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 게임도 PSP로 할 수는 있다
댄스 게임의 지존, 휴대용으로 등장하다
펌프 잇 업(이하 펌프)은 자세한 설명이 필요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국산 댄스 게임이다. 실제 댄스와 같은 퍼포먼스를 즐기기에 최적화된
대각선 방향의 발판과, 젊은이들의 귀에 익은 유명 가요, 클래식의 리메이크 등으로 선배급 댄스 게임인 DDR을 밀어내고 전국의 게임 센터에
펌프 열풍을 불게 했다. 리듬 게임이라는 장르 자체가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는 현재에도 펌프가 있는 게임 센터를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으며,
아직까지도 펌프 세계 대회가 열리고 있다고 하니, 펌프가 얼마나 대단한 게임인지에 대한 설명은 그야말로 사족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부터 소개할 펌프 잇 업 익시드 포터블(이하 펌프 포터블)은 바로 그 펌프의 PSP 데뷔작으로 화려한 영상과 다양한 신곡을 추가한
아케이드판 펌프 잇 업 익시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PS2로 이식되어 좋은 반응을 얻은 이 타이틀이 두 번째 콘솔인 PSP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지금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펌프 ZERO가 나온 현재로선 구작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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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메뉴 구성이 인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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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음악과 훌륭한 배경 애니메이션
펌프 포터블의 장점은 역시 90여 곡에 달하는 음악에 있다고 하겠다. 듀스, 클론 등 유명 가수의 보컬을 그대로 사용한 라이센스 곡은
물론이고 베토벤 소나타 비창, 터키 행진곡 등 유명 클래식의 리메이크 곡, 남미 계열의 POP곡으로 가득 차 있어 게이머의 귀를 즐겁게
해준다. 수록된 가요들은 이미 유행이 지난지 오래됐고 펌프 포터블만의 신곡이 전혀 없다는 점은 마이너스 요소지만, 추억의 명곡들이 많은 만큼
펌프를 오랫동안 즐겨왔던 팬들에게는 충분히 반가운 부분이다. 음악이 귀를 즐겁게 해준다면, 펌프 포터블의 또 다른 장점인 배경 애니메이션은
게이머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아케이드 판에 비해 전혀 손색없는 고퀄리티 동영상이 액정 화면에 한가득 펼쳐지며, 음악과의 조합도 상당히
뛰어나다. 화려한 영상의 이펙트 때문에 가끔 발판이 안보일 정도니 배경 애니메이션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음악만 들을 수
있는 OST모드가 없는 것이 조금 아쉽지만, 배경 애니메이션을 편히 감상할 수 있는 비디오 모드는 휴대용인 PSP에 딱 어울리는 기능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처음부터 모든 곡을 플레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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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논 D를 기다려온 사람들도 많았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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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하게 인기가 좋은 극악의 디그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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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 계열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너무 낮아 아쉽다

펌프 포터블의 가치를 높여주는 비디오 모드.
아무 모드에서나 10곡을 클리어 하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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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어한 곡의 비디오만 볼 수 있으므로
전곡 클리어는 필수
손으로 하는 펌프?
펌프 포터블의 소식을 들은 사람이라면 대부분 '손으로 펌프를 어떻게 조작할까'라는 의문을 떠올렸을 것이다. 그 이유는 대각선 형태에
5개의 노트를 사용하고 있는 펌프 특유의 구조 때문인데, 십자 형태에 4개의 버튼을 채용하고 있는 PSP의 구조상 이 형태의 조작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은 불가능이니 펌프 포터블의 조작은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제작사도 이 문제 때문에 많은 고민을 했을텐데 결과적으로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리 성공적이지는 못했다. 조작이 쉬운 것은 5키를 사용하는 노멀, 하드, 크레이지 모드인데, 버튼 배치가 십자 형태라 하더라도 키
셋팅이 X자 형태이기 때문에 직관적인 플레이가 가능하다. 동시에 나오는 노트에 대비해 L,R 트리거도 대응 시켜두거나 □발판을 버튼 2개에
대응 시켜둔 것은 괜찮은 방법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10키를 사용하는 프리스타일, 나이트메어 모드는 조작이 어렵다는 수준을 넘어서서, 노트를
보고 치기에 불가능한 정도의 키 셋팅을 가지고 있다. 노트 배열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단지 무슨 버튼을 눌러야 할지 헤매다가 노트를
놓쳐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다. 물론 5버튼을 그대로 살리면서 이보다 더 좋은 키 세팅을 찾는 것이 상당히 힘든 일이며, 불편하다 해도
10키 모드 자체를 없애는 것보다는 낫다. 하지만 노트를 십자 형태로 바꾸었다면 좀 더 낫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이 든다.(그럼 펌프가
DDR이 되어버리는 건가...)

