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인텔 코어 2 듀오, '새로운 세상으로의 초대'

컴퓨터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프로세서'다. 프로세서의 변화에 따라 작게는 시스템의 처리 속도부터 크게는 플랫폼 전반의 변화가 좌우되며, 프로세서는 컴퓨터 내부에서 각종 명령을 수행하고 주변 장치들을 통제해 사용자가 원하는 결과를 얻도록 해준다. 언뜻 들어서는 굉장히 복잡할 것 같지만, 프로세서는 이미 PC를 통해 실생활 주변에서 손쉽게 만날 수 있다.

PC에서 쓰이는 프로세서는 인텔과 AMD라는 두 회사의 제품에 따라 플랫폼이 나뉘고 있다. 이 중 인텔은 1971년에 최초의 프로세서인 '4004'을 발표해 이 분야에서 명성을 쌓아온 기업으로 80년대에는 IBM에 8088을 납품해 컴퓨터의 대중화에 기여했다. 또한 인텔은 1985년, 80386 프로세서를 발표해 32비트 프로세서 시대를 열었으며, 숫자로만 표현되던 프로세서에 브랜드를 도입해 '펜티엄' 프로세서를 시장에 소개했다.

펜티엄은 지난 10년간 산술 연산 능력에서는 80배, 멀티미디어 처리 능력에서는 350~ 450배 향상되는 과정을 한 몸에서 이뤄온 대표적인 프로세서 시리즈다. 최근 모델인 펜티엄 4는 '넷 버스트' 아키텍처를 통해 동작 클럭이 4GHz에 다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인텔은 펜티엄 프로세서 시리즈를 이끌어 온 구형 아키텍처를 버리고 코어 아키텍처를 새로 개발, '코어 2 듀오' 프로세서를 발표했다. 펜티엄 4 프로세서를 내놓았으면서도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기존 제품을 초월한 새로운 개념의 프로세서가 등장하자 업계는 인텔의 성취에 경악했다. 같은 클럭에서 경쟁사의 프로세서를 뛰어넘는 성능을 제공하면서도 전력 소모는 절반 가까이 줄여 경제성과 효율성 면에서 이제껏 누리지 못했던 이득이 코어 2 듀오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 '혁신'의 증명, 코어 아키텍처

코어 아키텍처는 넷 버스트(Netburst) 아키텍처로 설계된 펜티엄 4 프로세서를 잇는 코어 2 듀오 프로세서의 설계 구조다. 코어 아키텍처는 성능은 동작 클럭에 비례한다는 일반적인 통념을 되짚어볼 기회를 주는 새로운 개념의 아키텍처다. 성능은 동작 클럭에 클럭 당 명령어 수를 곱한 개념으로 알려져 있어, 기존의 개념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그동안 동작 클럭을 향상시키는데 치중해 소비 전력과 발열을 늘린 기존 넷 버스트 아키텍처가 효용성이 점차 낮아진 것이 문제다.

인텔이 소비 전력과 발열이 함께 비례하는 동작 클럭의 향상보다 클럭 당 명령어 처리 능력을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 개발한 것이 바로 코어 아키텍처다. 인텔은 코어 아키텍처의 주요 기술 요소로 와이드 다이내믹 실행(Wide Dynamic Execution), 인텔리전트 파워 성능(Intelligent Power Capability), 어드밴스드 스마트 캐시(Advanced Smart Cache), 스마트 메모리 액세스(Smart Memory Access), 어드밴스드 디지털 미디어 부스트(Advanced Digital Media Boost) 등을 다섯 가지 핵심 기술을 제시했다.

와이드 다이내믹 실행(Wide Dynamic Execution) 은 명령어가 실행되는 과정의 폭을 넓혀 보다 많은 명령어가 동시에 처리되도록 만든다는 개념이다. 각 연산 단계에 더 많은 로직과 버퍼를 배치해 하나의 코어에서 최대 4개의 명령어를 동시에 추출, 발송, 실행, 반환 단계를 거치게 한다. 이는 기존 펜티엄 4 프로세서가 하나의 명령어만 줄곧 처리한 것에 비해 획기적인 성능 향상을 도모할 수 있게 했다. 또한 2개의 코어, 4개의 코어를 내장한 프로세서가 선보이면서 처리할 수 있는 명령어의 개수가 배증할 여지를 남겨둬 멀티코어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했다.

인텔리전트 파워 성능(Intelligent Power Capability) 은 소비 전력을 줄여 시스템 전체의 전력 낭비를 막기 위해 도입된 기술이다. 이는 프로세서에서 작동하는 회로와 작동하지 않는 회로를 자체적으로 판단해 작동하지 않는 회로에 전원을 공급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발상을 현실화시킨 것이다. 본래 전원으로 동작하는 프로세서 등 PC 주변기기는 전원이 들어가 작동하지 않으면 데이터가 어디 있는지 판독하기 어려운 구조지만, 전원을 효과적으로 관리해 불필요한 회로에까지 전원이 들어가 전력을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프로세서가 일부 연산 모드를 절전 상태로 자동 전환한다.

