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생이 억대연봉, 프로게이머 학력대책 절실
"KTF 매직앤스의 이영호, 이번 시즌 슈퍼 루키 No1 인데요" "김택용, MSL 두 번째 우승을 거머쥐는군요"
최근 e스포츠 중 '스타크래프트' 종목에서 이슈가 되는 선수들을 보면 20살이 못 되는 미성년자가 상당 수 눈에 띈다. KTF에서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는 이영호 선수나 MBC게임 히어로즈의 김택용 선수, 염보성 선수 등 인기를 얻고 있는 선수들이 대부분 중, 고등학생인 것.
현재 e스포츠협회에 등록된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는 총 200명으로, 대부분 20살 전후이며 미성년자도 55명으로 전체의 4분의 1이 넘어서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미성년자 프로게이머들은 물론이고 현재 20세 이상이 되어 활동하고 있는 프로게이머들 중에서도 상당 수가 고등학교 졸업 조차 못하고 있어 제도적으로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중, 고등학생의 '대박' 등용문, 프로게이머
LG히다찌의 사내벤처 드림포에버(www.dream4ever.co.kr)가 2005년 5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6개 초등학교 1만4천36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장래희망 설문에서 프로게이머가 4학년 이상의 고학년들 사이에서 1,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이렇게 프로게이머가 어린이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끄는 이유는 '게임'이라는 것 자체에 아이들의 친화력이 높은데다 아이들이 게임 자체를 쉽게 접하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고등학생이면서 항상 TV에서 주목을 받고 억 단위의 고액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프로게이머라는 점도 아이들에게 인기를 얻는 이유 중 하나다.
이외에도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던 MBC게임과 온게임넷의 개인리그와 최근 각종 포털에서 생중계를 하는 '프로리그' 등 프로게이머의 지위가 갈수록 올라가고 있다는 점도 초등학생에게 어필하고 있는 점이다.
- 전문 프로게이머 양성 기관의 부재
현재 '스타크래프트' 종목의 경우 11개 구단이 설립되어 있고, 1년에 2차례씩 e스포츠 협회 중심의 드래프트 제도를 통해 신규 프로게이머가 영입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신규로 들어오는 프로게이머는 대부분 중-고등학생 수준의 미성년자들이다. 문제는 이들 신규 프로게이머들이 이윤열(인하대), 임요환(원광 디지털 대)등 1세대 프로게이머들처럼 학력을 갖추지 못하고 중졸이나 중퇴에 머물렀다는 점에 있다. 프로리그가 생기고 프로게이머들이 탄생한지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 제대로 된 제도가 갖추어지지 못한 탓이다.
국내 e스포츠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e스포츠의 장기적인 발전에 걸림돌이 될 것을 우려하며 '국내에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한 양성 교육과정이나 교육기관'이 설립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 e스포츠 협회에서 정기적으로 프로게이머 소양교육을 하고 있긴 하지만, 프로게이머들의 학력 문제나 교육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그래서 프로게이머들의 올바른 사회관이나 직업관 등의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하는 관계자들이 많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프로게이머의 기초 교육 및 소양을 더욱 체계적으로 쌓게 해줄 수 있는 기관이나 제도가 갖추어져야 한다"며 "고등학교 졸업 등의 학력이 갖추어져 부작용이 없는 진짜 직업군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방송 매너, 직업관 등 소양 교육이 더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지금처럼 방송 사고 등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e스포츠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 '도' 넘어
이처럼 e스포츠 쪽에 제도나 기관이 마련되지 않은 것은 e스포츠 협회 등의 미비점도 있지만 원론적인 이유는 정부의 무관심과 예산부족 때문이 크다. 정보통신부에서 '정보화 실태조사(1999~2004)'를 통해 국내의 e스포츠 팬을 약 1700만 명으로 추산하는 것처럼 e스포츠가 광범위하게 국내에 전파됐지만 정부는 '바다이야기'만 운운하며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
단적으로 올해 게임 예산은 문화부 전체 예산 1조4천2백50억원 중 1% 수준인 156억원에 그치고 있으며 정부의 e스포츠 관련 예산은 총 4억원 뿐으로 예산이라고 할 수 없을 수준이다. 4억원 중에 1억3천만원의 예산만 배정받은 e스포츠 협회가 광주, 대구, 서울 등 전국 8개 도시에서 대규모의 아마추어 대회를 열면서 각 대회 당 5백만원 수준의 예산 밖에 책정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보니 여기저기서 지원하느니만 못하다는 얘기가 들릴 정도다. 여기에 협회 자체도 최근 '프로리그' 중계권 료를 받긴 했지만 이사회인 각 구단에서 1억 원 씩을 받아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새로운 제도나 기관 설립에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중국 정부가 오는 2008년 북경 올림픽에 e스포츠를 시범종목으로 넣는 것을 추진하는 등 세계적으로 e스포츠가 크고 있고 각국이 아이들에게 게임으로 성공하는 길을 열어주고 있는 이 시점에 자칫하면 한국의 e스포츠가 '종주국'의 위치를 빼앗길 수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e스포츠의 한 관계자는 "네이버, 다음 등 각종 포털에서 앞다투어 생중계를 할 만큼 e스포츠가 매력적인 콘텐츠로 평가받고 있지만 유독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가다간 정부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는 해외의 여러 나라에게 추월당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