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초보들을 위한 '리지니2'의 변신, '그레시아'
출시된 지 5년..'리니지2'는 어려워졌다. 초보자들이 플레이하기에도, 시간에 쫓기는 직장인들이 플레이하기에도 쉬운 게임이 아니게 변했다. '나도 좀 고수'라고 뽐낼만한 레벨 70-80이상의 고레벨 캐릭터를 키우려면 사냥만으로도 2천 시간 정도가 필요한 상황. 그러다 보니 신규 게이머나 중간에 게임을 그만뒀다가 다시 들어온 게이머들은 망연자실하기 마련이었다.
또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12월까지 진행된 업데이트는 대부분 고레벨 게이머들을 위한 것일 뿐, 하루에 1-2시간 즐기던 라이트 게이머들은 새로운 내용이 업데이트 됐다고 하더라도 '저런 건 평생 즐겨보지 못할 거야' 라며 한숨을 내쉬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엔씨소프트에서 '리니지2'의 라이트 게이머들을 위한 특단의 조치, '그레시아 파트1 업데이트'(이하 그레시아)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 중저 레벨 게이머들이여 일어서라>
이번 '그레시아'는 1에서 60후반까지의 중저 레벨의 게이머들은 쌍 수를 들고 환영할만하다. 과거의 업데이트들이 '국내 10위 업체들의 세금 감면' 같은 느낌으로 체감하기 힘들었던 반면, 이번 업데이트는 '버스 환승제' 처럼 저레벨 게이머들이 확 체감할 수 있는 조치가 골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조치들이 기존의 '리니지2'의 밸런스를 싹 뒤집어버릴 수준이어서 제작사인 엔씨소프트의 라이트 게이머들에 대한 '비장한 결단'을 느낄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인스턴스 던전(이하 인던) '카마로카'의 등장이다. '카마로카'는 하루에 한~두 번만 들어갈 수 있는 인던으로, 기존의 인던이 2~3시간 이상 소요됐던 것과 비교해 단 30~40분 정도면 충분히 만족할만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또 인던 앞에 많은 게이머들이 모여 있어서 협력 플레이를 위한 파티를 맺기가 쉬워졌다.
퀘스트 또한 인상깊은 부분, 레벨 60 이상이 되면 모를까, 그 이전 레벨이라면 중요 퀘스트를 거친 후 필요한 장비나 경험치를 예전보다 훨씬 풍족하게 받을 수 있어 놀라게 될 것이다. 퀘스트나 인던을 꾸준히 활용한다면 기존에 2천 시간 정도 걸려야 70레벨이 1/4 정도의 시간인 4~5백 시간이면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될 정도다.
새로 생긴 '활력'이라는 요소도 직장인들이나 라이트 게이머들이 환영하는 부분이다. 활력이란 게임을 오래 쉬었던 게이머들에게 경험치를 더 주는 일종의 '피로도 시스템'. 게임을 많이 쉴수록 활력이 충전되며, 게임을 오래 진행할수록 활력 게이지가 떨어진다. 활력이 꽉 차 있으면 활력 게이지가 적었을 때보다 최대 3배의 경험치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이런 활력 시스템의 등장으로 최근에는 게이머들이 한 캐릭터가 활력이 다 떨어지면 다른 캐릭터를 다시 플레이 하는 등 한 개의 캐릭터에 올인하지 않고 여러 캐릭터들을 골고루 키우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각종 커뮤니티 게시판에 가보자. '활력이 없으면 전투를 못할 것 같다'며 활력 시스템을 반기는 게이머들이 많은 걸 볼 수 있다.
또 기존에는 저 레벨 게이머들의 경우 이동에 대한 부담이 많았었는데, 40레벨까지는 텔레포트가 전면 무료가 되면서 40레벨 이전의 게이머들은 '물 만난 물고기' 마냥 팔짝 팔짝 텔레포트를 이용하고 있다.
< 시스템의 변화, 클래스의 변화도 무궁무진>
이번 그레시아에서는 클래스들도 상당부분 변했다. 우선 전사형 클래스가 강해진 느낌이다.