어드밴스드 스마트 캐시(Advanced Smart Cache) 는 프로세서에 집적된 캐시 메모리를 코어끼리 공유해 쓰도록 해 더욱 커진 캐시 메모리를 바탕으로 데이터를 읽어 들이는 시간을 줄여준다. 인텔 프로세서는 L1-L2 순으로 데이터를 찾는 단계적인 접근방식을 채택해 코어에서 데이터를 L1-L2-외부 메모리로 넘어가는 단계가 적을수록 보다 빠른 연산이 가능하다. 이 기능이 적용되지 않는 듀얼코어 프로세서에서는 코어와 캐시메모리가 연결된 형태에서만 따로 동작해 집적된 캐시 메모리가 4MB라고 해도 2MB밖에 없는 것과 다를 바 없었으나 같은 캐시 메모리를 공유하는 구조로 설계가 바뀌면서 코어가 데이터를 찾아내기 위해 외부 메모리에 직접 검색할 여지가 줄어들었다.

스마트 메모리 액세스(Smart Memory Access) 는 코어에서 명령어를 가져와 실행하는 과정에서 효율성을 도모할 수 있는 방법을 아울러 통칭한다. 인텔은 캐시나 메인 메모리에서 데이터를 찾아올 때 생기는 시간차를 줄이기 위해 메모리 명확화(Memory Disambiguation) 기술을 도입해 최대 40%의 성능향상을 이뤘다고 발표했다. 또 메모리에서 데이터를 보다 빨리 메모리를 읽어 들여 처리하는 향상된 프리패처(Prefetcher)를 채택해 연산 과정에서 읽어 들이는 횟수가 많은 데이터를 별도로 보관해 불필요한 로딩과 삭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코어의 데이터 검색을 자동으로 분석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드밴스드 디지털 미디어 부스트(Advanced Digital Media Boost) 는 프로세서에 내장된 확장 명령어 세트인 SSE(Streaming SIMD Extension)의 실행 성능 개선을 목적으로 개발된 기능이다. 단순하게 정리하자면 64비트로 쪼개 실행되는 명령어를 코어에서 처리되는 기본 단위인 128비트로 이어 붙여 보다 빠르게 데이터를 처리하는 기술로 명령어 코드를 분석해 오류 없이 효율적으로 빠른 연산이 가능하게 했다. 이는 점차 사용이 증대되는 추세인 멀티미디어 데이터가 프로세서 내부에서 보다 빠르게 처리되도록 해 인코딩 등 멀티미디어 관련 작업이 많은 사용자가 보다 빠른 체감 성능을 느낄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인텔은 코어 아키텍처에 투입한 새로운 기술들을 통해 현존하는 x86 계열 프로세서 중에서 성능과 에너지 효율 등에서 가장 뛰어난 프로세서를 선보였다. 지금까지 인텔이 선보인 프로세서들이 세대교체 때마다 성장의 아픔을 심하게 겪는 모습을 보였으나, 코어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설계된 제품군들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완전체'의 모습을 처음부터 과시하고 있다.


<표 : 코어 2 듀오 프로세서 사양 비교>

모델명 호스트 클럭/FSB L1 캐시 L2 캐시 동작 클럭

코어2 익스트림 X6800 266MHz/1066MHz 64KB×2 4MB 2.93GHz

코어2 듀오 E6700 266MHz/1066MHz 64KB×2 4MB 2.66GHz

코어2 듀오 E6600 266MHz/1066MHz 64KB×2 4MB 2.40GHz

코어2 듀오 E6400 266MHz/1066MHz 64KB×2 2MB 2.13GHz

코어2 듀오 E6300 266MHz/1066MHz 64KB×2 2MB 1.86GHz

* 과거의 챔피언을 여유 있게 따돌리는 강력한 성능
코어 2 듀오 프로세서의 진가는 펜티엄 익스트림 에디션과의 비교를 통해 간단히 알아보도록 하겠다. 벤치마크는 프로세서의 세대 차이를 비롯해 메인보드와 각종 주변기기의 영향이 직접적으로 개입해 상황에 따라 가변적인 요소가 많은 편이다. 하지만 최대한 비슷한 여건을 만들어 시도해 본다면 객관적인 성능 격차를 판단하는데 도움이 되는 결과값을 도출할 수 있다. 이번 테스트에서는 시중에서 33만원 선에서 판매되고 있는 코어 2 듀오와 한 때 100만원이 넘는 가격에 한국 소비자들에게 잠깐 얼굴을 비쳤던 펜티엄 익스트림 에디션 955를 다뤄보도록 하겠다. 테스트 항목은 프로세서의 성능을 적나라한 수치로 볼 수 있는 산드라 2007을 활용해 보겠다.

