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국 온라인 게임산업, 총체적 위기 미리 대처해야

02년 정도부터 일까. 그 즈음 미약하게나마 시작된 국내 온라인 게임이 지금에 이르러 얼마나 빠르게 발전했는지를 살펴보면 정말 놀랍기만 하다. 특히 최근에는 게임 하나를 제작하는데 100억원 가까운 돈이 투입되고 있고, 국내의 온라인 게임이 아시아를 비롯해 유럽과 미국을 포함, 세계 곳곳에 수출하기도 하는 등 현재 국내 온라인 게임의 위상은 가히 '세계 제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현재 온라인 게임업계의 흐름에 대해서, '지금의 모습을 잊고 미리미리 내실을 다져야 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업계 관계자들이 많다. 한국의 온라인 게임이 아직까지 사회 전반적으로 완전히 안정된 '수익구조 체계'를 갖추었다고 보기 힘들고, 거품이 섞여있다고 보는 게 맞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 게다가 업계 관계자들은 최악의 경우 국내의 게임산업이 국내 2000년 초에 불었던 '캐릭터 붐' 같은 모습을 지나 지금의 애니메이션 산업처럼 하청 위주로 가버릴 수도 있다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캐릭터 붐 : '마시마로'를 위시해 플래시 위주로 성장했던 캐릭터 사업. 국내에 2000여 개의 매장이 급속도로 생겨났다가 1-2년 후 급속도로 사라졌다.)

사실 관계자들이 현재 승승장구하고 있는 국내 온라인 게임 산업을 이렇게 불안한 관점으로 보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한국의 투자자들이 너무나 게임을 좌지우지 한다는 게 관계자들이 말하는 첫 번째 이유다. 투자와 관련된 비즈니스가 가장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미국의 경우를 보면, 투자자는 일단 투자하기 전에 사업계획을 아주 세심하게 살피고 또 살핀다. 그리고 '돈이 될 것인가'를 따지고 또 따져서 아주 어렵게 투자를 결정한다. 하지만 미국의 투자자는 일단 투자하기로 결정했으면 그 다음에는 '이 부분에는 당신들이 전문가니까 당신들에게 전적으로 맡긴다.'며 개발자들에게 전권을 일임한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엔 '그럴 듯하게 동영상 한 편만 만들어내면 돈이 들어온다'라는 게 업계의 정설일 정도로 사업계획을 대충 살펴보고 돈을 선뜻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 돈줄을 쥐고 있는 투자자들이 게임 개발에 대해 너무나 많은 간섭을 일삼고 있어 개발자가 자신의 기획의도에 맞게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못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게임의 질적 향상이 아니라 돈의 흐름대로 만들기를 강요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사회 전반적인 마인드가 게임산업을 일반 사업과 똑같이 보고 있다는 것이다. 3여 년전, 모 일간지에서는 '한국의 게임계를 이끌어가는 10인'이라는 기사가 나온 적이 있었다. 이 기사를 보면 NC소프트를 비롯해 덩치 순으로 10개의 회사들이 매출 순으로 주욱 나열되어 있었으며, 각 CEO들의 한마디를 담고 있었다. 하지만 해외의 경우를 보면 게임을 이끄는 이들로 회사의 CEO가 부각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리차드 게리엇'이라든지, '빌 로퍼' '코지마 히데오' 등 실제로 대단한 게임을 만들어낸 사람들이 게임을 이끄는 사람들이라고 발표되고 있는 것이다(물론 국내의 경우에도 김학규, 최연규, 송재경, 이원술 등 유명 개발자가 몇 명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개발자가 메인으로 나서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또한 해외의 경우 각 회사의 CEO 들은 돈도 돈이지만 게임산업 자체의 부흥을 먼저 생각하는 정신적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데 반해, 국내는 아직까지 게임산업이 낚시처럼 '한탕주의'로 인식되고 있고, 실제로 회사를 키워서 몇 천억에 파는 등 돈벌이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고 있다. 물론 국내 게임 관계자들의 마인드가 전부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힘을 가진 사람들이 좀 더 게임 산업에 애정을 가질 필요가 있으며, 정부, 나아가 국민 전체가 게임 산업을 특화된 시선으로 바라봐줄 필요가 있다.

세 번째는 해외 온라인 게임의 빠른 질주가 예상되고 있으며, 해외로 우수한 인력이 빠져나가거나 기술력이 유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까지 국내의 온라인 게임산업은 그 뿌리가 얕다고 할 수 있으며, 총체적인 계획에 의해 움직인다기 보다는 단기적으로 상황에 맞게 주먹구구식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다. 또한 게임이 성공한다고 해서 개발자들에게 큰 보상이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해외의 경우에는 게임을 제작하고자 할 때 게임 하나에 10년 플랜을 짤 정도로 철두철미하게 계획을 세워서 진행하며, 개발자들을 따로 부각시키는 등 오랜 노하우를 바탕으로 훨씬 체계화된 조직능력을 보이고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들이 제대로 온라인 게임으로 시선을 돌렸을 때 얼마나 무서운 파괴력을 발휘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경우가 그랬지 않았는가). 또한 중국을 비롯해 국내의 우수한 온라인 게임 기술이 알게 모르게 유출되고 있으며, 우수한 인력이 더 좋은 대우를 받고 해외로 가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상황이다.

네 번째는 가장 고질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는, 기획력의 부재다. 기술도 좋고 섬세한 국내의 애니메이션 산업이 '왜 망했는가'를 살펴보면, 기획력의 부재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새삼 느낄 수 있다. 현재까지도 국내의 온라인 게임은 다채로운 시도와 함께 많은 발전을 이루어내고 있지만, 향 후 전 세계가 온라인으로 휩싸일 5년 후 정도를 예상했을 때에도 국내의 온라인 게임이 지금의 온라인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전망을 해볼 때 겁이 덜컥 나기도 한다. 높은 기술을 바탕으로 차차 외국 자본에 의해 외주와 하청을 맡기 시작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그나마도 중국의 값싼 인력에 빼앗기고 고사하는 상황이 오지 않으리란 법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국내의 온라인 게임에 대한 우려는, 어디까지나 우려일 뿐이다. 현재 국내의 온라인 게임은 앞 서 말했듯 세계 최고이며, 정부 차원에서 여러 육성을 통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 만큼 몇몇 문제점만 잘 보완한다면 세계의 게임 강국으로 다시 뻗어나갈 수도 있다고 본다. 정부 또한 '제 3대 게임강국'을 표방하며 힘차게 약진을 꿈꾸고 있으며, 최근에는 게임산업 진흥법이 새로 준비되어 훨씬 게임이 국내에서 활개를 칠 수 있는 기본 토양이 마련된 것은 어찌 보면 천만 다행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해외의 기라성 같은 게임 개발사들이 점차적으로 온라인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는 지금, 국내의 온라인 게임은 지금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을 이용해 제2, 제3의 도약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게임계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의 마인드의 변화도 중요하며,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의 마인드도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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