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프나틱 클랜, '한국에 살고 싶다!'
FPS 게임 '카운터 스트라이커' 세계 최강이라 불리는 프나틱 클랜이 엔씨소프트의 '포인트 블랭크' 이벤트에 초청돼 지난 3월29일 한국을 방문했다. 해외 유명 프로게이머 또는 클랜이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그만큼 프나틱 길드는 한국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는 증거다. 작년에 이어 올해로 두 번째 한국을 방문한 프나틱 클랜원들을 만나보았다.
* 한국 하면 생각나는 것은 갈비와 삼겹살 그리고 만들어 먹는 술
"한국에 다시 오게 돼 정말 기쁘게 생각한다. 또 다시 한국에서 좋은 추억을 안고 돌아갈 것이라는 것을 확신한다" - 인스(ins)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꼭 먼저 나서는 인스(ins).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다른 네 명과는 다른 눈빛을 한다. 심지어 한국의 집값에 대해 관심을 가질 만큼 인스(ins)는 한국에 강한 애정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들이 살고 있는 스웨덴에 한국 음식점을 내고 싶다는 말을 할 하기도 했다.
사실 프나틱 클랜은 '카운터 스트라이크' 세계 최강이라는 말과 함께 '프나틱 PC방 굴욕' 사건으로도 유명하다. 이들이 한국을 방문한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포인트 블랭크' 게시판에는 이들에게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주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심심찮게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로 그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해 물어보았지만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난 한국에 두 번째 오는 것이지만, 작년에 비해 올해에는 즐거운 일이 많을 것이고 더 좋은 추억을 가지고 돌아갈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작년은 이미 지나갔다" - 포레스트(f0rest)
"최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없는 환경이라 아쉬웠다. 하지만, 나름대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포인트 블랭크' 역시 재미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 디에스엔(dsn)
올해 20살로 5명 중에 가장 막내인 포레스트(f0rest) 그리고 다섯 명 중 여자 팬들이 가장 많다는 디에스엔(dsn) 모두 장난끼가 철철 넘치는 외모와 표정을 하고 있어도 말을 할 때는 의젓한 모습이 느껴질 정도. 이 둘 외에 칸(cArn)이나 아치(Archi)도 한국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특히, 먹는 것만큼은 잊을 수 없는 맛이라고 스웨덴 친구들에게 자랑까지 했다고...
"한국에서 삽겹살을 먹을 때가 제일 좋아요. 직접 요리하는 맛? 더군다나 인스(ins)가 '만들어 주는 술'(?)이랑 같이 먹으면 최고!" - 아치(Archi)
"한국은 밥을 먹고 그 다음에 술을 먹고 그 다음에 노래를 부르더라고요. 이 코스가 좋아요. (웃음)" - 칸(cArn)
그들은 숯불에 고기를 구워 먹는 모습이나 젓가락질을 하는 모습이 매우 능숙하다. 특히나 맥주에 소주를 섞는 인스(ins)의 손놀림은 이미 한국에서 여러 번 술자리를 한 증거가 여실히 드러난다.
* '포인트 블랭크'는 어려워! 하지만......
프나틱 클랜은 2주 동안 5명으로 이루어진 77개의 '포인트 블랭크' 클랜의 승급 심사를 진행해야 했다. 그리고 한 클랜 당 다운타운의 폭파미션, 브레이크 다운의 파괴미션, 도서관의 단체전 순으로 매일 '포인트 블랭크'에서 멋진 실력들을 자랑하는 클랜과 맞붙어야만 했다. 그 결과는 당연히 '포인트 블랭크' 클랜들의 압승. 31일 첫 경기에서는 3대0, 그 이후 경기에서도 프나틱 클랜의 화려함은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FPS 게임 최고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포인트 블랭크'에서는 그냥 해골 수준(일병 1호봉 보다 낮은 훈련병 아이콘)이었다.
그들은 그 날부터 하루 동안 '포인트 블랭크'를 플레이 하면서 느꼈던 점들을 공유하는 전략 회의에 들어갔다. 경기 중간마다 충분히 할 수 있는 대화를 하지 않고, 하루에 일정이 끝난 후에 대화를 하는 모습은 의외였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우리 팀원들을 믿기 때문에 '포인트 블랭크'를 파악하는 시간이 충분히 필요했다. 우리가 경기에서 진 것은 게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을 뿐이다. 우리는 앞으로 쉽게 지지 않을 것이다" - 칸(cArn)
이러한 칸(cArn)의 말은 바로 현실로 드러났다. 그들은 둘째 날부터 '포인트 블랭크'를 마치 '카운터 스트라이크'를 플레이 하듯 화려한 모습을 선보이며, '포인트 블랭크' 클랜들을 속수무책으로 만들었다. 이벤트 막바지가 되었을 때는 날을 잘못 잡은 클랜이 불쌍하게 여겨졌을 정도다. 이렇게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는 프나틱 클랜도 더욱 열의에 불탔다. 왜냐하면, 그들을 이긴 팀과의 복수전이 랜파티에서 펼쳐지기 때문.
