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P로 등장한 악마성 드라큘라
2D와 3D가 결합된 악마성 드라큘라의 부활
게임의 난이도를 놓고 따지자면 옛날 오락실 게임이 한창 유행하던 80년대와 90년대의 게임들을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소위
플랫포머라고 일컫는 종류의 슈퍼 마리오부터 마계촌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근성 하나로 또 50원 100원 하나로 버티면서 마지막 엔딩까지
달려야 했던 그때 게임들이 지금 생각해 보면 난이도면에서는 손꼽을 정도의 수준이었죠. 지금이야 게임들이 많이 복합 장르화 되고 영화적인
연출이 덧붙여져서 게임 자체의 재미보다는 현실감과 액션성이 강조되는 시기이긴 하지만, 게임에 진정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은 그때였던 것
같습니다. 왜 이런 얘기를 하냐 하면, 지금 소개해 드릴 게임이 바로 이 근성으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악마성 드라큘라 시리즈 중
하나이기 때문이죠. 정식 명칭은 Castlevania The Dracula X Chronicles(이하 크로니클즈)입니다. 미국에서는 악마성
시리즈가 캐슬바니아로 불리고 있습니다. 근 20년 가까이 그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는 시리즈이고, 코나미의 대표적인 게임 중 하나라서 언제나
새로운 시리즈가 나오면 수많은 팬들이 완성도를 놓고 많은 얘기들을 하게 되죠. NDS용으로는 2005년에 창월의 십자가, 2006년에 폐허의
초상화가 이미 출시되어 친숙한 반면, PSP용으로는 악마성 시리즈가 처음 발매되어 무척 기대치도 높은 편입니다.

프롤로그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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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메뉴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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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찍 맛을 보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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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십자가를 많이 볼 수 있겠죠
이번에 출시된 크로니클즈는 1993년 PC엔진용으로 처음 출시되었던 Dracula X: Rondo of Blood(피의 윤회)'의 리메이크 작입니다. 엄밀히 따지자면 근본은 피의 윤회에 두고 3D를 얹어서 그래픽이나 효과 면에서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든 셈이죠. 언제나 친숙한 2D의 횡 스크롤 화면이 기본시 되었던 악마성 시리즈에 최대의 변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시대적인 요구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해도 게이머 입장에서 진정한 리메이크 작으로 인정할 수 있느냐는 한 번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겠죠.
진정 3D로 부활한 거냐?
앞서 얘기했던 그래픽적인 부분에서, 이번 크로니클즈는 꽤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PSP라는 휴대용 게임기가 만들어내는 장점을
최대한 발휘해서, 손에 들고 다니는 악마성은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잘 버무렸네요. 사실 GBA용이나 NDS용으로
나온 악마성 시리즈들을 먼저 플레이 해 보신 분들은, PSP에서의 그래픽이 어떤 변화를 의미하는지 잘 아실 것입니다. 화면적인 부분에서도
넓은 4.3인치 PSP가 뿜어내는 와이드 한 맛과 2개의 화면으로 구성된 NDS에서 느끼는 맛은 다를 테죠. 필자의 입장에서는 PSP의
화면이 거침없는 악마성의 액션을 표현하는 데는 훨씬 낫다는 생각입니다. 어차피 그래픽의 디테일 한 부분에서는 NDS와 PSP는 서로 다른
게임성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언급할 필요는 없지만, 게이머가 직접 눈으로 보고 즐기는 면으로만 따지자면 PSP가 낫다는 것이죠. 3D로
새로 리메이크 되었다는 것이 눈에 확 와 닿지는 않습니다. 풀 폴리곤으로 캐릭터들의 입체감이 산다든지 하는 것은 아니고, 진행되는 레벨
디자인이 원근감이 있고, 또 캐릭터의 움직임이 훨씬 공간감을 느끼게 해 줍니다. 마치 그림책으로 보던 것을 영화관에서 보는 느낌이랄까요?
레벨 디자인도 요즘 유행하는 입체 그림책처럼 원근을 넣어서 여러 오브제들을 잘 배치하고 있습니다. 꽤 만족스런 결과를 보여주네요. 그리고
리메이크되면서 이벤트 장면도 추가되었습니다.

