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포럼, '한국 온라인 게임의 총체적 위기 오고 있다'

"한국 온라인 게임에 위기가 오고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합니다"

지난 22일 삼성동 섬유센터 에메랄드 홀에서 열린 차세대 게임포럼에서 게임업계와 학계 관계자들은 모두 '한국 온라인 게임의 위기론'에 무게를 두며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일 먼저 단상에 오른 엔씨소프트 이재호 부사장은 "과거 게임주는 30배 이상의 가치를 부여 받았지만 지금은 20배 안팎으로 떨어졌다"라며 "이제 게임주는 '성장주'가 아니라 '평균적인 기업'이며 향후 전망 또한 밝은 편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재호 부사장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게임의 성장률은 과거 70%에 육박했지만 최근에는 20% 정도로 둔화됐다. 신작이 높은 확률로 실패하고, 기존 게임들이 계속 돈을 버는 등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심화되는 것도 요사이 게임시장의 특징으로 언급됐다. 또 주 수출 대상국이었던 중국 시장이 판호 규제로 위축될 가능성이 높고, 해외 업체들이 막강한 자금력에 기반을 둔 대작 게임을 국내에 상륙시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이재호 부사장은 예고했다.

이재호 부사장은 "국내에서 게임이 중독, 사행성, 폭력성, 선정성의 대명사로 인식되는 것도 큰 문제"라며 "국내의 대표 게임사라 할 수 있는 엔씨소프트 마저도 이제 10년이라는 짧은 나이를 가지고 있는 만큼 국내 게임업계 모두가 기업 경영 측면에서 노력이 필요한 단계"라고 기업 경영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화여대 이인화 교수 또한 국내 온라인 게임 업계에 대한 위기론에 힘을 실었다. 이인화 교수는 "국제 게임 개발자 세미나에 가서 얘기를 하다 보면 국내 게임 개발자의 위상이 턱없이 낮게 평가받고 있음을 느낀다"며 "해외 게임처럼 철저한 역사 고증과 재밌는 연출에 기반을 두는 토양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국내 온라인 게임의 전망은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인화 교수는 이렇게 국내 온라인 게임의 연출과 스토리의 부재 외에도 국내 대형 게임업체들이 게임 개발 기술 역량을 키워나가는 게 아니라 퍼블리싱에 중점을 두는 세태에 대해서도 우려감을 나타내는 모습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단상에 오른 중앙대 위정현 교수 또한 국내 온라인 게임 산업이 '굉장히 위험한 상태'에 왔음을 강조했다. 위정현 교수는 "온라인 게임이야 말로 한국인의 대표적인 발명품"이라고 말하면서 "과금모델, 등 선진적인 문화를 만들어내었지만 기업은 전략적인 경영을 해내지 못했고, 정부는 소모전이 너무 반복됐다"고 평가했다.

위정현 교수는 정부가 중소 개발사들을 중점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으며, 제작 시부터 해외 시장에 초점을 둔 글로벌 제작 분업이 이루어져야 5년 후 한국 온라인 게임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위정현 교수는 "사실상 온라인 게임이야 말로 일본 도요타社 등과 견줄 수 있는 '한국의 힘'이며 가상 공간으로 발전되는 온라인 게임이 한국의 노하우와 만나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창출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 참가한 고려대 한정현 교수는 "해외의 퀄리티 높은 그래픽과 물리 엔진은 개발자들이 가진 순수 학문에 대한 높은 이해가 뒷받침되어 생긴 것"이라며 "국내도 산학협력을 통해 게임엔진 개발에 관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위정현 교수도 "하루빨리 '게임 아이템 현금 거래'가 게임사에게 흡수되어야 한다"며 "아이템 거래가 게임사에 흡수된다면 국내 게임사들은 자금을 확보해 새로운 게임을 개발하는데 탄력을 받게 되고, 또 게이머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해줄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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