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은 가볍게 상회할만한 참신하고 재미있는 게임

시작하며...
제가 이 게임을 처음 접했던 것은 일본에서 유학을 하고 있었을 때였습니다.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이 게임을 사기 위해, 필자는 발매일보다 하루 늦은 2002년 12월 13일에 동네 게임점을 방문했습니다. 다짜고짜 점원에게 달려가서 물었죠.

"블링스 더 타임 스위퍼 있어요?"

...PS2 소프트쪽을 한참 뒤지는 점원.

"저기... Xbox용 게임인데요?"

라고 말하니, 그제서야 찾아서 꺼내주더군요.

"음, 여긴 초회한정 열쇠고리는 안주나요?"(구입자는 선착순으로 받을 수 있다고 광고 팜플렛에 써 있었습니다)

열심히 뒤지는 점원. "죄송합니다. 그런 건 없는 듯 합니다만..."

...이것이 일본 Xbox의 현실입니다.

80%는 세가 게임!
블링스의 발매원은 Microsoft Game Studio이지만, 사실 이 게임은 80% 정도 세가 게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일단, 세가의 32비트 게임기 새턴으로 발매되었던 전설의 명작 '나이츠'의 디렉터였던 오오시마 나오토씨를 중심으로 소닉팀과 팀 안드로메다('팬저 드라군'시리즈의 제작팀)를 나온 사원들이 만든 ARTOON이라는 회사에서 제작을 했고요, 사운드도 세가의 WAVEMASTER에서 맡았지요. 덕분에 블링스는 여러 면에서 세가 게임, 특히 소닉팀의 게임 분위기가 많이 나는 게임이 되었습니다. 소닉팀의 액션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별 위화감 없이 다가갈 수 있을 듯 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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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세가 팬이라면 익숙할 16t. 이런 곳에서까지 세가 테이스트가…


Xbox 최초의? 캐릭터 중시 액션 게임
블링스는 여타의 액션 게임보다 상당히 '캐릭터'를 중시한 게임입니다. 북미/유럽과 아시아를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호감이 갈 듯한(아닐지도...)디자인의 귀여우면서도 장난기 있는 고양이 블링스의 매력은 상당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후속작이나 관련작이 계속 좋은 퀄리티로 나와주기만 한다면 소닉이나 마리오, 록맨 등에 버금가는 메이저 캐릭터가 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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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고양이 캐릭터 블링스


사실 블링스 이전에도 Xbox에 캐릭터 중시의 액션 게임은 있었습니다. '아폴로'라는 쥐가 주인공인 '네즈미쿠스(북미명 Sneakers)'가 그것이지요(제작은 미디어 비전, 발매는 마이크로소프트). Xbox와 동시 발매된 이 게임은, 기대와는 달리 너무도 단순한 게임성과 별 개성 없는 캐릭터 때문에 완전히 실패한 케이스가 되고 말았으니... 블링스를 최초의 Xbox용 캐릭터 중시 액션 게임으로 보아도 무리는 없을 듯 합니다.^^

최고는 아니지만 깔끔한 그래픽
Xbox 오리지널 게임답게, 블링스의 그래픽은 매우 깔끔합니다. 적절한 광원의 사용으로 시간이 구부러진 세계라는 특유의 세계관을 잘 나타내주고 있고, 블링스의 털은 퍼 쉐이딩(Fur Shading, 이미 NGC용의 스타폭스 어드벤처(닌텐도/레어)라던지, 앞서 언급된 네즈미쿠스에도 사용된 적이 있습니다)방식으로 표현되어, 실제 고양이의 털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물과 불 등의 표현도 자연스럽군요. 흐르는 모래의 표현이 조금 어색한 것이 눈에 띄지만, 전체적으로 수준 이상의 그래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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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시계 동굴. 물 속에 있는 듯한 광원 효과와 떨어지는 모래가 인상적


