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도전하는 국산 휴대용 게임기의 역사

우리나라의 게임 역사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국산 플랫폼의 게임기에 대해 말하려면 국산 휴대용 게임기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것이 빠를 정도로 국산 휴대용 게임기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강한 인상을 남겼다.

최근에는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PMP 스타일의 기계들이 발매되면서 게임은 주요 기능이 아닌 보조 기능으로 밀리는 수모를 당하고 있지만, 게임기의 성능을 발전시킨 형태의 기기가 꾸준히 발매돼, 그 맥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게임 역사에 국산 휴대용 게임기로는 어떤 기기들이 있었는지 지금부터 살펴보도록 하겠다.

* 최초의 국산 휴대용 게임기 'GP32'

최초의 국산 휴대용 게임기로 알려진 게임파크의 'GP32'는 2001년 11월에 첫 선을 보였다. 133MHz ARM CPU와 8메가바이트 롬을 사용해 PDA와 맞먹을 하드웨어 성능을 갖추고 있었으며, 키보드, 대전용 무선 송수신기, 프론트 라이트 개조 장치 등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주변기기들도 함께 선보였다. 상업용 게임은 스마트미디어 카드에 담겨 판매됐으며 대표작으로는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R' '프린세스 메이커 2' '라파엘' '토막 어게인 : 지구를 지켜라' 등이 있다.

특히 당시 휴대용 게임기로서는 보기 어려웠던 오픈 소스 정책을 채택하며 소프트웨어 개발 툴을 공개해 게임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GP32'를 사용하는 게임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해 이를 이용한 게임도 다수 발표됐다.

그러나 서드파티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던 해외 게임사들의 게임이 계획대로 발매되지 않았고, 오픈 소스에 의한 게이머 제작 방식이 국내에서는 익숙하지 않았던 탓에 국내에서는 일부의 마니아층을 형성하는 것 이외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으며, 오히려 해외에서 게임 개발자들로부터 각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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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티미디어 능력 강조한 'GP2X'

'GP32' 이후 국산 휴대용 게임기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게임파크에서 분리된 게임파크 홀딩스가 'GP2X'을 발표한 2005년 11월이다. 당시 게임파크는 게임파크와 게임파크 홀딩스로 분리돼 각각 3D 전문 게임기인 'XGP'와 멀티미디어 능력을 강조한 'GP2X'를 제작한다고 발표했으나, 'XGP'는 결국 발매되지 못하고 'GP2X'만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듀얼코어 CPU와 64메가 램, 2D 그래픽 가속 기능을 갖춘 'GP2X'는 리눅스와 오픈 소스 정책을 바탕으로 'GP32' 이상의 확장성을 지닌 것이 장점인 반면, AA건전지를 사용해 사용시간이 짧고, 에뮬레이션 기능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독자적인 타이틀 개발이 늦어져 게이머들에게 게임기보다는 게임도 플레이 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머신이라는 이미지로 각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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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바일 게임을 핸드폰에서 게임기로 옮긴 '마이 레이서'

지난 2008년 초, 기존의 국내 휴대용 게임기와는 조금 다른 형태의 게임기가 발매됐다. 엠피지오의 계열사인 마이 레이서에서 발매한 '마이 레이서'가 그 주인공.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능을 강조한 탓에 기존에 나왔던 멀티미디어 기기들과 비슷해 보였지만, 모바일 게임을 인터넷으로 다운로드 받아 핸드폰이 아닌 휴대용 게임기로 즐긴다는 점은 신선했다.

홈페이지와 연결된 게임 쇼핑몰에서 모바일 게임이나 만화를 구입해 SD 메모리카드에 집어넣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즐길 수 있으며, '반쪽학습기'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학습용 버전도 발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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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격적인 UCC 시대 열어가는 'GP2X WIZ'

2008년 11월, 게임파크 홀딩스는 2009년 초에 새로운 휴대용 게임기인 'GP2X WIZ'를 발매하겠다고 발표했다. ARM9 533Mhz CPU와 2.8인치 AMOLED 터치 스크린, 2000mAh 리튬 폴리머 배터리를 사용해 지금까지 나온 휴대용 게임기 중 최고의 하드웨어 성능을 자랑하며, 별매 장비를 통해 Wi-Fi나 블루투스 등의 기술도 활용할 수 있다.

게임파크 홀딩스는 'GP2X WIZ'의 방향성을 'UCC게임기'로 잡고 이에 맞는 다양한 장치와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전 게임파크의 'GP32' 시절부터 일관되게 진행해온 오픈 소스 정책에 따라 무상으로 소프트웨어 개발 툴을 지원하고 있으며, 개발 툴을 직관적으로 재정비해 누구나 쉽게 나만의 게임을 제작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실시했던 게임 공모전의 방식도 완성된 게임을 제출하는 방식에서 아이디어를 제출하도록 바꿔서 진행해, 공모전 진행 3주만에 60여 건이 넘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접수가 몰릴 정도로 발매 전부터 게이머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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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쉬운 길은 아니지만 꾸준히 이어지기를

지금까지 국내에서 개발된 휴대용 게임기들에 대해 살펴봤다. 최초 기체인 'GP32'부터 발매를 앞두고 있는 'GP2X WIZ'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당시 주류였던 휴대용 게임기들의 성능을 자랑하고 있지만, 소프트웨어의 부족현상이나 오픈 소스 정책에 대한 이용자들의 이해 부재로 쉽지 않은 길을 걸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이 꾸준히 지속된다면 머지않아 휴대용 게임기 시장에 'MADE IN KOREA'가 우뚝 설 날이 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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