앗 뜨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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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노타우르스의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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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가 멋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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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로운 해골 대가리
난이도는 역시나
예전부터 공략 없이는 100% 클리어하기 힘든 게임으로도 유명했던 만큼, 이번 시리즈 역시 어려운 난관을 극복하는 게 마치 '라이언 일병
구하기'만큼 흥미진진합니다. 특히 2명의 성격이 다른 캐릭터를 선택해서 플레이 함으로써, 한 캐릭터가 진행할 수 없는 특수한 상황을 만들어
놓거나, 2개의 다른 분기를 만드는 등 캐릭터 선택으로 난이도가 급 변경 되는 경우도 발생됩니다. 실제 플레이 해 보시면 리히터보다 오히려
여자 캐릭터인 마리아가 더 수월한 진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런 부분은 한 게임에서 어려운 부분이 있어도 난이도를 상,
중, 하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의 능력을 구분 지어 같은 레벨을 진행할 수 있는 장점을 주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게임이 조금 어려운
것 같으면 마리아로 진행해라 라는 제작사의 배려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혹 몇몇 부분은 PSP를 집어 던지고 싶을 정도로 집중력을 요하고
있어, 과연 악마성이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게 됩니다. 세이브도 항상 스테이지의 첫 부분만으로 한정되어 있어 중간에 다 죽어버린다면 스테이지
처음으로 되돌아가서 진행하는 분통터지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혈압이 높으신 분들은 되도록 주변에 사람이 없을 때 플레이 하시길 권합니다.

어머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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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늠름한 리히터 벨몬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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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해골이냐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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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스테이지 클리어
심금을 울리는 OST와 캐릭터 디자인
악마성 시리즈는 대대로(?) 배경음악이 좋기로 유명합니다. 이번 리메이크에서도 원작의 배경음악을 그대로 재 편곡한 수준의 음악을 쓰면서
게이머의 몰입도를 상승시켜 줍니다. 이만큼 튀지 않고 게임에 잘 스며드는 OST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크로니클즈의 사운드적인 측면은 대단한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사실 액션 장면에서 반복적인 사운드가 나와 재미를 반감시키는 게임들이 많은 반면 크로니클즈는 사운드가 게임의 특징과
재미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디자인은 코지마 아야미씨가 맡았습니다. 월하의
야상곡 이후로 악마성 캐릭터 디자인을 계속해서 맡고 있으며, 이번 작에서도 리히터의 리메이크를 멋지게 이뤄냈습니다. 게임 중 대화 장면에서
일러스트를 볼 수 있는데, 상당히 탐미적인 관점에서 캐릭터들의 개성을 살려내고 있습니다. 전투 장면에서야 워낙 작게 표현되어 제대로 캐릭터의
특성을 알긴 힘들지만 그나마 여러 장면에서 새롭게 디자인 된 캐릭터들을 볼 수 있어 어떤 캐릭터가 또 등장하는지를 보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아름다우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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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찍한 마리아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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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백작. 포스가 대단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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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달리는 마리아
무려 3개의 악마성을 즐길 수 있다!
그렇습니다. 크로니클즈에서는 본편을 포함해 3개의 작품을 즐길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리메이크작인 크로니클즈, 두 번째는 원작인 피의
윤회, 세 번째는 월하의 야상곡입니다. 피의 윤회는 앞서 말했듯이 1993년에 PC엔진으로 발매되었던 것, 월하의 야상곡은 1997년
플레이스테이션1으로 발매되었던 것의 이식입니다. 이전 작들을 즐기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로딩이 원래 기체보다 훨씬 줄었다는 점이겠죠. 월하의
야상곡을 플레이 해 보면 초기 약간의 로딩이 있기는 하지만, 플레이 도중에 로딩으로 인한 딜레이는 거의 없습니다. 이미 시간이 흘러버려
구하기도 어려운 게임을 다시 플레이 할 수 있다는 것은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이네요.

월하의 야상곡 아이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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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으면 이렇게 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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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의 야상곡에 등장하는 주인공 알카드는, 크로니클즈의 리히터보다 훨씬 역동적인 움직임과 과감한 액션을 보여줍니다. 두 게임을 비교하면서 플레이 하는 것도 재미있겠군요. 캐릭터 특성이 다르다 보니 게임 자체의 재미 또한 다릅니다. 또 스토리상으로 월하의 야상곡이 이어지는 측면도 있으므로 꼭 플레이해 보시길 권합니다. 화면이 풀 사이즈로 재현되지는 않는데, 옵션에서 그나마 상하 부분을 늘리는 설정은 할 수 있습니다. 또 원작도 포함되는 얘기지만 언어 설정을 옵션에서 해 주면 기본 영어로 되어 있는 언어를 일본어로 바꿔 들을 수 있습니다. 사실 영어 음성이 조금 어색한 연기를 하고 있어 낯선 느낌이 없지 않은데, 일본어는 제대로 감정 실은 연기를 하고 있습니다. 대사 지문은 변경 없이 영어로 그대로 나옵니다. 오리지날 원작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일본어 음성으로 들으면서 진행하는 것도 나쁠 건 없겠네요.(마리아의 일본어 음성은 상당히 섹시하기까지 합니다)두 게임은 게임 속에 숨겨져 있는 아이템을 먹어야 얻을 수 있습니다.