펌프 포터블 공식 홈에 기재된 조작방법

노멀, 하드, 크레이지는 조작이 무난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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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L,R키 조작에 버릇을 들여놓지 않으면
이런 패턴에서 낭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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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스타일, 나이트메어에선 한숨만 나온다
너무나 완벽한 이식(편의성)
보통 완벽 이식이라 하면 좋은 의미로 쓰이며, 그것이 PSP로 이식된 게임일 경우 더 좋은 평가를 받게 되지만, 펌프 포터블은 아케이드
판과 PS2판을 너무 완벽하게 이식한 탓에 갖가지 단점도 가지게 됐다. 처음 게이머가 접하게 되는 문제는 모드별 조작. 게임 모드를 고르는
화면에서는 십자키를 이용해 모드를 선택하지만, 곡 선택 화면에서는 갑자기 키 세팅이 L,R 트리거와 ↓키, X키로 바뀌게 된다. 이는
아케이드판과 PS2판의 발판 인터페이스를 그대로 이식했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로, 발판을 쓸 수 없는 PSP에서는 불편하기만 한 조작
방식이다. 또 다른 문제점은 플레이 도중 일시 정지 혹은 빠져나가는 기능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일단 곡을 선택해 플레이를 시작하면 중간에
멈출 수도 없고 곡 선택 화면으로 나갈 수도 없다. 옵션에서 게이지를 활성화 시켜 일부러 게이지를 줄여서 끝내거나 HOME키로 완전히
게임에서 빠져나가는 방법밖에 없다. 아케이드나 PS2라면 문제될 것이 없지만, 엄연히 휴대용기기인 PSP로 이식되었으면서 일시 정지 기능조차
추가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 부분. 자동 저장 기능이 없는 것도 상당히 불편한데, 플레이한 내용을 저장하려면 플레이하던 모드에서
빠져 나온 뒤 데이터 관리 모드로 들어가 수동으로 저장해줘야 한다. PSP게임으로서 기본이라고도 할 수 있는 기능이 빠져있는 것이다. 또한
PSP로 이식되면서 새로 추가된 것은 스텝 마일리지를 Km로 표시한 것과 서바이벌 모드 정도이며, 앞서 말했듯이 펌프 포터블만의 신곡은 전혀
없다. 이 정도면 '완벽 이식'이라는 것의 의미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 화면에서 5초 정도 ←,→키만 움직인 건
필자뿐만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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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화면을 자주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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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모드 추가는 좋지만,
원래 있던 서든 데스가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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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 손가락으로 뛴 기록이니 신빙성은 없을 듯
댄스 게임으로서의 태생적인 한계
펌프 시리즈는 발을(혹은 온 몸을)움직여야 하는 댄스 게임이다. 게임 센터에는 거대한 펌프 전용 기기가 있었고, PS2로 이식된 익시드의
경우에도 전용 발판이 따로 제공됐다. 그렇기 때문에 휴대용기기인 PSP로 펌프가 이식된다는 것을 아무도 예상치 못했고, 이식 사실이
결정되었을 때엔 기대보다도 걱정과 우려의 소리가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조작성도 문제였지만 또 하나의 큰 문제는 '리듬감의 부재'였는데,
안타깝게도 펌프 포터블은 그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은 채 출시 됐다. 리듬 게임이라는 점에서 비슷한 장르라고 볼 수 있는 DJMAX
포터블의 경우 원래 손만 사용해도 되는 게임이었고, 키를 누르면 해당되는 음이 발생하기 때문에 엄지 손가락만 사용해도 연주하고 있는 곡의
리듬을 느낄 수 있었다. 덕분에 PSP에 알맞은 최고의 리듬 게임으로 자리잡는데 성공했지만, 펌프 포터블은 다르다. 원래 온 몸을 움직여야
하는 댄스 게임인데도 불구하고 PSP의 구조상 엄지손가락만을 사용해야 하며, 키음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노트를 눌러도 리듬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화면에 등장하는 노트를 정확하게 쳐야 한다는 점에서는 DJMAX 포터블과 비슷한 조건을 가지고 있지만, 태생이 댄스 게임이었기
때문에 펌프 포터블은 PSP에 부적합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한다면, 펌프가 굳이 PSP로 이식될 필요가 있었을까? 펌프 시리즈의 기본
컨셉을 완벽히 무시한 채로 발매된 펌프 포터블은, 굳이 나오지 않았어도 아쉬워할 사람이 없었을 애매한 게임이 되어버렸다.

엄지손가락의 움직임도 '댄스'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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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노트를 맞췄는지 확인하려면
판정 표시를 보는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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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완벽할 수 없지만...
펌프 포터블은 분명 괜찮은 게임이고, 이식도 완벽했다. 단지 펌프라는 게임 자체가 PSP에 맞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가지 문제가 생겼고,
이식을 너무 완벽하게 한 것도 단점이 되어버렸다. 물론 PSP에 맞게 게임성이 변경되어 후속작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펌프라는
타이틀을 달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포터블로서의 펌프는 미래가 어둡지만, 국내 댄스 게임의 지존으로서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해낼 가능성도
있기에, 펌프 포터블의 후속작을 조심스럽게 기대해본다.

오광 스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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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트가 좀 쌩뚱 맞은 부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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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렁한 로딩 장면이지만, 짧은 편이라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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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랭킹 지원도 괜찮은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