<표 : 프로세서 사양 비교 >

프로세서 코어 2 듀오 E6600 펜티엄 익스트림 에디션 955

동작 클럭 2.4GHz 3.46GHz

동작 전압 1.3V

제조 공정 65nm

FSB 1066Mhz (6.4GB/s)

코어 콘로(Conroe) 프레슬러(Presler)

<표 : 테스트 사양>

메인보드 ASUS P5B

메모리 커세어 XMS2 PC8500 DDR2 1GB × 2 (4-4-4-12)

하드디스크 웨스턴디지털 랩터 74GB

광학디스크 파이오니아 슈퍼멀티 드라이브

그래픽카드 엔비디아 지포스 7600GS

파워서플라이 잘만테크 460W

운영체제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XP SP2

* 산드라 2007 결과 비교

산드라는 PC 주변기기의 성능 계측을 간편하게 할 수 있어 시스템 혹은 개별 부품의 성능을 쉽사리 알아볼 수 있는 소프트웨어다. 실제 성능을 알아보기에는 미흡한 부분이 없지 않지만, 프로세서의 성능을 가장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이번 테스트에서는 정수연산과 부동소수점 연산 성능을 통해 각 프로세서를 비교해볼 수 있다.

<표 : 프로세서 연산 성능 벤치마크>

정수연산 (ALU) 부동소수점 연산 (iSSE3)

코어 2 듀오 E6600 22087 15133

펜티엄 EE 955 16903 20752

(단위 : MIPS) (단위 : MFLOPS)

결과를 보면 정수연산을 처리하는 ALU의 경우, 반 값도 안되는 코어 2 듀오 프로세서가 펜티엄 익스트림 에디션을 앞지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와이드 다이내믹 실행 기능을 통해 명령어의 디코딩 과정이 빨라 전반적인 프로세서 성능이 향상된 결과로 보인다. 이에 반해 부동소수점 연산은 반대로 큰 차이가 발생하는데, 이는 프로세서의 코어 2 듀오의 명령어 처리 쓰레드가 2개인데 비해 펜티엄 EE는 하이퍼쓰레딩 기술을 통해 총 4개를 명령어를 처리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표 : 프로세서 멀티미디어 벤치마크>

Integer iSSE2 FP iSSE2

코어 2 듀오 E6600 132537 50288

펜티엄 EE 955 71325 65513

(단위 : it/s) (단위 : it/s)

멀티미디어 벤치마크는 프로세서에 내장된 확장 명령어 세트인 SSE 및 SSE2 등을 활용해 640×480 규격 프랙탈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테스트다. 결과는 위에서 볼 수 있듯이 SSE2 명령어를 통해 실행된 정수 처리 성능은 물론 부동소수점 성능도 상당 수준 앞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플랫폼 안정화로 날개를 달아

국내 하드웨어 마니아들을 설레게 했던 코어 2 듀오 프로세서가 발매된 지 벌써 수개월이 흘렀다. 어느 정도 저축이 되었다면 당장 시장에서 코어 2 듀오 프로세서를 구입해 쓸 수 있어 감동을 체험하는 데에는 경제적인 부분을 빼면 별 다른 장애물이 없어 보인다. 앞서 산드라 2007을 통해 간단히 보았듯, 몇 배나 되는 가격의 프로세서를 앞서는 모습을 종종 보여준 코어 2 듀오 프로세서는 최고 모델뿐만 아니라 하위 모델 역시 높은 성능을 보여줘 하드웨어 성능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동경의 대상으로 자리 잡았다.

인텔은 그동안 경쟁사에게 보급형 시장을 중심으로 상당 부분의 점유율을 내줬지만, 코어 2 듀오 프로세서를 통해 하이엔드 분야를 중심으로 차츰 실지회복에 나섰다. 초기에 문제점으로 지적받던 메인보드의 호환성 및 효율성 문제가 칩셋 리비전 업그레이드로 차츰 해결되면서 파워유저를 중심으로 인텔 플랫폼에 대한 지지세가 점차 실체화되고 있다. 그동안 경쟁사의 듀얼코어 프로세서가 소비전력 대비 성능을 앞세워 점유율을 차지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인텔이 똑같은 방식으로 경쟁사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언제나 그랬듯이 공수가 수시로 뒤바뀌는 시장 경쟁은 당사자들에게는 피 말리는 승부의 연속이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다 유리한 구매 환경과 신속한 신기술 체험을 가져온다. 인텔의 코어 2 듀오도 그동안 수세에 몰렸던 인텔이 전면적인 공세로 전환하는 신호탄이라는 의미가 있어 한동안 프로세서 시장에서 선전한 AMD가 정신을 바짝 차리게끔 자극해 차세대 프로세서 경쟁 구도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고 있다.


리뷰 제공 : 류재용 (haansolo@acrof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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