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호 본부장 '와이즈온은 문화 창조 팩토리'
최근 영화나 CF를 보면 맨몸으로 높은 장애물을 뛰어넘고 대충 봐도 사람 키의 몇 배가 되어 보이는 곳을 뛰어내리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영화 '007 카지노 로얄'의 초반 추격신 장면이나 배우 이준기가 등장해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고 벽을 차면서 텀블링을 하는 모습, 디지털 카메라를 한 손에 들고 장애물을 넘으며 반대편의 여성을 찍는 CF 등 스턴트 배우가 따로 없을 정도로 짜릿한 장면들이 연출된다. 이 스턴트 같은 액션이 바로 요즘 외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야마카시, 즉 프리런닝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 두 단어는 상당히 생소한 용어. 프리런닝은 아무런 안정 장비 없이 고층 빌딩을 오르거나 벽을 타고,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익스트림 스포츠 중 하나이며, 모 영화의 제목으로도 쓰인 야마카시는 프리런닝 클럽 이름 중 하나로, '강인한 신체를 가진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이런 프리런닝이 국내에 소개되고 퍼지기 시작한 건 불과 몇 년 전. '야마카시코리아' 등의 클럽이나 동호회들이 차츰 생겨나면서 현재 약 3만 명에 육박하는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정기적인 모임과 행사를 통해 꾸준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이 프리런닝을 온라인 게임화 시켜 더 많은 대중에게 알리려고 하는 업체가 있다. 2006년 게임산업개발원 대상, '야마카시코리아'와 제휴, 지스타 2006 행사장에서 거대한 프리런닝 부스를 선보여 화제가 된 와이즈온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렇다면 이 회사는 왜 프리런닝이라는 다소 게임에는 접목하기 어려울 것 같은 소재를 온라인 게임화한 것일까? 그래서 기자는 이 회사가 왜 이런 독특한 소재를 골랐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고 덧붙여서 게임을 개발해온 여러 가지 과정들 향후 비전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와이지온의 조성호 본부장을 만나 궁금증을 해결했다.
* 와이즈온은 어떤 업체인가?
와이즈온이 발표한 프리런닝 온라인 게임 '프리잭'은 이미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상태지만 정작 '프리잭'을 개발한 와이즈온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와이즈온 이란 회사명은 워낙 생소한 이름이라 대부분 신생 개발사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데 기자가 알아본 바로는 의외로 상당히 오랜 시간 개발을 해온 경륜있는 개발사였다.
"많은 분들이 신생 개발사라고 생각하시는 게 당연한 것 같습니다. 저희도 와이즈온의 홍보보다는 '프리잭'을 알리는 것에 더 신경 썼거든요.(웃음) '프리잭'을 먼저 알리려고 한 것은 프리런닝이라는 문화를 게이머들에게 알리기 위해서였습니다. 프리런닝을 알리게 되면 자연스럽게 프리런닝 온라인 게임 '프리잭'에 대해 알게 될 것이고 '프리잭'을 알면 개발사인 와이즈온도 알게 되지 않을까요?"
실제로 와이즈온은 퀴즈 온라인 게임과 정부 지원 패키지 게임 등 다양한 게임을 개발한 경력이 있었다. 그리고 이런 다양한 게임 개발 경험 덕분에 오랜 경력을 가진 개발자들도 다수 존재했으며, 게임 개발 엔진, 물리엔진 등 다양한 소스들도 풍부하게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런 노하우가 모여 만든 게임이 바로 '프리잭'이다.
