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가지 게임들이 온다! 과거의 명작이 온다!

코 묻은 돈을 꼭 쥐고 문방구, 혹은 오락실로 달려가곤 했던 80년대 초반. 올드 게이머라면 당시의 대표적인 게임이었던 남코의 갤러그, 팩맨, X랠리, 디그더그 등을 기억할 것이다. 이 게임들은 지금 기준으로 보면 굉장히 단순한 게임이지만, 당시에는 획기적인 시스템을 바탕으로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대작들이었다.('방구차'로 더 유명했던 'X랠리'의 우스꽝스러운 BGM! 기억하는가!)이 게임들은 하나같이 가슴의 한편을 아련하게 적시는 추억의 게임들이지만, 난이도 또한 높은 편이어서 동전 하나로 오래 버티는 게이머가 없었다. 그러나 이런 것이 더욱 게이머들의 승부욕에 불을 붙여서 밤낮을 설치게 만들기도 했다.
'아아~ 예전의 게임들을, 다시 즐겨볼 수는 없을까' 라고 생각한 게이머들이 지속적으로 남코에 요청을 했는지, 혹은 남코가 '이 게임들을 발매하면 일정 이상 팔릴 것이다'라고 판단했는지는 몰라도, 남코에서는 이러한 80년대 대작게임들을 PSP에 새롭게 리메이크해서 내놨다. 그 리메이크 버전이 바로 PSP용 '남코 뮤지엄'이다. 이 게임에는 총 10개의 게임이 들어있으며, 일부는 예전의 게임을 그대로, 일부는 예전 게임들을 새롭게 어레인지한 작품을 넣어놨다.(예전부터 '팬 서비스'로 유명했던 남코인 만큼 서비스가 가득하다. 메인 메뉴에 오리지날 모드와 어레인지 모드를 한 화면에 넣고 즉석에서 그래픽적인 측면에서 어떻게 달라졌는지 비교해볼 수 있게 한 점은 특히 인상 깊었다.)


PSP용 '남코 뮤지엄'!! 어떤 게임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살펴보기로 하자.

1. 슈팅게임의 고전! 갤러그!
남코 뮤지엄에서 오리지널 갤러그는 '올드갤러그(1979)', 그리고 우리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갤러그'(1981)가 있다.
오리지널 갤러그는 옛날 갤러그를 그대로 옮겨놓았으며(정말 그립다~)PSP의 가로화면으로 플레이 할 때 양 옆의 화면이 남는 것을 고려해 세로 화면으로도 전환하여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했다.(이 경우 조작감은 다소 떨어진다.)갤러그는 움직이는 방향도 좌우밖에 없었고 나오는 적들도 파리, 나비 등의 단순한 적들밖에 없었지만 계급장(스테이지)이 점점 불어나면서 난이도가 눈에 띄게 어려워져 게이머들을 긴장시키곤 했다(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하지만 적의 트랙터빔을 이용해 합체를 할 수 있다든지, 보너스 스테이지를 넣어 긴장의 완급을 조절하는 등의 게임성은 상당히 완성도가 높았다.


오리지널 갤러그가 아닌 '갤러그 어레인지'는 잘 보면 역시 옛날에 오락실에 있었던 일명 '88겔러그' 다. 이 작품의 경우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그래픽의 대폭적인 보강이다. 적을 맞췄을 때 타격 효과도 상당히 박력있고 올드 갤러그와 같이 보스 또한 존재한다. 그냥 갤러그와는 달리 비행기가 2대가 나란히 붙는 합체가 아니고 합체 후에도 여전히 1대이지만 조합에 따라 무기가 달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비행기는 3대까지 합체가능. 난이도는 무난하지만 역시나 재미있는 게임이다.


2. 앵두가 좋아지는 게임, 팩맨!
1980년에 발매된 팩맨은 동그란 팩맨이 입을 벌름거리면서 미로에 있는 모든 쿠키조각을 먹어치우는 게임이다. 이 게임 역시 아주 단순한 게임이지만 귀여운 캐릭터들과 '먹는다'는 개념으로 여성들에게도 인기가 높았다. '피자에서 한 조각을 떼낸 것'에서 팩맨을 생각했다는 참신한 발상도 대단하지만 남코에서도 당시 같은 시기에 발매된 '랠리X' 가 더 전망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했던데 반해 실제로는 팩맨이 더 인기가 많았던 것도 인상 깊은 일이다.