월하의 야상곡 메인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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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사이즈로 재생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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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박력 있는 장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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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렵한 알카드의 움직임
높은 게임 편의성
사실 세이브에 대해서 불만이 많긴 하지만, 그 밖의 다른 부분들에서는 참 게이머의 편의를 잘 배려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클리어 한
스테이지의 선택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거나(이것은 나중에 다른 분기를 찾기 위해서 꼭 필요합니다)보스들의 공략을 위한 BOSS DEMO, 또
보스들만 따로 떼어 랜덤 하게 공략할 수 있는 BOSS RUSH MODE도 있습니다. BOSS DEMO 는 자신이 직접 그 보스를
스테이지에서 깨고 난 다음에 스테이지 보스가 활성화 되는데, 나중에 다시 플레이 할 때는 이런 식으로 공략하라는 일종의 참고 자료죠. 여기에
언어 변경이나 플레이어 추가, 원작의 BGM을 가져와서 리메이크 편에서 듣기, 진행 중 일시 정지 기능 등 다양한 편의 기능이 있습니다.

늑대인간의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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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지 선택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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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메뉴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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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복잡한 레벨 구성
느린 움직임과 폐쇄적인 스테이지
사실 원작과 비교해 볼 때나 월하와 비교해 봐도 캐릭터의 움직임이 굼뜬 면이 있습니다. 액션도 그리 다양하지 못하고 어색한 움직임도
있네요.(특히 마리아의 슬라이딩. 마치 수영하는 폼을...)스테이지는 지도를 보면서 미진한 부분을 클리어 해 가는 방식이 아니라, 하나의
스테이지가 독립적인 구조를 하고 있어 폐쇄적입니다. 아예 다른 스테이지를 오갈 수 없다는 말이죠. 그래서 플레이 도중 갑갑함을 느낄 수
있는데, NDS의 악마성 시리즈를 플레이 해 보신 분이라면 그런 면이 더 와 닿을 겁니다. 하지만, 이것이 이 게임의 큰 단점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나름 시스템적인 차이라고 봐야겠죠.

마리아, 오늘 생일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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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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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왕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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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어울리지 않는 게임오버 글자
돈나미, 결국 또 돈을 버는구나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흔히 코나미를 돈나미라 부르며 우려먹기의 천재라고도 말하곤 합니다.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이 악마성 시리즈와
위닝일레븐이 있는데, 어쩔 수 없이 이번에도 또 돈을 많이 벌겠군요. 무려 3개의 악마성이 들어가 있는데, 이 게임을 안 살 팬은 없습니다.
하나 가격으로 3개의 게임을 얻을 수 있죠. 그리고 게임 성으로 본다면 오히려 예전 작이 더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라면
흔쾌히 소비자가를 주고 게임을 구매하기 좋은 케이스입니다. 돈나미가 악마성 팬들의 돈을 긁어가는 것은 일단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역시나
악마성은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Castlevania The Dracula X Chronicles는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는
게임입니다. 적당한 시나리오와 끈을 놓지 않는 긴장감, 그리고 레벨 클리어를 기쁘게 만드는 수준 높은(?) 난이도, 3D를 가미해 훨씬
화려해진 그래픽 등 많은 장점이 있는 반면 느린 캐릭터 움직임, 자유롭지 못한 세이브 등은 앞으로 개선되어야 할 점이라고 봅니다. 또
NDS에서와 같은 오리지날 작품이 아니라 리메이크란 점에서 PSP에서의 신작이 나와줬음 하는 바람도 있네요.
어쨌든 이러나 저러나 완성도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90점 이상은 줄 수 있는 게임입니다. 처음 악마성 시리즈를 접하는 분이나, 아니면 지금까지
쭉 악마성 시리즈를 해 왔던 분이나 할 것 없이 누구나 재미있게 플레이 하면서 악마성의 매력을 다시 느껴볼 수 있는 좋은 게임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플레이 타임이 그리 길지는 않지만 이식된 두 게임을 같이 플레이 한다면 훨씬 오랫동안 게임 속에 빠져들 수 있을 겁니다. 꼭
한 번 해 보라고 권하고픈 게임입니다.

폭주하는 리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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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면 죽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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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가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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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불러드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