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리그, 2경기 시작 시간 고정하자
삼성동 메가스튜디오와 MBC게임 오픈 스튜디오는 프로리그가 펼쳐지는 날이면 사람들로 북적댄다. 경기를 치르는 게임단 코칭 스태프와 선수들, 취재에 나선 각종 매체 기자들, 경기를 관람하러 온 팬들까지 그야 말로 북새통에 정신이 없다.
아직 5월 초순임에도 대기실과 기자실은 많은 사람들로 인해 한 여름 날씨처럼 후덥지근 하다. 이런 가운데 2경기 시작과 관련된 불만이 여기 저기서 쏟아지고 있다. 2경기 출전 게임단의 경기장 도착 시간 규정 때문이다.
'SKY 프로리그 2006' 대회 규정에는 "경기 당일 출전 예정인 선수단은 아래에서 규정하는 시간까지 경기장에 도착하여 심판에게 출전접수를 한다(9조 2항)"고 명시되어 있다. 9조 2항에서 규정하는 시간은 당일 연속 두 경기 진행시 1경기 출전 게임단은 공식 개시 시간 30분전 까지, 2경기 출전 게임단은 공식 개시 시간 30분 후 까지 경기장에 도착하도록 되어 있다.
이에 따르면 연속 2경기가 진행되는 토, 일요일 경기가 시작되는 2시가 공식 개시 시간임으로 1경기에 출전하는 게임단은 오후 1시 30분까지, 2경기에 출전하는 게임단은 오후 2시 30분까지 경기장에 도착해야 한다. 문제는 2경기 규정 시간이 1경기 공식 개시 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어 있는 것에서 출발한다.
현재 경기장이 위치한 삼성동 메가스튜디오와 MBC게임 오픈 스튜디오는 대기실이 협소하다. 경기를 치르는 두 게임단이 동시에 들어갈 경우 대기실은 발디딜 틈도 없이 꽉 들어찬다. 이런 상황에서 2경기를 치를 예정인 게임단이 도착하면 선수들이나 코칭스태프는 갈 곳이 없게 된다. 2006 시즌이 개막된 지난주에도 그랬고 6일 경기에서도 2경기에 출전하는 게임단은 이 때문에 애를 먹었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규정을 탄력적으로 적용, 개막 첫 주에는 2경기 출전 게임단의 도착 시간을 오후 3시로 늘렸고, 6일 부터는 3시 30분으로 30분 연장해 변경 적용했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1경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경기장에 도착한 선수들은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우왕좌왕 하며 앞서 펼쳐진 1경기가 빨리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역력했다.
근본적인 원인은 시설 부족에서 들 수 있다. 당일 경기에 임하는 게임단이 모두 대기하며 쉴 수 있을만한 공간이 확보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와 비슷한 예로 선수들이 자리에 앉은 후 위밍업 시간을 7분으로 제한하는 규정이 있지만 대기 PC를 세팅할 공간이 없어 시행하지 못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충분한 대기 공간이 확보되어 있는 용산 e스포츠 상설경기장에서 경기를 치르기 전
까지는 이런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어떤 해결책이 있을까?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2경기 출전 게임단의 경기장 도착시간을 늦추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으로는 무리가 따른다. 현재는 1경기 종료 후 30분이 경과하면 2경기가 시작되는 데 예상보다 일찍 1경기가 끝날 경우, 경기시작 시간이 임박해서 경기장에 도착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필자는 2경기 시작 시간 고정을 제안한다. 스타크래프트는 직접 경기를 치르지 않고는 경기 시간을 예측할 수 없는데 언제 끝날지도 모를 1경기 이후 2경기 시작 시간을 어떻게 고정하느냐는 질문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가장 합리적인 대안은 2경기 시작 시간 고정으로 생각된다. 가령 주말 프로리그 2경기 시작 시간을 예를 들어 오후 6시로 고정하면 2경기에 출전하는 게임단은 오후 5시 30분까지 경기장에 도착하면 된다. 이럴 경우 지금보다 혼잡을 줄일 수 있고 보다 여유있게 경기를 준비할 수 있는 장점이 생긴다. 방송국의 입장에서도 보다 안정적으로 다음 경기를 준비할 여유가 생긴다.
물론 이 경우에 문제점도 존재한다. 바로 두 경기를 모두 즐기기 위해 현장을 찾은 팬들이다. 1경기가 빨리 끝나버리면 팬들은 2경기 시작 전까지 하염없이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만약 1경기와 2경기에 남는 시간을 활용해서 각 게임단이 여러가지 행사를 기획한다면 이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간단한 팬 미팅이나 사인회가 좋은 예가 되겠다.
1경기가 예상하지 못한 단기전이나 장기전으로 끝날 경우에는 추가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경기가 끝날 경우에는 1경기 하이라이트를 보여 주거나 지난 경기 명승부 등을 활용하여 남는 시간을 채우는 방법이 있다. 문제는 장기전인데 이 경우는 현장에 파견된 심판 재량을 이용, 2경기 시작 시간을 연기하는 방법을 통해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2경기 시작 시간 고정의 장점은 또 있다. 바로 게임단과 팬들이 훨씬 편하게 경기에 임하고 즐길 수 있다. 현행 규정대로라면 게임단과 팬들은 2경기를 위해 언제 끝날지 모르는 1경기를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시작 시간이 고정되면 게임단과 팬들은 보다 여유를 가지고 경기장을 찾을 수 있다. 자연히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협회는 프로게임단 및 방송국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2경기 시작 시간을 고정하면 어떨까? 여러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교환하면 분명 합리적인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곧 여름이 다가오는데 좁은 대기실에서 땀 흘리며 갈 곳 없이 방황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심현 팀장 lovesh73@e-ze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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