'나이츠'를 생각나게 하는 사운드
이 게임의 사운드는, 처음 들었을 때부터 나이츠와 상당히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프로듀서가 나이츠의 오오시마 나오토인데다, 사운드 제작이 세가의 웨이브마스터이니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지만, 블링스의 배경 음악에서는 전체적으로 나이츠의 그것에서 느낄 수 있었던 그 느낌이 전달되어 옵니다. 어떤 느낌인지 간단히 설명하자면, 약간은 재즈 풍이 느껴지며 밝은 음색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 외에도, 시간을 빨리 감기나 되감기로 조작할 때는 마치 VTR로 해당 조작을 하는 것 같은 효과와, 그것에 어울리는 음이 나오는 것이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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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되감길 때는 비디오 테이프 감기는 소리가


참신한 시도와 탄탄한 게임성
블링스의 부제이자 직업이기도 한 '타임 스위퍼(시간 청소부)'. 시간의 구부러짐으로 인해 나타난 타임 몬스터들을 물리쳐서 시간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게 타임 스위퍼인 블링스의 임무이지요. 기본적으로는 가지고 있는 청소기로 잡동사니를 빨아들인 다음, 그것을 쏘아 타임 몬스터를 공격하는 형식의 지극히 평범한 액션 게임이지만, 이 타임 몬스터를 없애고 얻을 수 있는 타임 크리스탈을 모아서 '타임 컨트롤(시간 조작)'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추가되어, 이 게임은 평범하고 단순한 액션 게임에서 깊이가 있고 참신한 액션 게임으로 변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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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타임 크리스탈을 3개 이상 모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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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하는 시간 조작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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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컨트롤은 하드 디스크를 표준 장비한 Xbox가 아니면 실현할 수 없는, 말 그대로 ONLY ON XBOX(블링스의 표지에는 이 마크가 붙어 있습니다)인 기능이지요. 5개의 타임 컨트롤 중 '빨리 감기', '슬로우', '일시 정지' 등은 다른 게임에서도 충분히 실현이 가능하지만,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물의 시간을 되감으며 그 속을 움직일 수 있는 '되감기'나 자신의 분신을 만들어 같이 행동할 수 있는 '녹화재생'은 한 프레임 한 프레임의 데이터를 하드에 일시 저장하는 Xbox만의 기능이 없다면 불가능했을 거라고 하는군요. 최근에 발매된 페르시아 왕자 시리즈의 최신작 '시간의 모래'에서 비슷한 기능이 등장한 탓에 지금 보면 조금 신선함이 떨어지기는 합니다만, 주로 실수한 것을 되돌리거나 적의 움직임을 정지시켜 공격하는 등의 용도로 시간 조작을 사용하는 페르시아 왕자와는 달리, 시간 조작 시스템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블링스에는 이 시간 조작이 필수인 퍼즐들이 다수 등장하여 시간 조작의 필연성을 알맞게 부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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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다리가 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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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감기를 사용해 원래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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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의 스테이지는 상당히 입체적으로 구성되어 있고, 스테이지 안에는 돈이 가득한 보물 상자라던가 전부 모으면 최강의 무기를 구입할 수 있는 고양이 메달 등, 타임 컨트롤을 사용해서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숨어 있죠. 이미 클리어 한 스테이지라도, 의심이 가는 장소에서 적절한 타임 컨트롤을 사용해 숨겨진 요소를 찾는 재미로 몇 번이고 플레이할 수 있게 합니다. 예를 들면, 시간을 되감아서 무너진 다리를 회복 시킨다던지, 시간이 일시 정지되어 있는 중에는 물을 가르고 전진할 수 있는 것 등이죠. 또한 이 게임에서는 플레이어가 게임 중에 얻을 수 있는 돈에 비해 상점의 물가가 초반에는 거의 비상식적으로 비싸기 때문에, 돈을 모아 원하는 물건을 사기 위해서라도 반복 플레이를 하게 됩니다(이 부분은 마음에 안 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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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흐르던 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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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멈추면 젤리처럼 굳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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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스위치를 누르면 열리는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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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쪽을 누르는 움직임을 녹화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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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재생하여 두 스위치를 동시에 누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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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신경 쓰이는 단점
블링스를 플레이하면서 느낀 최대의 단점 하나는, 상대적 시간과 절대적 시간의 차이였습니다. 이게 무슨 얘기냐 하면, 게임 상에는 10분이라는 절대적 시간이 있어서, 시간을 되감기 하던지 일시 정지를 하던지, 어떤 시간 조작을 하더라도(녹화재생 제외)게임 상의 시간은 그대로 흘러갑니다. 게임 플레이 중에 사용하는 하드 디스크의 용량을 생각해서 10분이라는 절대적 시간을 부여한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기왕 시간 조작을 내세운 거라면 게임 상의 시간도 그에 맞게 변화되는 쪽이 재미 있었을텐데요. 카메라 앵글이 가끔 이상해 지는 곳이 있다던지, 블링스의 이동이 느린 편 이라던지 하는 세세한 문제도 약간은 걸리네요. 특히 블링스의 느린 이동속도는, 성격이 급하신 분들이나 소닉 좋아하시는 분들이 플레이하실 때는 조금 짜증을 내게 할 원인이 될 겁니다(생긴 건 날렵하게 생겼는데...).
저 연령층을 대상으로 제작된 게임이지만, 총 8 라운드 중 절반인 4 라운드 이상 진행하면 난이도가 급격히 상승하여, 도저히 저 연령층은 손대기 힘들 것 같은 게임으로 변한다는 것도 이 게임이 안고 있는 문제입니다. 사실 이 문제는 예전의 세가 액션 게임들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던 것으로, 이런 부분까지 세가의 DNA를 계승해 버린 것은 아이러니컬하네요.