* '프리잭'은 신 장르 게임
"저희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몇 개월에 한 번씩 프레젠테이션을 공모합니다. 자신이 생각한 아이디어를 전 사원에게 공개하고 가능성이 있거나 획기적인 아이디어라면 몇 명의 사원들과 팀을 짜 그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자격을 받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매번 만날 수 있었고 '프리잭'이라는 신선한 소재까지 찾게 됐습니다"
사내 공모전을 통해 개발에 이른 '프리잭'은 레이싱과 액션, 전략이 들어 있는 신개념 캐주얼 게임으로 다양한 장애물을 피해 1등을 하는 것이 목적인 게임이다. 다만 일반 레이싱처럼 트랙을 달리는 형태가 아닌 높은 고층이나 다양한 장애물이 많은 골목, 위험한 차량들이 다니는 도로 등을 달려야한다. 조성호 본부장은 '프리잭'의 맵을 개발하기 위해 해외 도시부터 우리나라 골목까지 다양한 곳을 찾아다녔다고 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프리잭'의 코스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다양함과 역동성을 가지게 됐다.
"저희 게임은 선두가 가장 불리한 조건에서 게임을 진행하도록 했습니다. 선두는 필드 내에 존재하는 많은 장애물들을 부수거나 피하거나 해야 하며, 상위 선수들만 경험할 수 있는 장애물들이 다수 존재해 그만큼 상위권을 지키기 어렵게 했죠. 간단하게 예를 들면 유리창을 1등 선수가 부수고 가버리면 뒤에 오는 게이머들은 굳이 그걸 부술 필요 없이 그냥 지나가기만 하면 되는 겁니다"
조성호 본부장은 '프리잭'이 단순히 빨리 가면 승리하는 게임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 곳곳에 전략성을 넣어두었다고 했다. 순위권 캐릭터들이 부수고 가버리면 하위권 선수들은 그냥 지나가도 되도록 한 것이나 앞에 뛰어가는 선수의 머리나 바지를 잡아 순위를 빼앗을 수 있는 시스템, 콜라나 돌 등을 집어 던져 앞에 가는 선수를 공격할 수 있게 하는 것 등이 한 명의 선수가 독주하는 것을 막고 마지막까지 방심할 수 없도록 만든 '프리잭'만의 전략성이다.
* 문화 형성이 먼저입니다
하지만 과연 프리런닝이라는 생소한 소재를 사용한 '프리잭'이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에 먹혀들어갈 수 있을까? 아무리 3만 명 정도의 마니아층이 있고 최근 CF나 영화를 통해 프리런닝이라는 소재의 거부감이 많이 줄었다고 해도 '프리잭'이 가열된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성공하리라는 확신은 없다. 이런 마니아 시장을 공략해야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울것 같은데 의외로 조성호 본부장은 이 부분에 대해 담담했다.
"저희의 목표는 '문화 형성'입니다. 프리런닝이라는 소재가 국내에 유입된 지 얼마 되지 않고 최근에야 이런 익스트림 스포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분도 매우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저희는 이런 프리런닝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국내에 더욱 빠르게 전파시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온라인 게임이라는 플랫폼을 선택해 '프리잭'을 개발하게 된 것입니다. 문화가 먼저 자리를 잡게 된다면 '프리잭'은 자연스럽게 사람에게 알리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죠"
조성호 본부장은 '프리잭'을 소재로 한 e스포츠 리그부터 제휴를 맺은 '야마카시코리아'와 함께 오프라인 행사나 대회, '프리잭' 애니메이션 등을 통해 프리런닝과 야마카시를 국내에 널리 전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e스포츠 리그는 이미 '프리잭'을 개발할 때부터 염두에 둔 것으로 FPS 게임이나 다른 e스포츠 게임들과 차별화된 경기운영을 경험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저희는 '프리잭'을 기대하고 즐기시는 분들을 게임계의 얼리어답터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신선하고 그동안 볼 수 없던 재미와 보상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 외에도 와이즈온은 아직 온라인으로는 등장하지 않은 신 장르의 게임과 FPS 게임을 동시에 개발하고 있었다. 하지만 신 장르 게임은 아직은 공개할 단계가 아니며 FPS 게임의 경우는 과열된 국내 게임 시장보다는 해외 시장을 먼저 개척할 계획이라 지금은 '프리잭'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게임을 통해 문화를 형성하고 싶다는 조성호 본부장의 말처럼 와이즈온이 프리런닝이라는 문화를 국내에 어떻게 뿌리내릴지 사뭇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