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들이 떠는 게임징크스 '이런느낌 처음이야'

< <서울 독산동에 사는 서한나 씨는 자신이 좋아하는 온라인 게임을 3년째 하고 있지만 늘 시무룩하다. 오랫동안 게임을 즐겼지만 남들만큼 '득템(게임 내에서 좋은 아이템을 얻는 것)'을 하지 못 했기 때문. 다른 게이머들은 좋은 장비를 마련해서 자랑하고 다니지만 한나 씨는 아직도 '서민셋'으로 게임을 즐기고 있다. 용산구에 사는 김길형 씨의 경우에는 스포츠 게임을 주로 즐기지만 오랫동안 즐길 수가 없다. 늘 9연승에서 패배를 당해 10연승 이상을 기록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연승 기록을 세우지 못하다 보니 점점 게임에 대한 목적이나 의욕을 잃게 되서 게임을 오래 즐기지 못한다. 재미있는 것은 한나 씨나 길형 씨 모두 '징크스'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징크스란 일반적으로 선악을 불문하고 불길한 대상이 되는 사물, 또는 현상이나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운명적인 일 등을 말한다. 그리고 이런 징크스들은 과학적으로는 전혀 입증이 되지 않았지만 게임 내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미신처럼 존재하고 있는 징크스들, 어떠한 방법으로 게이머들을 가로 막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 나도 게임에서 부자가 되고 싶다.

온라인 게임에서는 흔히 말하는 득템이 게임 내에서 가장 빠르게 부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이다. 로또를 사는 간절한 마음과 같이 어느 게이머나 득템에 대한 욕심이 있을 것이다. 소위 말하는 확률 문제이긴 하지만 이 확률이 누구에게나 공평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어떤 게이머는 극악한 확률의 아이템을 하루에 많게는 두 개까지, 한 달에 몇 개씩 획득하면서 순식간에 부자가 되지만 한 사냥터에서 몇 개월을 사냥해도 쓸모없는 아이템만 줍는 비운의 게이머들도 존재한다. '내 캐릭터는 저주캐(이렇다할 득템이 없는 캐릭터를 비하하는 속어)'라며 한숨을 쉬는 게이머들이 많은 이유도 이렇게 운 나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웹젠에서 서비스하는 'SUN'의 경우 사냥을 통해서 자신의 기본 장비를 마련하는데, 자신이 쓸 수 있는 장비는 나오지 않고 다른 직업이 사용할 수 있는 장비만 나오는 경우가 많아 게이머들이 좌절하기도 했다. 또한 제련에 사용되는 '필미스톤'은 초반 게이머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중요한 아이템인데, 같은 파티원들은 여러 개를 챙길 때 자신은 하나도 줍지 못하는 비참한 심정은 당해본 사람만 알 수 있는 사항이다.


득템 외에도 온라인 게임에서 흔히 사용되는 아이템 제련도 많은 게이머들을 울고 웃게 만든다. 대부분의 게임들이 높은 단위가 될수록 제련 성공 확률이 희박한데 이 바늘과 같은 틈을 한 번에 통과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높은 수치는 커녕 첫 발걸음부터 실패를 하는 게이머들도 있다. 심지어 캐릭터 아이디나 캐릭터만의 기운(?)을 고려해서 제련용 캐릭터를 만든다거나, '제련해서부자되세' '질러라질러' '웃으면복이와요' '천사의 축복' 등 캐릭터 작명에 신경을 쓰는 게이머들도 있으니 이 정도면 징크스가 아니라 하나의 미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지도 모른다.

아이템이나 제련에 적용되는 수치는 어디까지나 확률의 문제이기 때문에 누구에게 편애되고 누구에게는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확률이란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이기 때문. 다만 그 사람이 타고난 운(?)에 있어서만큼은 개발사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 역시 징크스 하면 스포츠 게임

실제 스포츠계에서는 무수한 징크스들이 선수들을 가로 막고 있다. 이적 후에는 성적이 부진하다던가, 특정 팀에게 약하다, 특정 상황(축구의 패널티킥이나 승부차기 등)의 징크스 등 많은 징크스가 있다. 그와 비슷하게, 스포츠 게임에도 그런 많은 형태의 징크스가 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피파 온라인'의 경우 실제 축구의 징크스들이 그럴 듯하게 적용돼 게이머들을 괴롭히고 있다. 골대를 먼저 맞춘 사람이 패배한다던가, 잉글랜드로는 스웨덴을 이길 수 없는 징크스(실제로 잉글랜드는 1968년 5월 3-1 승리 이후 무려 34년 동안 스웨덴전 10연속 무승(7무3패)을 기록했다), 국제 경기에서는 한국을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중국의 공한 증 등이 실제 게임에서도 적용되는 사례가 많아 게이머들도 몸을 사리는 경우가 많다.


