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프로모션 위주의 전략, '효과적인가?'

프로모션은 '촉진'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로, 마케팅에서 프로모션은 간단히 말해 상품의 판매촉진을 위한 모든 방법을 총괄해서 이야기한다. 실제품의 CM과 틀린 점은 프로모션은 제품 자체보다는 그 제품이나 만든 기업의 이미지를 감성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을 취한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GS건설 자 아파트를 광고하면서 아파트 자체보다는 이영애를 광고모델로 내세워서 '이런 사람 들이 GS건설 자에서 산 다' 라는 이미지를 선전해 엄청난 효과를 거둔 것이 좋은 예가 되겠다.

최근에 와서 게임업계에서도 게임 자체를 광고하기 보단 이미지를 광고하는 프로모션 전략이 점차적으로 자리를 잡는 느낌이다. 그러한 형태가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필자 나름대로 게임회사의 프로모션 전략에 대해 조금 얘기해보도록 하겠다.

*프로모션은 만능인가?

요즘 블로그나 게임웹진을 돌아다니다 보면 유난히도 '프로모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글들이 눈에 뜨인다. 이를테면 'A와 B라는 소프트가 있는데, 처음에는 판매량이 비슷했지만 A를 제작한 제작사에서 CM에 특급 모델을 등장시킨 후 판매량이 현격하게 차이가 나버렸다.' 라는 식인데, 대부분 A와 B는 전혀 대상층이 틀린 게임인데도 불구하고, 결국 한쪽이 더 많이 팔린 것은 프로모션의 힘이며, B역시 같은 돈을 들여 프로모션을 했다면 동일한 규모로 팔렸을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내면에 깔고 있다.

하지만 프로모션은 만능의 도구가 아니다. 이를테면 NDS용 'NEW 슈퍼마리오'를 여성 게이머들을 대상으로 프로모션을 행한다면 그것은 적절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마리오카트 DS'를 여성 게이머들 대상으로 프로모션을 해봐야 'NEW 슈퍼마리오'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을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몇 년도 더 전에, 코나미의 코즈키 사장이 도쿄대의 게임비지니스에 대해 강연을 했을 때,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SCE와 닌텐도와 같은 게임기를 생산하는 메이커와 코나미와 같은 소프트메이커의 프로모션의 예산은 격이 틀리다. 하지만 프로모션은 만능이 아니다. 팔리는 게임을 더 많이 팔리게 하는 효과는 있지만, 팔리지 않는 소프트를 팔리게 하는 힘은 없다'

예를 들자면 '뇌단련' 시리즈는 마츠시마 나나코(松島奈?子)의 CM이 기폭제가 되었던 것은 맞다. 그러나 그 이전에 '뇌단련'은 반년이상 앞에서부터 계속 팔려나가고 있었고, 기폭제가 될 만한 타이밍에 특급 모델을 투입한 CM이 방영, 매상은 단번에 엄청나게 뛰게 된다. 이것이 '팔리는 게임을 더 많이 팔리게 하는' 프로모션의 효과다.

다른 예로 입소문이 잘나서 스테디셀러가 되었던 작품의 속편이 프로모션으로 인해 밀리언셀러가 되는 경우도 있는데, 고에이의 '진삼국무쌍2'가 괜찮은 실적을 올린 후 출시된 '진삼국무쌍3'가 프로모션전략을 효율적으로 구사해 단번에 밀리언셀러가 된 것이 좋은 예다. 물론 이것도 '팔릴만한 게임이 팔린' 경우다.

*잘 만든 게임이 잘 팔릴 뿐이다

물론 프로모션이 전혀 의미가 없는 행동이란 의미는 아니다. 단지 재미없는 게임이 프로모션만 잘한다고 팔리는 건 아니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백전연마의 카피라이터와 솜씨 좋은 영상감독이 고품질의 CM을 만들고 광고카피를 쓴다고 해서 무에서 유를 만들 수는 없다. 가끔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은 크레이티브쉽(제작)이 아니라 사기(詐欺)의 영역이다.

솔직히 필자는 모 게임 퍼블리셔에서 근무하고 있고, 제작자들을 옆에서 많이 지켜보는 위치이기 때문에, 제작자들이 게임의 패배원인을 프로모션 부재로 돌리는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니다, 팔리지 않는 게임을 앞에 두고 분노한 사장 앞에서 제작자가 댈 수 있는 변명이란 몇 가지되지 않으니만큼, 그런 변명을 하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회의실에서 '프로모션 전략이 나빴다' '프로모션이 너무 부족했다' '당신네들(퍼블리셔)이 잘 안 밀어줘서 그렇다'는 변명을 줄줄이 하는 제작자를 만나게 되면 솔직히 기분은 좋지 않다. 물론 말단인 필자에게 그럴 권한은 없으므로 '네 그런가요?' 라고 응수할 뿐이다.

