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게임왕국 닌텐도, 그들이 잘한 점과 못한 점
[신도림 테크노마트의 한 게임 매장. 한 중년의 남성과 매장 직원의 대화가 이어지고 있다. 남성은 이런 매장에 처음 왔는지 내내 머리를 긁적거렸고, 매장 직원은 친절하게 그의 질문에 답변을 해줬다. 이내 큰 결심한 듯 남성은 신용카드를 꺼내 직원에게 줬고, 직원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결제를 끝냈다. 남성의 표정에서 뭔가 뿌듯한 걸 해낸 듯 한 느낌이 든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그의 손에는 닌텐도 Wii가 들려 있었다.]
예전에 게임은 일종의 마니아들의 전유물이었다. 한글로 된 게임은 존재하지 않았고, 복잡한 일본어도 사전을 보면서 즐겨왔다. 정식 유통이 아닌 게임기도 웃돈을 주고 구매했고, 10만원이 훌쩍 넘는 게임 타이틀도 사는 것 자체로 뿌듯함을 느낀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 게임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여가 활동으로 자리 잡았고, 게임을 즐기고 꾸준히 하는 여성들도 상당 수 늘어났다.
이런 시장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곳을 꼽자면 어디를 들 수 있을까. 게임기 정식 발매에 힘쓴 소니도 있고, PC부터 다양한 플랫폼 게임을 꾸준히 유통해온 마이크로소프트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게이머들은 게임 자체의 활성화를 도모한 닌텐도를 우선적으로 꼽기 마련이다. 화투 게임 개발사에서 최고의 거대 게임 왕국이 되기까지 닌텐도는 수많은 우여곡절과 성공적인 신화를 보여줬다.

그러나 최근에는 닌텐도를 바라보는 시각이 그리 좋지 않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닌텐도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평가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확실한 건 닌텐도가 지금까지 잘해온 것이 있다면, 반대로 못한 점도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평가하는 닌텐도의 잘한 점과 못난 점, 어떤 것들이 있을까.
< 게임 문화의 대중화, 닌텐도가 아니었다면 어려웠다>
닌텐도에 대해 가장 높게 평가하는 부분은 게임 문화 자체의 대중화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닌텐도의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DS와 가정용 게임기 Wii의 등장은 자국인 일본 시장은 물론 북미,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 시장에서 호평 받았다. 특히 1억대 판매에 성공한 닌텐도DS는 신드롬까지 일으키며, 아이들을 색다른 게임 세계에 빠지게 만들었다.
Wii는 독특한 조작으로 게임을 알아야만 했던 일반 사용자들에게 손쉽게 게임을 접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했고, 그 결과 게임기에 대해 인색했던 부모들이 아이를 위해 게임기를 구매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고, 위피트로 함께 운동을 즐길려는 20~30대 커플의 모습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게 됐다.
닌텐도의 대중화에는 '게임은 쉽게, 조작은 최소화'라는 아직 간단한 모티브가 들어 있다. 흔히 게이머들이 생각하는 직관적인 조작은 키보드나, 또는 게임패드를 이용해 하는 것이지만, 이는 분명히 일반 사용자들에게 직관적인 내용이 아니다. 당연히 게임을 알고 즐겨온 사람들에게만 직관적이라는 것. 닌텐도는 이런 고정관념을 버리고, 단순하지만, 가장 직관적인 조작 방식을 채택했다. 바로 터치스크린 사용과 모션 컨트롤러인 위모트 컨트롤러가 그것.

실제로 해외 IT 시장에서는 터치스크린이 가장 사용자들이 인식하기 쉬운 인터페이스로 손꼽힐 정도로 직관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화면 자체에 터치만 하는 것만으로도 모든 기능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 닌텐도DS는 게임이나 여러 가지 조작에 익숙하지 않은 아동 및 여성, 그리고 중장년 층 사용자들에게 게임이나, 두뇌 게임 등 폭넓은 소재의 즐길 거리를 제공했다.
Wii 역시 마찬가지. 사용자의 움직임을 인식하는 이 기능은 버튼을 누르거나, 아날로그 스틱을 이리저리 움직여야하는 타 게임기와 달리 스스로가 그 동작을 해야한다는 점만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스포츠나 헬스 등 실제로도 도움이 되는 운동을 게임으로 접할 수 있다는 점은 게임기 이상의 역할을 기대했던 일반 사용자들에게 어필하는 중요 소재로 작용했다고 볼 수도 있다.
이런 대중화에 기여를 한 요소는 또 있다. 바로 저렴한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가격이다. 대부분 비디오 게임기나 휴대용 게임기는 비싸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각 제품들의 절반 가격 수준이 닌텐도DS와 Wii는 소비자로 하여금, '한번쯤 해볼까?'라는 기대감을 불러 일으키기 충분했다. 크게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도 제품을 구매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다는 점은 호기심에서라도 한 번쯤 도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것.
마지막은 과감한 로컬라이징 시스템을 들 수 있다. 게임을 즐기기 위해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무엇일까. 당연히 그래픽이나 게임성을 논하는 건 게임을 오래 즐긴 게이머들의 입장이고,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언어의 중요성이 크다. 영어나 일본어에 익숙한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게임을 접하는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외국어에 약하기 마련.