자신만의 오리지널 선수를 육성해 실제 리그에 참여할 수 있는 '실황 파워풀 야구'의 경우에도 다양한 징크스에 시달리는 게이머들이 많다. 자신이 공들여 키운 선수가 좋은 팀으로 들어가면 각종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하는 '먹튀'가 된다던가, 박찬호의 투심을 믿고 던지면 무조건 안타를 맞는다던가, 3점 이내로 실점을 최소화하면 팀타선이 부진해서 패배를 하는 등 여러 가지 징크스들이 게이머의 기분을 망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러한 재미(?)들이 있어야 진정한 스포츠라 할 수 있고 진정 위대한 선수들은 징크스를 극복하고 정상에 섰기 때문에 스포츠 게임의 가장 큰 난관은 라이벌이 아니라 바로 징크스 극복일지도 모른다.

* 무언가가 나의 격투 인생을 가로 막고 있다

순간의 실수가 생사를 가르는 격투 게임의 세계. 그만큼 치열한 전투가 난무하는 가장 살벌한 게임계가 바로 격투 게임계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오락실에서 상대를 농락하는 플레이로 날고 기는 게이머들도 징크스 앞에서는 맥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2D 격투 게임에서 '국민 게임'으로 사랑 받고 있는 '킹 오브 파이터즈'의 경우 10년이 넘게 게이머들에게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그 10년 동안 게이머들은 저마다의 독특한 징크스에 시달려야만 했다. 한 게이머는 자신이 고른 캐릭터의 순서를 바꾸면 반드시 패배하는 징크스를 갖고 있는가 하면, 필살기 게이지를 모두 모으면 써보지도 못하고 무기력하게 패배하는 게이머도 있다. 또한 홀수 년도, 혹은 짝수 년도 시리즈에만 강하고 그 외의 시리즈에는 적응을 하지 못하는 특이한 징크스를 가진 게이머들도 있다.

3D 격투 게임의 최고봉 '버추어 파이터' 시리즈의 경우에도 웃지 못할 징크스들이 존재한다. 주인공 아키라의 강력한 기술인 '붕격운신쌍호장'을 성공 시키면 그 라운드는 반드시 패배한다던가, 자신이 연승을 하기 시작하면 더 이상 대전 상대가 없어지는 징크스, 힘들게 잡기풀기를 성공하면 다시 상대에게 잡기를 당하는 등 노력의 여부와는 관계없이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패배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1초 사이에 수많은 심리전과 커맨드 입력을 주고받는 격투가 들에게도 징크스는 여전히 힘든 상대인가 보다.


* 프로게이머 역시 예외는 없다

최근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선망의 직업으로 손꼽히는 프로게이머. 높은 연봉과 최고의 인기, 그리고 명경기를 통해서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황제' 임요환, '투신' 박성준, '몽상가' 강민도 피하지 못한 징크스들이 존재한다.

'스타크래프트' 종목에서 가장 잘 알려진 징크스는 '우승자 징크스'. 대회에서 우승을 하고 나면 다음 대회에서 반드시 부진한 성적으로 탈락을 한다는 '우승자 징크스'는 현재까지 그 누구도 피하지 못한 최강의(?) 징크스로 손꼽힌다. 역대 우승자인 김동수, 임요환, 최연성, 강민 등 모두가 우승자 징크스의 피해자가 되었고, 지난 신한은행 스타리그 2006 시즌1에서 우승한 한동욱이 다음 시즌에서 우승자 징크스를 깰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또한 결승전에서 저그는 테란을 이길 수 없다는 징크스도 존재한다. 그동안 강도경, 홍진호, 조용호 등이 결승무대에 올랐지만 늘 테란에게 무릎을 꿇으며 눈물을 삼켜야했다. 딱 한 명, '투신' 박성준이 테란 이병민을 누르고 두 번의 우승을 차지해 저그의 한을 푸는데 성공했지만 지금도 결승무대에서는 테란 앞에서 작아지는 저그의 징크스가 이어지고 있다.

이 외에도 가을만 되면 프로토스가 강해진다는 가을의 전설이라는 조금은 독특한 징크스도 존재한다. 김동수, 강민, 오영종 등이 가을의 전설을 이어가며 우승을 차지하는데 성공했기 때문. 이번 신한은행 스타리그 2006 시즌2에서도 '프로토스의 가을'이 이어질지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징크스를 깨기 위한 노력은 계속된다

일종의 미신일지도 모르지만 게임계에는 이렇게 다양한 징크스들이 존재하고 있다. 사실 게이머들마다 받아들이는 마인드의 차이에 따라 징크스가 될 수도 있고, 그냥 웃어넘길 수 있는 에피소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과 똑같이 노력을 했는데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오는 경우를 보면 분명히 알 수 없는 힘이 작용하는 게임 징크스는 분명히 존재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이 정도 징크스에 재미있는 게임을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아이템이 안 나와도, 제련에 성공하지 못해도, 연승을 기록하지 못해도 언제나 자신이 즐겁기 위해서 게임을 즐긴다는 기본 마음가짐은 잊지 말도록 하자. 즐거운 마음으로 게임을 플레이한다면 분명 징크스도 행운이 되서 돌아오는 날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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