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대결], e스포츠 '없애자 VS 발전시키자'

e스포츠에 대한 게임업계의 반응이 뜨겁다. e스포츠의 뜨거운 발전 아래, e스포츠를 바라보는 여러 시각이 고개를 드는 것도 사실. 이에 게임동아에서는 다른 관점으로 e스포츠를 바라보는 두 컬럼리스트를 초청해 의견을 들어봤다. (본 기사는 게임동아의 편집의도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컬럼1] "무엇을 위한 e스포츠인가?"

게임의 본질은 놀이, 그 것을 잊지 말아야

억대 연봉을 받는 프로게이머와 프로 리그, 두 개의 케이블 채널, 월드 사이버 게임즈 와 월드 e스포츠게임즈라는 거창한 이름의 게임 대회.

이것이 현재 한국 게임 문화의 한 모습이다. 그간 '어린애들이나 하는 것' 이라고 치부하던 게임을 하나의 문화로, 직업으로 올려놓았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그에 반해 선택하는 게임의 폭이 좁다는 점과 그에 따른 대안의 부재, 몇몇 스타플레이어에만 치중된 방송중계,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승패 시비, 이중 계약 문제 등의 단점도 지적되어 왔다.

이제는 게임이 국제 대회까지 개최하고, 억대 연봉을 받을만한 프로 선수가 필요한 건지에 대해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게임의 본질은 놀이이다. 그리고 우리가 말하는 게임은 놀이가 컴퓨터를 통해 디지털로 구현된 것이다. 카이요와의 분류대로 운, 모의, 경쟁, 질서의 기준을 통해 놀이를 분류할 수 있으며, 이 놀이를 통해 우리는 즐거움과 쾌락을 얻을 수 있다. 즐거움과 쾌락은 승패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사람마다 즐거움과 쾌락을 얻는 요소는 다 다르다. 승패를 가리는 것도 즐거움을 얻는 하나의 요소가 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이 게임이 주는 즐거움의 전부는 아니다.

따라서 게임으로 승패를 가린다는 것은 놀이 이상도 이하도 되어서는 안 되며, 승패를 가르기 위한 경쟁 또한 놀이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 게임이란 본질이 놀이이고, 그것을 통해 즐거움과 재미를 얻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로라는 것은 놀이가 아니라 경쟁이 목적이 된다. 나와 다른 사람, 나와 나 자신간의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인 것이다. 월드컵이나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왜 그렇게 땀 흘리는지 생각해보라. 그들의 목표는 이기는 것이다. 따라서 경쟁이란 승부가 나야하는 것이며, 승리를 위한 부단한 노력과 그에 따른 결과에 대해 승복하는 것이 미덕이다.

운동 자체는 놀이가 된다. 그러나 이것이 승부의 경쟁이 되고, 직업이 되면 프로가 된다. 프로 축구, 프로 야구가 좋은 예가 될 것이다. 프로란 결국 '상업성'을 추구해야 한다. 그래서 팬들을 어떻게 모으고, 더 좋은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따라서 프로 선수들은 기술 습득과 기량 향상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그렇지 않은 선수들은 도태되고 만다. 그래서 운동장에서 경기하는 것 그 자체가 하나의 경쟁이고, 나아가 시리즈 우승을 놓고 경쟁하는 것이 프로 리그의 목적이며, 리그 운영을 통해 경영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 리그 운영의 두 번째 목적이 된다.

'e-sports'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한국 게임 리그를 살펴보자. 앞에서 게임이란 놀이이며, 놀이란 재미를 추구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런 놀이를 가지고 승부의 경쟁을 추구하며, 프로의 성격을 준다는 것이 게임 리그이다.

게임 리그 자체가'승부'를 가린다는 전제로 시작하였기에, 자연스럽게 대전의 형식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전략과 결단을 통해 상대방을 빨리 게임에서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 되어,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하나의 경쟁 도구로 만들어 버렸다. 그래서 여전히 케이블 채널에서는 목청이 터져라 'GG'를 외쳐대고, 새벽까지 많은 시청자를 텔레비전 앞으로 모여들게 만든다.

게임이라는 놀이를 통해 승부의 경쟁을 벌인다는 것은 게임을 즐기는 다른 방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통해 계속 경쟁을 하게 되고, 리그가 운영이 되어 우승과 이윤의 목적을 추구한다고 한다면, 그것은 이미 놀이가 아니라 프로 경기가 된다.

'아무나' 즐겨야 하는 놀이가 '인정받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프로'로 변해버리고 만다. 아무나 즐기기 못하는 놀이는 놀이가 될 수 없다. 놀이란 만인에게 평등한 기회를 주고, 그 기회를 통해 즐거움과 재미를 얻는 것이지, 선택된 사람들 을 모아 승부를 가르고,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하나의 경기이지 놀이가 아니다.

