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한 게임업계, 우리도 휴가 가고 싶어요~
후덥지근한 날씨와 뜨거운 태양으로 인해 무더운 여름. 여름 시즌은 방학이라는 긴 휴가 기간이 있어 게임업계에서는 겨울 방학과 함께 최고의 성수기로 손꼽힌다. 실질적으로 게임을 즐기는 학생들을 확실한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 그만큼 게임업계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기 마련이다. 이렇다 보니 타 업종에서는 여름 휴가다, 해외 여행이다 한참 달콤한 시간을 즐길 때지만 게임업계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여름 휴가도 잊은채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게이머들을 위해 여름휴가도 반납한 채 에어컨 바람을 쐬가며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게임업계의 상황을 분야별로 살펴봤다.
(어디까지나 일부 업체들의 예시입니다. 전체 게임업계와는 다른 내용일 수도 있습니다)
* 휴가요? 그런 거 못 가본지 오래 됐어요
최근 여름 성수기를 맞아 다양한 온라인 게임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만큼 게임에 매달리는 개발사들도 많을 터. 게임이 서비스 되기 위해서는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개발팀의 경우 이미 휴가라는 단어의 의미를 잃어버린지 오래다. 프로젝트 하나를 위해서는 최소 1~2년 정도는 개발에만 전념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안정화 된 게임이라면 모르지만 성수기에 출시되는 신규 게임을 맡은 개발사들은 잇따른 패치와 업데이트, 콘텐츠 준비로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여름 방학 기간 동안 최대한 많은 게이머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게임 완성도를 위해 불철주야로 회사에서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개발자는 "프로젝트가 시작된 이후로 휴가를 가본 기억이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개발에 매달리는데 혼자 가기도 뭐하고... 휴가는 괜찮으니까 지금하고 있는 게임이 대박 났으면 좋겠네요. 이후에는 마음 놓고 놀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렇다 보니 개발팀 나름대로의(?) 휴가 방법이 개발되고 있다. 단체로 시원한 맥주를 한 잔 마신 뒤에 찜찔방에 가서 땀을 뺀다던가, 하루 정도는 팀장부터 막내 사원까지 온라인 게임에 매달려서 스트레스를 푸는 등 길지는 않지만 그들만의 휴가를 즐기고 있다. 모 개발사에서는 에어컨 바람을 쐬기 위해 집에도 가지 않고 회사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개발자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다.
*휴가는 커녕 주말에만 안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개발자들이 무사히(?) 게임을 런칭하는데 성공하면 운영팀의 분투가 시작된다. 방학 시즌에는 게이머들의 문의도 늘어나고 패치나 업데이트에 대한 테스트 업무도 증가한다. 이와 함께 게임 내 다양한 이벤트로 운영팀 역시 쉴 틈 없는 여름을 보내고 있다.
특히나 운영팀의 경우에는 평소에도 게임 내에서 많은 업무를 맡고 있고, 직접 게이머들을 상대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표면적으로 게이머들에게 가장 많은 비난을 받는 비운의 파트이기도 하다. 이들은 교대로 근무하면서 잠시라도 게임에서 떨어질 수가 없기 때문에 휴가는 그야말로 꿈 속에서만 다녀올 수 있다. 하루라도 게임을 돌보지 않으면 게임 내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대처할 수 없고, 이러한 문제는 바로 게이머들의 불만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모 게임의 한 운영자는 "휴가처럼 장기적으로 쉬는 건 바라지도 않으니 휴일에는 집에서 쉴 수 있으면 좋겠다. 주말이 되도 출근을 하는 일이 많다 보니 여자친구나 가족들 얼굴 보기도 힘들다"라며 운영자의 슬픔을 토로했다.
이렇게 힘든 휴가를 보내는 운영자들을 위해 각 업체에서는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팀별로 회식을 지원하고, 추가 수당을 제공하는 등 사기 진작을 위해서 다양한 복지 정책을 펼치고 있다.
*홍보 & 마케팅팀도 바쁜 건 마찬가지랍니다
성수기에 맞춰 각 게임마다 본격적인 홍보 및 마케팅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나 캐주얼 게임들이 봇물을 이루면서 올 여름에는 수십 개의 게임이 동시에 등장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렇다 보니 홍보 및 마케팅팀 사원들도 바쁜 나날들을 보내는 건 마찬가지다. 각 게임마다 홍보와 마케팅 계획을 세워서 게이머들이 떠나가지 않도록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내야하며, 특히나 여러 개의 게임을 동시에 서비스하는 게임포털 홍보팀의 경우에는 휴가는 커녕 눈깜짝할 사이에 여름이 지나가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홍보 담당자는 "혼자서 8~9개의 게임을 관리하면서 홍보 업무를 하려고 하니 정말 힘들다. 그렇다고 어떤 게임은 해주고 어떤 게임은 안 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휴가는 천상 9~10월에나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매체들 역시 바쁜 여름을 보내고 있다
이렇게 게임 업계가 분주하다 보니 관련 매체들도 바빠지기 마련이다. 매일 같이 새롭게 공개되는 게임들을 분석하고 리뷰, 가이드, 공략 등을 작성하다 보면 2~3일 야근은 기본. 빠른 시일 내에 작업을 끝내기 위해서는 밤샘 작업도 감수해야한다. 게다가 오픈 행사나 이벤트 행사라도 있다면 금상첨화(?). 연이은 취재와 업데이트 작업이 이어지다 보면 역시나 휴가를 사용하기도 전에 여름이 끝나버리는 경우가 대다수다.
모 매체의 한 기자는 "7~8월에는 휴가를 낼 생각을 애초에 하지 않았다. 9월말쯤이나 되면 한 번 휴가를 다녀올 생각이다. 비록 여름 휴가는 아니겠지만"이라며 쓸쓸하게 웃었다.
이렇다 보니 기자들도 나름대로의 휴가를 보내기 위해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휴가를 못 가는 대신 회사의 공금을 써야겠다며(?) 오기로 회사에 남아 숙식을 해결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놀러가지 못하는 거 잘 먹기라도 하자며 연일 회식을 여는 곳도 있다. 과연 이들이 정상적인 휴가를 누릴 수 있는 날은 언제인가...
*바쁜 여름, 게이머를 위해 게임업계가 뛰고 있습니다
게임업계가 이렇게 여름 휴가마저 만끽하지 못하고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는 것은 모두 게이머들을 위해서다. 여름 방학 기간 동안 다양한 게임을 통해서 큰 재미를 누리고 싶은 게이머들을 사로잡아야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도 많은 게임업계 종사자들이 휴가도 잊은 채 업무에 매달리고 있다. 이들의 노력이 있기에 앞으로도 게임 시장의 미래는 밝지 않을까? 물론 "우리도 휴가 가고 싶어요~"라는 그들의 한맺힌 원한의 목소리는 계속 되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