 놀도록 만들어졌다는 걸 기억하자. 그리고 결과적으로 이런 방식은 다른
시각으로 오즈페스티벌을 바라보게 한다.

|

---|---
3vs1 방식을 다시 보자. 3vs1에서 3인 팀은 3명이라는 어드밴티지를 갖고 시작한다. 대신 승리하면 모두 20점씩을 받는다. 반면 1인팀 술래가 승리하면 30점을 받는다. 3인 팀이 10점 적게 받는 거다. 그래서 높은 실력의 플레이어는 사실 이 3vs1게임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충성도에 별 영향이 없다는 얘기)그리고 결과적으로 1라운드 개인전에서 30점을 따먹고, 2라운드 3vs1에서 3인 팀이 승리해도 30점 대 20점으로 앞서가게 되어 있다. 10점은 앞서가는 자에게는 어쨌든 이기고 있다는 걸, 뒤쳐진 자에게는 겨우 10점? 방심하게 한다. 근데 이렇게 되면 게임이 길어지지 않나? 길어진다. 하지만 다른 게임에 비해 오즈페스티벌의 한 게임당 플레이시간이 극히 짧다는 걸 또 기억하자.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대로 게임실행 속도가 번개 같다는 것도. 가장 늦게 게임이 종료되는 8라운드라고 해도 다른 게임 한판이 약간 길어지는 정도다.

|

---|---
그래 그럼 결론이 뭐냐. 백그라운드에서 고수와 하수의 균형을 유지시키는 이 오즈페스티벌의 플레이어 배분 시스템은 최적이다. 내용물이 적기 때문에, 단점도 별로 없다고 말하기에는, 시스템이 간결하면서 훌륭하다. 즉, 오즈페스티벌은 온라인 환경에서 여럿이 왁자지껄하게 노는 게임의 핵심을 잘 살렸다는 거다. 이건 말 한대로 시스템이 든든히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방식은 메이드 인 와리오와는 다르게 신선했다.

|

---|---
우려
하지만 이렇게 함께 노는 게임 방식이 오즈페스티벌의 장점이자 취약점이 되겠다. 거치형 게임에서는 소위 우정파괴라는 말로 합리화하고 상대를
베어버리면서 웃을 수 있지만, 그거야 한 공간에서 살을 부비는 상태에서나 가능한 일. 온라인은 전깃줄로 연결된 불특정 다수가 만나게 된다.
임마 뭐해 친구가 뒤통수를 후려 쳐도 친구니까 웃어넘기지만 모르는 사람이 그러면 화난다. 따라서 함께 노는 게임 콘셉트를 파괴하지 않고
지속하기 위해선 많은 불특정 플레이어를 친구로 엮어 버리는 게 중요하겠다. 길드나 클럽, 혹은 최근 플레이한 사람과의 우정지수 같은 것
말이다. 뒤통수를 갈겨도 까르르 웃게 만들어 버리기. 메이드 인 와리오 4인 플레이를 해봤다면 여럿이 함께 티격태격하는 게 얼마나 재미있는지
알 것이다.

|

---|---
마무리
게임의 배후에 있는 간결하면서 최적의 플레이어 배분, 흠 잡을 때 없는 클라이언트 완성도는 물론이거니와 협력과 배반을 수시로 넘나드는
게임플레이까지.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잘 제작된 게임이면서도, 일반 플레이어에게 단순한 미니게임 정도로 오해받고 있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슬픈 동접수)한편 현재 오픈 베타 상태에서 새롭게 구현한 자기 별 꾸미기는, 다른 플레이어 별에 하이퍼링크 형식의 파도타기뿐인데,
이런 소셜 네트워크 게이밍 흉내내기는 최근 온라인판 동물의 숲이라는 불리는 넥슨별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