놀이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 '사회화'라는 부분이 있는데,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그 사회의 구성원이 되기 위한 사회 문화를 배운다는 이론이다. 어린 시절에 소꿉놀이, 숨바꼭질과 같은 놀이를 통해 '역할분담'과 '성 역할' '약자를 위한 배려' 등을 배울 수 있었다. 이는 학교나 가정에서 가르쳐 준 것이 아니라, 놀이를 통해 '남자는 이러이러해야 한다.'나 '깍두기'와 같은 '약자를 위한 배려'를 자연스럽게 배운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모여 하나의 문화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놀이란 사회 규범을 익히고, 문화를 형성하게 하는 주요한 교육 수단이 된다. 그런데, 게임 대회를 통해서 오직 승자만이 최선이며, 승자만이 돈과 명예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그것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최선을 다한 패배', '약자에 대한 배려'와 같은 것을 배울 수 있을까? 요새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청소년 폭력이나 학교 폭력도 경쟁 지상주의와 승리 우선주의의 문화에서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청소년들이 맘 편히 쉬고 즐길 공간과 문화가 허락되지 않은 지금, 그들의 현 상황은 어떠한가? 하루에도 몇 건씩 터지는 청소년 관련 범죄, 학교 폭력 등등 긍정적인 기사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그들이 왜 그렇게 일탈하고, 범죄를 저지르는가? 그것은 그들에게 끝없는 경쟁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학교와 가정에서 성적 경쟁을 강요당한 청소년들이 쉬고 즐길 문화인 게임마저도 승부의 경쟁을 보여주는데, 그들이 정상적이기를 바라는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성적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올바른 사회 구성원이 되는 것이다. 사회 구성원이 된다는 것은 좋은 성적으로 학교를 졸업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회의 문화와 도덕성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학교 교육으로 얻는 것이 아니다. 일상 대화를 통해,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체험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 사회는 불행히 문화나 도덕성을 체험하는 것 보다는 좋은 성적을 더 추구하는 경향으로 흐르고 있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향의 노력이 있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쉬고,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같이 어울리고 즐기면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게임의 역할은 상당히 중요하다. 게임을 통해 온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낼 수도 있고, 성적에 관계없이 편히 쉬고 즐길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게임을 가지고 대회를 열고, 선수를 뽑아 리그를 운영하는 식의 게임 문화는 자칫 게임도 하나의 경쟁 수단으로 전락시킬 수 있는 위험부담을 안고 있다. 그렇게 되면 놀이가 경쟁이 되어버려서, 편히 즐겨야 하는 놀이가 긴장하고 상대방을 경계하게 되어, 결국 배려나 이해라는 것을 모르게 된다.

그렇기에 상금이 걸린 게임 대회와 프로 게이머는 없어져야 한다. 즐겁게 놀고 즐겨야 할 게임을 가지고 승부를 가르고 돈을 주고받는 것이 과연 진정한 놀이일까?

게임을 하나의 문화로,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 구성원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억 단위의 상금이 걸린 게임 대회나 무적의 프로 게이머 보다는 가족끼리, 친구끼리 모여 즐길 수 있는 게임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나 협회의 정책으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은 일반인들이지, 정부나 협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나 협회 관계자들도 게임은 놀이라는 사실을 한번쯤 생각해보길 바란다. 그리고 학부모들도 자녀들의 즐거운 놀이를 무조건 빼앗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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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완빈

1976년 1월 30일 생

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과 졸 (2004년)

현 게임스쿨 경영기획부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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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2] "게임은 e스포츠화 되어야한다"

한국 주도의 신세대 전략 사업.. 발전 무궁무진할 것

왜 사람들은 공놀이에 열광할까

축구. 왜 지구촌의 수많은 사람들은 축구에 열광하고 있을까? 왜 한낱 공놀이 하나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환호하고 눈물 흘리는 것일까? 왜 전 국민이 붉은 티셔츠를 맞춰 입고 기쁨에 못 이겨 길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것일까? 그것은 축구 그 자체가 재미있기도 하지만 공인된 룰 아래서 정정당당한 승부를 펼치는 '인기 스포츠'인 것도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만약 축구가 스포츠가 아니었다면, 다 큰 어른들이 떼 지어 몰려다니며 둘레 70cm의 가죽 주머니를 발로 차 넣는 것이 전부인, 그냥 즐기는 것이 재미있던 공놀이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체계적인 룰을 도입해 경기화 하고 스포츠맨십 하에 정정당당히 서로의 기량을 겨룬다는 무형의 옷을 입혀 놓으니 공놀이는 '축구'라는 위대한 스포츠로 변모하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클럽이나 자기 나라의 대표 팀이 멋진 경기를 펼칠 때 환호하고 감동하며, 함께 응원하는 사람들과 진한 유대감을 느낀다. 놀이가 스포츠가 될 때 그것은 유희와 여흥에서 문화와 에너지로 변하는 것이다.