사실 팩맨은 단순히 유령에게 도망치면서 쿠키만을 먹어치우는 단순한 구조가 아니다. 파워쿠키라고 해서 곳곳에 위치한 파워쿠키를 먹으면 반대의 입장이 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즉, 팩맨이 파워쿠키를 먹으면 유령이 파랗게 되면서 팩맨으로부터 도망치고 오히려 팩맨이 유령을 뒤쫓아 먹어치우게 된다.(먹힌다고 해서 유령은 없어지는 게 아니다. 화면 중앙의 본거지로 돌아가서 다시 팩맨을 뒤쫓게 된다). 또한 일정수의 쿠키를 먹으면 특정장소에 과일이 나타나는데 고득점을 위해서는 반드시 먹어야만 한다.
팩맨 어레인지 모드를 보면 일단 사운드가 보강되었고, 그래픽이 3D로 바뀌었다. 그래서 원래 아기자기한 면이 있었던 팩맨이 더욱더 깜찍하고 귀여워졌다. 전체적인 게임은 같은 방식이지만 다양한 아이템이 등장해 양념을 더한다. 대시와 점프가 추가되었고(아이템), 다양한 아이템으로 팩맨의 능력이 올라갔다. 결론적으로 원작보다 오히려 전체적인 난이도는 내려갔으며, 다채로운 재미는 더해졌다고 할 수 있다.


3. 띠리리리 띳 띠… 방구차 X랠리!
1980년에 남코에서 내놓은 아케이드 성 게임인 X랠리! 필자는 이 게임을 남코의 게임센스를 찾아볼 수 있는 대작이라고 평가한다. 아무런 특징없는 블록들로 이루어진 미로를 헤집고 다니면서 깃발을 모으는 정말 단순하기 짝이 없는 게임이지만, 이러한 단순한 시스템에도 필자는 열광했었다. 레드카로부터 도망치면서 깃발을 모으기만 할 뿐이지만 애칭에서 알 수 있듯이 '방귀'라는 아이템을 사용해 도망치는 것은 대단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 주었다. 바로 뒤에서 추격해오는 레드카를 향해 방귀를 뿜어내고(참 당시에는 소리도 무척 리얼하다고 느꼈었다)그 방귀를 맞고 레드카가 전복하여 빙글빙글 도는 모습! 이 게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쾌감과 중독성이 있었다.


물론 방귀는 무한히 쓸 수 없었다.(현재에도 무한히 쓸 수는 없지만)연료 게이지가 있어서 일단 자동차가 움직이는 동안에도 연료가 조금씩 소비되고 방구를 뿜어낼 때에도 연료가 소비된다. 따라서 이를 잘 계산해서 필요할 때에만 방귀를 뿜어내지 않으면 연료가 바닥나서 미션을 클리어하지 못하게 된다. 또한 이 게임은 몰입도를 높여주는 사운드가 일품이었다. 단순 음원의 사운드이지만 매우 친근감 있는 멜로디였기 때문에, 게임할 때 이외에도 평소에 흥얼거리게 되곤 했다. 또, 이 게임은 은근히 난이도가 높았다. 레드카의 인공지능이 원체 높았을 뿐만 아니라 스테이지 후반으로 갈수록 레드카의 숫자도 늘어나 설상가상이었다. 또한 레드카는 기본적인 스피드도 빨라서 정말 집중하지 않으면 나중에 스테이지 클리어하기도 어려웠던 게임이기도 했다.
'X랠리'는 꾸준히 인기를 얻었고, 그래서 인지 1981년에 '뉴 X랠리'가 나오게 되었다. 뉴 X랠리는 난이도가 전체적으로 내려갔고, 그래픽과 사운드면에서 보강이 되었지만 아무래도 예전의 맛은 느끼기 힘들었다. 역시 '방구차'하면 옛날의 오리지널 방구차가 최고인 것 같다.


