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올드 프로게이머들…‘임요환만 남았다’

2007년과 2008년을 거치며 많은 인기와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프로게이머들의 은퇴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고 있다.

프로토스의 새로운 지표를 연 '가림토' 김동수, '악마 프로토스' 박용욱, '목동 저그' 조용호, '괴물' 최연성 등 최근 은퇴를 선언한 프로게이머들은 리그 우승을 경험하거나 '4대 천왕'으로 불리고 한때 e스포츠협회 공인 랭킹에서 상위권을 유지하던 선수들이다. 때문에 많은 게이머들과 팬들은 그들의 은퇴 선언에 놀라고 있다. 이 중 최연성과 박용욱은 어깨와 손목 부상 때문인데 과도한 일정과 어린 프로게이머들과의 실력차이를 좁히기 위해 연습량을 늘렸던 것이 주된 원인으로 진단됐다.

그 외에도 한때 4대 천왕으로 불린 '영웅 프로토스' 박정석(KTF), '폭풍' 홍진호(KTF)는 몇 년째 이렇다 할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며 '몽상가' 강민(KTF), '퍼펙트 테란' 서지훈(CJ)도 과거의 기량과 비교하면 경기력이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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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전문가들은 2008년 유명 프로게이머들의 연이은 은퇴를 부상의 이유도 있겠지만 '프로게이머로서의 한계' 때문으로 판단하고 있다. 올드 게이머들은 몇 년간 리그를 치르며 그들의 경험과 버릇을 방송이 통해 노출시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경기를 보고 배운 젊은 프로게이머들은 체계적인 연습을 통해 기존 프로게이머들을 상회하는 실력을 가지게 됐다. 현재 KeSPA 랭킹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이제동(르까프), 김택용(SKT), 이영호(KTF), 염보성(MBC)들이 게임단의 체계적인 연습을 통해 육성된 선수의 대표적인 케이스다. 반면 올드 프로게이머들은 자신의 단점이 노출되어 있다는 것과 문제점에 대해서 알고 있지만 그동안의 경험과 버릇을 쉽게 바꾸기 어려워 더욱 힘든 현실을 견디고 있다.

그래서 은퇴한 프로게이머들은 은퇴 후에 프로게이머의 경력을 살린 '게임방송 해설'이나 게임단의 '코칭스태프'로 활동하기도 하지만 이 역시도 제한된 인원과 그에 걸맞은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군에 복무하거나 학업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것이 오래전부터 프로게이머들의 불안요소로 지적받던 '선수생활이 짧고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현실이다.

이것은 '올드 프로게이머들의 몰락'으로 표현할 수 있지만 반대로 국내 e스포츠의 대표아이콘이 임요환의 행보를 주목하게 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현재 1980년생인 그의 나이는 만으로 28세이다. 최근 온게임넷 스타리그에 우승한 이영호가 15세, 준우승한 송병구가 20세인 것을 감안하면 거의 10년 정도의 차이가 나는 셈이다.

임요환 선수 또한 몇 년 전부터 '예전만 못하다', '부진하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SK텔레콤의 3연속 우승인 '트리플크라운'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최근 그의 모습을 보면 화려했던 전성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새롭게 부활해 팬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임요환이 속한 공군 프로게임단은 최하위로 시즌을 마치긴 했지만 임요환의 개인 승률은 이번 신한은행 프로리그 후기리그에서도 11승 10패로 승률 50%를 넘겼으며 여전히 날카로운 빌드오더와 경기력으로 올드 팬들을 열광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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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요환에게 '왜 그렇게 열심히 경기를 하고 이기려 갈구하느냐'라는 질문에 "많은 후배들이 나를 보며 '프로게이머'로의 꿈을 키웠다. 그래서 그들을 위해 더욱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한 바 있다.

e스포츠 종주국의 프로게이머 중 최고를 뜻하는 '황제'라는 칭호, 프로게이머 최초 억대연봉 기록자, 전 세계 최초 공군 게임단을 창설하게 만드는 등 최고와 최초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유일한 사람, 그가 바로 '황제' 임요환이다.

'올드 프로게이머'의 마지막 희망이라고 할만한 임요환, 그가 꾸준한 노력과 성적 속에 최초의 '30세 프로게이머'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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