훌륭한 일본어화에 상반되는 비 한글화 정발
블링스의 일본어판 로컬라이제이션(그 나라에 맞도록 게임을 맞추는 일)은 상당히 충실하고 게임의 방향성에 잘 맞추어져 있어, 이런 쪽의 문제에 까다로운 저도 고개를 끄덕이게 했습니다. 영어판의 조금 밋밋했던 메시지들을 저 연령층을 주 대상으로 한 게임다운 재미있는 센스의 일어로 고쳐서, 더욱 블링스만의 분위기가 살아나게 한 로컬라이제이션 작업은 충분히 칭찬할 만합니다. 단적인 예로, 영문판의 메시지인 'NOW LOADING'이 일본어판에선 'よみこんでま~す'('읽어들이고 있습니당~'이란 뜻입니다.)로 바뀐 것 이라던지, 몇몇 아이템의 이름이 영어에 익숙치 못한 저연령층에게도 알기 쉽게 바뀐 것 등을 보면, 로컬라이제이션 작업의 충실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줍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일본의 얘기일 뿐이고, 우리나라에 정식으로 발매된 블링스는 일체의 로컬라이제이션 없이 영문판의 내용을 그대로 가져와 발매되었습니다. 한국 Xbox 사업의 초기에 발매된 게임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도 생각해 보지만, 오히려 초기에 이런 타이틀을 적극적으로 한글화하여 발매했었다면 저 연령층에게도 Xbox를 상당히 어필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도 듭니다.

마치며...
Xbox로는 최초라고 해도 좋을 캐릭터 중시형 액션 게임, 그리고 최초의 플랫폼(Platform) 형식(소닉이나 마리오처럼, 점프가 메인이 되는 액션 게임)의 게임인 블링스. 신생회사 ARTOON으로서는 처음 도전해보는 가정용 게임이지만, 평균은 가볍게 상회할만한 참신하고 재미있는 게임이 되었다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소닉이나 마리오류의 플랫폼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들, 그래픽적인 표현력이 아닌 Xbox만의 특징을 느끼고 싶으신 분들, Xbox에는 극히 드문 동화적 세계관의 밝은 게임을 하고 싶으신 분들께는 망설임 없이 추천해주고 싶은 게임입니다. 올해 12월에 발매될 후속작 '블링스 2 – 마스터즈 오브 타임 & 스페이스'가 더욱 기대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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