남코 뮤지엄에 새로 들어있는 'X랠리 어레인지'에서도 사운드의 대폭적인 개량과 함께(멜로디는 같다) 3D의 그래픽으로 바뀌었다. 만약 이 버전을 처음 접하는 게이머라면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이 버전은 리메이크이긴 하지만 새로운 게임으로 다시 태어났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
어레인지 버전 역시도 위에서 내려다보는 화면 구성을 가지고 있지만 3D의 특징을 매우 잘 살렸다. 또한 일정 스테이지마다 배경무대가 계속 바뀌어서 같은 블록의 미로 연속이었던 원판의 지루함을 떨쳐내고 신선함과 몰입도를 올려주었다. 특히 어레인지 버전에서는 개선된 부분이 많았는데, 대시 포인트라든지 점프대가 있는 것, 진흙도로 등의 요소가 추가된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방구차에 니트로가 부착되었다는 것이다. 니트로는 특정 조건 없이 △나 □ 버튼을 누르면 순간적으로 가속을 하는 시스템으로, 방구와 마찬가지로 연료가 소모되기 때문에 낭비없이 적재적소에 활용해야 한다.
또한 어레인지 판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니트로와 함께 드리프트도 가능해졌는데, 이 드리프트는 '릿지레이서' 같은 화려한 드리프트는 아니지만 일단 레이싱 게임이라고 그런건지 드리프트 비슷한 연출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난이도는 다소 어려운 편.

4. 삽 한 자루에 걸었던 청춘, 디그더그!
1982년에 발매된 디그더그. 바로 요즘의 인기게임인 미스터 드릴러의 전신이 바로 이 게임이다. 이 게임 역시 남코의 대표작 중의 하나로 당시에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던 게임 중 하나였다. 기본적으로 디그더그는 주인공 디그더그가 땅을 파면서 적을 물리치는 게임이다. 디그더그가 가지고 있는 펌프를 던져서 적에게 맞추면 적이 멈추게 되고, 그러면 적에게 공기를 주입해 터뜨릴 수 있다. 이렇게 적을 터뜨리는 것 외에도 돌이 있는 곳으로 적을 유인하여 돌에 깔리게 할 수도 있었다.(이 역시 단순한 구조지만 역시 중독성이 있는 게임이면서 높은 난이도로 유명했다.)


어레인지 버전에서는 처음에 시작하면 매우 깔끔하고 화려한 지도가 등장한다(일단 감탄). 그리고 역시 3D로 처리된 깔끔한 그래픽과 보강된 사운드가 게이머를 또 놀라게 한다(다시 감탄). 어레인지 버전 자체가 현대의 입맛에 바꾼 것이어서, 다양한 지형과 아이템이 추가되어 게임의 재미가 더욱 깊어졌다(강화삽, 드릴, 헬멧등…).하지만 난이도는 여전히 다소 어려운 편이다.


남코 뮤지엄을 즐기며..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고전의 명작들을 다시 부활시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특히 옛날의 향수에 애착을 가지는,(일부일지도 모르겠지만)올드게이머를 배려하는 남코의 서비스 정신이 새삼 맘에 들었다. 무엇보다 기대되는 점은, 이 게임이 PSP로 출시한 타이틀답게 멀티가 지원된다는 점이다. 비록 멀티가 대전방식이 아닌 협동 플레이이고, 2인 플레이만 가능한 반쪽짜리 멀티일 뿐이지만 이것만으로도 고전 게임의 또 다른 재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또 하나, 이 게임은 무작정 올드게이머만을 위한 타이틀은 아니다. 새롭게 리메이크된 버전을 함유함으로써, 이 게임은 신세대의 게이머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매력을 지니게 됐다.(그래서 올드게이머와 신세대 게이머의 세대간의 격차를 하나로 묶는 교두보의 역할까지 해내지 않을까 싶다). 자, PSP의 소유자들이여! 이런 글을 읽을 시간이 있다면 재빨리 UMD를 구입해 직접 플레이하라.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남코 뮤지엄! 후회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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