"2주 동안 '포인트 블랭크'에 대한 분석은 끝났다. '카운터 스트라이크'와 '포인트 블랭크'는 비슷한 부분이 많은 게임이다. 하지만, '포인트 블랭크'는 빠른 진행으로 그에 맞는 전략과 전술을 짜서 움직일 수 밖에 없어 게임에 더욱 몰입하게 된다" - 아치(Archi)
"'포인트 블랭크'는 '카운터 스트라이크'처럼 스탠드샷 중심으로 하면 안돼요. 빠른 스피드를 살려 계속 중요 포인트를 움직이면서 적들의 공격 패턴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죠" - 칸(cArn)
칸(cArn)은 팀의 맏형으로서 팀원들과 함께 게임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며 전략을 지시하는 팀의 리더다. 무엇보다도 그는 '포인트 블랭크'를 시작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무기를 찾기 위해 모든 무기를 분석하고, 다운타운, 브레이크 다운, 도서관, 세 맵을 분석에 들어갔다고 했다.
"스나이퍼 라이플은 단순히 줌을 사용하는 게 전부인 총이 아닙니다. 총의 무게가 가장 중요하죠. '포인트 블랭크'에 등장하는 스나이퍼 라이플을 모두 사용해 봤지만, 다른 FPS 게임에 등장하는 총기에 비해 매우 가벼워요. 그래서 스나이퍼 라이플의 단점인 기동성을 많이 살릴 수가 있었죠" - 디에스엔(dsn)
"상점에서는 구입할 수 없는 무기가 있다면서요? 인벤토리와 상점에서 본적이 없는 총을 보았을 때 정말 깜짝 놀랬어요. 저 무기를 좀 사용해 보고 싶어요. 그리고 이 무기 외에 특별히 주는 무기가 또 있나요?" - 포레스트(f0rest)
프나틱 클랜들은 하나 같이 무기에 대한 집착이 상당히 강했다. 자기와 궁합이 맞는 무기를 찾기 위해 몇 일 동안 고심했다고... 이벤트 경기를 펼치면서 '포인트 블랭크' 마저 접수하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프나틱 클랜은 모두 믿음에서 나오는 팀 플레이라고 외쳤다.
"팀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절대적인 믿음이죠. 자신의 포인트 지점을 사수하는 것 그리고 팀원을 믿고 전략과 전술대로 움직이는 팀플레이가 가장 중요하죠. 우리는 세계 최강이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경기에 임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죠" - 인스(ins)
* 세계 최강 프나틱 클랜의 설욕전이 열린 랜파티
지난 12일 용산 전자랜드, 인텔 e-스타디움에서는 '포인트 블랭크' 랜파티가 개최됐다. 게임개발자들과 게이머들이 한 곳에 모여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일반적인 랜파티와는 다른 모습에 프나틱 클랜의 팬들이 랜파티 행사장에 찾을 만큼 큰 관심을 끌었다.
특히 순수하게 디에스엔(dsn)을 보러 왔다는 한 여성 팬은 "작년 올림픽 공원에서 우연찮게 본 디에스엔(dsn)에 반해버렸다"며 "FPS 게임은 하나도 할 줄 모르지만 디에스엔(dsn)을 보기 위해 랜파티 행사장을 찾게 됐다"고 얼굴을 붉히기 까지 했다.
드디어 2주간의 강행군의 마지막 일정으로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낸 프나틱 클랜의 얼굴들은 매우 밝았다. 자신들을 이긴 사람들을 만난다고 생각을 하니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장난끼 넘치는 아치(Archi)는 자신의 손가락을 머리에 대고 헤드샷을 날리는 포즈를 취하기까지 했다.
"오늘은 지난 2주간의 모습이 아닐 것이다" - 포레스트(f0rest)
"내 눈에 띄면 모두 죽을 것이다" - 디에스엔(dsn)
"맵은 우리가 지배한다" - 칸(cArn)
"우리는 세계 최강이다" - 아치(Archi)
"그저 즐길 뿐이다" - 인스(ins)
그들은 랜파티에 앞서 전의에 불타올랐다. 2주 동안 '포인트 블랭크'의 세계 최강이라고 할 만큼 자신들의 실력을 끌어올렸기 때문. 이 날 랜파티에서는 랜파티에 참가한 11개 클랜원들간의 토너먼트 대전과 우승한 클랜과 프나틱 클랜과 맞붙는 이벤트 대전이 펼쳐졌다. 토너먼트 대전에서 우승한 n_tm 클랜은 이벤트 첫 날 지난 3월31일 프나틱 클랜을 3대0으로 압승을 거둘 만큼 실력이 출중한 클랜.
한 번 프나틱 클랜을 이겼다고 하더라도 프나틱 클랜의 적수가 될 수는 없었다. 기란 맵에서 펼쳐진 단판 승부였지만, 고양이에서 호랑이가 되어버린 프나틱 클랜과의 벽은 컸다. 프나틱 클랜은 이겼음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프나틱 클랜은 이후 사인 행사와 포토 타임을 갖는 등의 일정을 마치고, 지난 13일 한국을 떠났다.
2주 동안 옆에서 지켜본 프나틱 클랜은 젊음과 열정으로 세계 최강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이들이었다. TV속에서 신에 들린 플레이를 보여주는 괴물이나 한 해 동안 수십억을 벌며 걸어 다니는 기업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그들 또한 20대 초반의 평범한 남성들이었다. 이번 한국 방문은 그 어느 때보다 즐거웠다고 행복한 표정을 짓는 그들을 보면서 기회가 되면 다음 한국 방문에서도 좋은 추억을 만들어 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