저는 게임 매니아입니다 - 게임중독이세요?

아이들이라면 모르겠지만 '내 취미는 게임'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어른이 얼마나 될까. 영화를 보느라 밤을 샜다고 하면 영화 마니아, 기보연구를 하느라 밤을 샜다고 하면 바둑 애호가 정도의 썩 듣기 싫지 않은 호칭으로 불릴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을 하느라 밤을 샜다고 하면 상대방은 대번에 걱정스런 표정을 하고 게임중독의 폐해에 대해 일장연설을 시작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어려서부터 우리 아버지께서는 내가 게임을 좋아하는 것을 상당히 못마땅해 하셨다. 하지만 언제서부터 인가 게임을 대하는 아버지의 태도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곰곰이 돌이켜 보니 게임에 대한 아버지의 태도가 달라지신 건 '스타크래프트'가 e스포츠라는 그럴싸한 이름을 달고 언론 매체에 등장하기 시작한 그 때가 아니었나 싶다. 한낱 '뿅뿅질'에 불과한 아이들 놀이를 가지고 방송국이 세워지고, 억대 연봉을 받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 또 그 중 뿅뿅질 잘하는 청년 하나는 팬클럽 회원 수가 수십만에 육박하고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 하질 않나 공군사관학교에서 특강을 한다는 이야기들은 우리 아버지껜 엄청난 컬처쇼크가 아니었을까.

여하튼 e스포츠라는 신종 문화는 '게임은 애들 하는 뿅뿅질'이라는 기성세대들의 고정관념에 미세하게나마 균열을 일으켰음이 분명한 것 같다. 물론 아직도 게임을 취미로 밝히기엔 왠지 떳떳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지만, e스포츠가 유명세를 탐에 따라 게임에 대한 대중들의 선입견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먼 옛날, 그저 할아버지들의 소일거리였던 바둑이 스포츠로 인정받으며 바둑기사가 국민적 영웅이 되고, 양치기 목동들의 시간 때우기 놀이였던 골프가 공식화 되고 경기화 되면서 귀족 스포츠로 변모한 사실들은 '놀이'가 '문화'가 되기 위한 필요 요소가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준다.

'놀이'가 '문화'로 변해가는 과정

아직까지 대여섯 살짜리 어린아이에 불과한 e스포츠이기에 문제점이 산적해 있는 건 사실이다. '스타크래프트' 단 한 게임에 대한 지나친 편중, 스폰서 보유팀과 무 스폰팀의 심각한 격차 등 일일이 나열하기에도 벅차지만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성장통이다. 태동한지 5, 6년이라는 짧은 기간을 가진 e스포츠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축구나 야구 수준의 확실한 체계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 아닌가.

아직은 부족하긴 하지만 그래도 공인받은 '협회'가 탄생했다는 것, 체계적이지 못하고 즉흥적 대응에 불과하다지만 그래도 '규정'이 생겼다는 것, 이웃나라 중국에서 e스포츠를 정식 스포츠 종목으로 지정했고 우리 또한 e스포츠의 정식 스포츠 진입을 위해 많은 이들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놀이'가 '문화'로 변모하기 위한 모습들을 하나씩 하나씩 갖추어가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올해 여름, 부산 광안리에서 벌어진 SKY프로리그 결승전에는 수만에 달하는 인파들이 모여들었다. 그 자리에서 '프로'의 이름을 건 게이머들의 손놀림 하나하나에 감동하고 또한 안타까워하는 e스포츠 매니아들의 면면은 2002년 여름, 대~한민국을 외치던 사람들의 모습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스포츠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모습들이 e스포츠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게임은 e스포츠화 되어야 한다

게임의 최종진화 형태, 궁극적 지향점은 'e스포츠'라고 생각한다(물론 스포츠화가 불가능한 장르도 있음을 인정하지만). e스포츠의 발전은 게임에 대한 인식제고에 크게 기여할 수 있고 이는 저변확대로 이어져 다시 게임산업의 성장을 가속화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

미래에, 어찌 알겠는가. 아직은 미숙한 지금의 e스포츠가 발전해 역사가 유구한 스포츠들과 어깨를 견주는 하나의 문화 장르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또한 '내 취미는 게임입니다'라고 어디에서나 떳떳이 말할 수 있을 날이 올지. 게임이 취미인 사람들이라면 일단 e스포츠의 발전을 응원하고 볼 일이다. 게임은 e스포츠화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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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회

1997~2000 월간 게임파워
2002~2003 월간 넷파워
우주닷컴 e-sports팀(2004년)

현모바일 컨텐츠 제공업체 포모스(주) e스포츠 기획/운영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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