물론 프로모션에 대한 책임도 분명히 있다. 게임 제작이란 개발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광고와 영업도 개발과 보조를 맞추어서 협력을 해주어야 하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언제나 최총 책임은 개발이 지지 않으면 안 된다.

퍼블리셔의 역할은 유통 쪽에 '강력한 무기(상품)'를 넘겨주는 것이다. 세일즈라는 것이 그렇지만, 외판원이 자신이 판매하는 상품에 대해 확신이 있으면 있을수록 손님에게 확실한 어프로치를 취하기 쉬워지듯이, 유통측이 게임의 게임성에 대한 확신이 강하면 강할수록 팔아야 할 대상에게 보다 효과적인 어필을 할 수 있게 된다.

즉 제작 측에서 팔릴만한 상품을 만들어줘야 영업과 광고도 제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때문에 크리에이터는 게임이 팔리지 않았을 때 1차적인 책임이 제작에 있다는 사실을 우선 인정하고 '팔리지 않았던 것은 프로모션이 없거나 나빴던 탓이 아니다. 개발자들의 생각이 게이머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고 생각해야한다.

세상에는 어떠한 유혹이 있더라도 절대 입에 올려서는 안 되는, 말하면 그것으로 끝장인 인간으로서의 데드라인이 있는 법인데, 게임제작사로서 제작의 1차 책임을 인정하는 것 역시 제작자로서의 최후의 데드라인이다. 그 선을 넘으면 크리에이터라는 직함을 스스로 제 발로 짓밟는 꼴이다.

그렇기에 게임 제작사로서의 최후의 자존심조차도 버리고 프로모션 운운하는 사람을 만나면 정말 어처구니가 없어지는 것이다.

* 최근의 소니진영의 고전의 이유

최근의 일본에서의 DS의 대히트를 둘러싼 설전을 지켜보면, 10년 전의 SCEJ를 떠올리게 된다. SCEJ는 PS 버블시대 > PS2 시대로 이행해 가면서 가장 매상이 떨어진 회사 중의 하나다. 팔리지 않을 시절, 그들의 게임은 2가지의 평가를 주로 받았다. '선전이 좋으니까 팔릴 뿐이야' '난이도가 낮고 가볍게 접할 수 있지만, 게임 형식이 특이하고, 감성이나 아이디어가 신선' 이라는 식이었는데, 지금에 와서 보면 후자가 더 맞는 것 같다. 파라파라더랩퍼 같은 게임이 단순히 선전만으로 그렇게 많이 팔렸다고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지금의 SCEJ는 쉴 사이 없이 매상이 감소추세인 것일까, 그것은 외야의 노이즈(유저들의 의견, 보도나 뉴스등)에 어느 사이에 역으로 세뇌된 SCEJ 자신이 스스로 '선전이 좋았으니까 팔렸다'고 믿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을 역으로 까뒤집어 보면 SCEJ 는 현재 부진의 이유를 '광고 전략의 미스, 비협조적인 유통, 보수적이고 질 낮은 게이머'로 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세계는 계속 변화하고 있기에, 매상이 감소하거나, 생각한대로 팔려주지 않거나, 그런 일은 일상다반사로 일어난다. 백전백승이란 사실상 있을 수가 없다. 이럴 때에 개발자 사이드에 제대로 고객들의 피드백이 전달되느냐 되지 않느냐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PS2가 발매되면서 SCEJ는 '게임이 좋아서 팔렸다'는 PS1시절의 성공원인을 망각하고 점점 감소하는 매상을 '선전'과 '유저탓' '유통탓'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PS2 초기부터 시작된 이 균열은 점점 커져, 이제는 좀처럼 메꿀 수 없게 되어버렸다.

최근 SCEJ의 PSP용 신작 '로코로코'의 일본 내 참패는 프로모션 온리 전략의 늪에 빠진 기업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만일 닌텐도 역시 똑같은 우를 범한다면, 수년 후의 말로가 어찌될지는 볼 것도 없다.

더 걱정은 SCEJ와 닌텐도 이외의 대다수의 소프트 회사, 많은 게임 개발자들이 게임이야 어떻든 선전만 좋으면 팔린다는 생각을 품고 있다는 사실이다. SCEJ같은 거대한 기업도 현재 고전하고 있는데, 중소기업들이 '프로모션..프로모션' 같은 공염불이나 외고 앉아있다면 그 앞길이 극락정토가 아닌 무언가라는 건 확실하다.

글쓴이 :김효식(kdash21@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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