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계 거장 '사카구치 히로노부' 그의 게임관
전세계 6800만장이라는 놀라운 판매량을 기록한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의 아버지, 그리고 '블루 드래곤' '로스트 오딧세이' 등 굵직한 대작을 발표하며 XBOX360 아시아 시장 공략의 선봉장 역할을 맡은 비디오 게임계의 거장 사카구치 히로노부. 그가 '블루 드래곤' 한글판 홍보차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에서도 엄청난 팬을 확보하고 있는 그이지만, 한국 땅을 밟은 건 이번이 처음. 그리고 그의 작품이 한글화되는 것 역시 처음이므로 어찌 보면 이번이 그의 한국 공식 데뷔 첫 무대라고 할 수 있다.
어린 시절을 그의 작품과 함께 보낸 기자가 만난 그는 전 세계적인 거장으로 추앙받는 개발자답게 어린 시절 상상 속 만큼 이나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 그의 작품 세계
파이널 판타지와 블루 드래곤, 로스트 오딧세이. 그가 손대는 작품은 세계관이 방대한 것이 특징이다. 꼭 스케일이 큰 장편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라고 할까? 자신만의 특별한 철학을 가진 연륜있는 영화 감독의 작품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특별한 게임 철학 같은 것은 없습니다. 다만 제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게이머들이 게임을 접했을 때 두근거리는 느낌을 가졌으면 하는 것입니다"
이런 그의 생각은 파이널 판타지에도, 블루 드래곤에도 담겨 있다. 특히 블루 드래곤은 게이머들이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토리야마 아키라의 세계를 여행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토리야마 아키라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가 3D로 변해도 그 느낌이 그대로 살아있을까? 그리고 토리야마 아키라의 상상 속 세계에서는 어떤 신기한 일들이 펼쳐질까? 이런 두근거림을 최대한 강조하는데 중점을 두고 개발한 것이다.
그는 또 "게임을 끝낸 다음에 두근거림이 남아 전원을 끌 수 없는, 그리고 영원히 머리 속에서 지워지지 않은 그런 감동을 주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 게임은 아이들이나 하는 놀이다?
국내 게임 산업이 발전하면서 게임에 대한 인식 역시 조금씩 변화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아이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한 편이다. 그는 게임이 대중화된 일본과 다른 한국의 분위기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일본은 패미콤 세대라고 해서 20년 전부터 게임을 즐겼던 사람들이 사회 주도층이 됐습니다. 그래서 게임에 대한 인식이 굉장히 긍정적인 편이죠. 한국도 폭넓은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이 계속해서 등장한다면 게임에 대한 인식이 변화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게임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위해서는 좀 더 많은, 그리고 다양한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많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게임도 영화나 음악처럼 나이 든 사람들도 공감하고 즐길 수 있어야 다른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동등한 입장에서 평가받을 수 있다는 것.
그는 "일본에서 활동성을 강조한 Wii가 등장해 게임을 하지 않은 연령층을 게임으로 끌어들인 것이 좋은 사례"라며, 자신 역시 "게임을 만들 때 지구 온난화 같은 사회적 이슈나 사랑, 헤어짐 같은 캐릭터들의 인간관계. 즉, 성별과 나이를 불문하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담아 모든 이들이 즐겁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놀라운 그래픽 VS 참신한 아이디어
요즘 최고의 그래픽을 추구하는 PS3와 XBOX360, 그리고 위모콘이라는 참신한 입력장치를 내세운 Wii의 등장으로 인해 게이머들 사이에 현실같은 그래픽과 참신한 아이디어 중 어떤 것이 게임의 재미에 더 큰 역할을 담당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일어나고 있다. 이에 대한 그의 생각은 모범적이면서도 자신감이 넘쳤다.
"분명 그래픽은 게임의 재미 측면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NDS 게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이디어만으로도 훌륭한 게임이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고의 아이디어를 최고의 그래픽으로 표현하는게 정답 아닐까요?"
너무나도 모범적인 답변이지만 항상 하드웨어 성능을 극한까지 발휘하려고 노력해온 그 다운 답변이 아닐 수 없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것이 MS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블루 드래곤이 디스크 3장으로 만들어진 이유이며, 현재 개발 중인 NDS용 SRPG 게임 '애쉬'도 "NDS로 이정도의 그래픽이 가능해?"라는 의문이 생기도록 만들고 있다고 한다.
차기작 로스트 오딧세이
이런 그의 다음 행보는 무엇일까? NDS용 SRPG 게임 '애쉬', XBOX360용 액션RPG '크라이온' 등 많은 작품이 준비되고 있지만 그중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분명 XBOX360으로 개발 중인 RPG 게임 '로스트 오딧세이'일 것이다.
'로스트 오딧세이'는 천년동안 죽지 않는 남자가 주인공인 게임으로 비열한 인간들에게 실망하면서도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을 버리지 않는다는 주제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특히, 인간 내면의 모습을 중점적으로 다루기 위해 2000년 비타민F로 나오키 문학상을 수상한 유명 작가 시게마츠 기요시가 스토리를 담당했으며, 슬램덩크와 베가본드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캐릭터 작화를 담당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현재 진척도는 약 70% 정도. 하지만 나머지 30%가 게임의 핵심이기 때문에 아직도 절반 이상 남은 듯한 느낌이라고 한다. 아직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할테지만 누구나 다 공감할 수 있는 주제, 그리고 최고의 아이디어를 최고의 그래픽에 담는 것을 추구하는 그의 작품이기에 기다리는 시간이 아깝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