지난 '크로니클 3'까지는 전사 클래스가 다른 클래스 보다 인기가 많았다. 그 당시 마법사 클래스가 인기가 없어서 이를 더 좋게 만드는 작업이 있었고, 그 뒤에 반대로 전사 클래스의 인기도가 많이 떨어졌었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전사 클래스가 다소 강화돼 인기가 많아질 전망이다. 우선 전사의 경우 MP를 빨리 차게 해서 스킬을 더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바뀌었고, 또 몬스터 자체의 AI가 새로 바뀌어서 궁수나 마법사가 멀리서 공격을 하면 저항하거나 무효화 시킬 수 있는 경우가 생겼다. 그래서 마법사 클래스는 다소 불리해졌고 전사 클래스는 상대적으로 좋아진 느낌이다. 마법사 클래스의 경우 크리티컬이 다소 자주 터지게 바뀌었으며, 단검 클래스들은 방향 잡는 것에 따라서 대미지가 차이가 나게 바뀌었고, 활 계열 같은 경우는 거리에 따라서 차등 대미지가 들어가도록 바뀌었다.
레벨을 빨리 올리기 위한 몰이사냥도 조금 수정됐다. 몰이사냥이란 한 캐릭터가 여러 몬스터를 유인해서 한꺼번에 해치우는 것을 말하는데, 한 마리의 몬스터를 찾아다니면서 사냥하는 것 보다 2배정도 경험치 효율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그레시아에서는 몰이할 수 있는 몬스터의 수도 다소 줄었고, 어차피 몬스터 자체의 보상이 매우 커졌기 때문에 굳이 몰이사냥을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또 '리니지2'에는 무기나 방어구들을 공방(재료를 모아 제조)을 하는 시스템이 있는데, 이전에 없었던 '혼돈의 아이템' 같은 특이한 옵션이 붙은 방어구나 무기가 랜덤한 확률로 생기게 됨으로써 기대심리를 더 자극하게 됐다. 기본형 아이템이 생긴 것도 큰 특징 중 하나다. 기본형 아이템이란 기존의 아이템과 성능이 똑같지만 가격은 20분의 1인 아이템을 말한다. 이 아이템은 제련이나 인챈트 등 아이템을 가꿀 수는 없지만 쉽게 구할 수 있다. 이런 요소들은 새로 시작하는 게이머들에겐 환영할 만 하다. 과거에는 무기 하나에 전재산이 다 들어가고, 혹시 없어지면 게임을 사냥을 할 수도 없어 게임을 접어야 할 분위기였는데, 일단 장비를 저렴하게 맞출 수 있으니 '재기의 여지'가 생긴 것이다.
< 새로운 트렌드 '쉬운 게임', 고레벨 게이머를 위한 업데이트 계획중>
이러한 '리니지2'의 업데이트를 보면 저번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업데이트와 함께 '쉬운 게임'이 게임업계의 新트렌드가 되고 있음을 확신할 수 있다. 또 온라인 게임을 하는 주 연령층에서 바쁜 직장인들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기도 하다. 그래서 엔씨소프트나 블리자드 같은 주도적 입장의 개발사들이 '쉬운 게임'으로 게임을 바꾸어 가고 있으며, 주력 게임인 '리니지2'도 큰 변혁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쉬운 게임으로의 전환'은 과거에는 힘들게 플레이해서 지금의 위치에 올라온 고레벨 게이머에겐 반감을 살 수 있다. 하지만 엔씨소프트 측에 물어보니 '걱정안해도 좋다'고 대답한다. 고레벨 게이머들이 더욱 즐길 수 있는 콘텐츠는 향후 있을 그레시아 파이널 업데이트에서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라는 것. 사실 이번 그레시아 업데이트는 지난 12월 업데이트 이후 단 4개월 만에 파격적으로 단행된 것으로, 현재에도 고레벨 게이머들은 지난 12월에 업데이트 된 콘텐츠를 즐기느라 정신이 없는 상태라고 한다.
여튼 엔씨소프트는 지금보다 훨씬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듯 하다. 지금까지의 업데이트가 새로운 '리니지2'의 새 세계관을 구축하고 체계가 변환되기 위한 초석이었다면, 향후의 업데이트는 훨씬 더 구체적으로 '리니지2'에 살을 붙일 업데이트가 될 것이라고 한다. 많은 게이머들이 기대하고 있는 공중전, 국가전 등 진정한 '리니지2'의 세계를 기대하면서, 그레시아의 세계에 푹 빠져보자. 국내 온라인 게임사의 산증인, '리니지2'의 변혁 과정을 바라보는 건 게임업계에 몸담은 필자가 느끼는 또 다른 즐거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