닌텐도 측에서는 이런 부분의 문제를 최소화시키기 위해 자사의 플랫폼으로 출시되는 모든 게임에 현지화 시키는 강수를 뒀다. 물론 일부 서드파티의 불만이 나오기도 했지만, 게이머들 입장에서는 매우 반가운 부분이다. 특히 언어의 문제가 없다는 점은 게임 자체의 매력을 마음껏 느낄 수 있다는 것도 되기 때문. 현지화에 대한 장점은 이 외에도 매우 다양한 부분에서 표출된다.
< 불법 복사 논쟁, 닌텐도쇼크, 과연 올바른 일이까?>
하지만, 게임 문화 대중화에 기여한 바가 큰 닌텐도도 전문가들에게 지적되는 단점이 존재한다. 바로 불법 복사 논쟁과 타이틀 질의 하락으로 올지 모르는 닌텐도쇼크 등이 그것이다.
닌텐도에서 가장 많은 지적과 논란이 되는 점은 바로 불법 복제 문제다. 물론 불법 복제가 어제, 오늘 이야기는 아니지만, 복제에 대한 무관심적인 대응이 불러온 파장은 생각보다 크다. R4 등의 불법 프로그램을 제외하기 위한 노력이 거의 없었던 닌텐도의 움직임은 전 세계 시장으로 관련 문제가 확장된 이후에 감정적인 대응으로 무리를 샀다.

일부 전문가들은 닌텐도가 하드웨어의 보급률을 높이기 위해 불법 복제 방지 프로텍터를 일부로 넣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실제로도 닌텐도DS의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은 닌텐도DSi가 나오기 전까지 거의 고쳐지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불법 복제에 대한 인식도 흐려졌을 뿐만 아니라, R4나 마지콘 자체를 불법으로 인식하는 사용자들도 줄어들었다.
이 문제로 인해 생긴 피해는 고스란히 개발사에게 떨어졌다. 애써 현지화를 해도 타이틀의 판매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답답한 마음에 관련 문제를 토로해도, 닌텐도 측에서는 '막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다소 언론적인 플레이만 보여줬다. 이는 한국은 물론 전 세계 시장 내에서 벌어진 문제이기도 하다.
지금은 법적으로 관련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돼 R4나 마지콘을 수입하는 것에 제동이 걸렸지만, 이미 유통된 불법 소프트웨어는 여전히 중고 시장 및 여러 유통 경로를 통해 게이머들에게 공급되고 있으며, 이는 해외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덕분에 중소 개발사들은 닌텐도DS용 게임을 개발하고 싶어도 개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원도 턱없이 부족하다.

또한 저급 소프트웨어의 범람도 무시할 수 없는 닌텐도의 잘못이다. 예전 닌텐도는 깐깐하기로 유명했던 TCR 테스트를 자랑했지만, 지금은 하드웨어 판매에만 주력하다보니, 게임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는 게임들까지도 무작정 출시되고 있다. 이는 해외 언론에서도 지적한 대표적인 닌텐도의 잘못으로 평가되는 부분이다.
이는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 측의 대응 방식과 확실하게 비교되는 부분이다. 양사는 게임에 대한 전문적인 TCR 및 TRC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게임에 대한 평가 및 수정사항, 변화 요구, 다양한 그래픽 및 시스템 기술 지원 등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에 비해 현재 닌텐도 측은 최소한의 서드파티 외에는 간단한 기술 지원만 할뿐 검토나 게임의 퍼블리싱 등에 크게 관여하고 있지 않는 상태다.
이러다보니 애널리스트 사이에서는 아타리 쇼크를 능가할 '닌텐도쇼크'가 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닌텐도 쇼크'란 1983년 연간 엄청난 수익을 내고 있던 아타리 2600 게임기가 수준 낮은 게임의 범람으로 한순간에 시장 전체가 붕괴되면서 산업이 흔들린 사건을 의미하는 아타리 쇼크를 최근 시각으로 바라보고 지적한 신조어다
현재 닌텐도의 시장 규모 상에서는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이 문제에 대해 닌텐도 측은 어떠한 준비나 해결할 기미를 보여주고 있지 않다. 오히려 관련 문제에 대해 방관하는 듯한 태도까지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 세계 비디오 게임 시장 내 가장 높은 입지를 다지고 있는 닌텐도가 수익에만 급급하지 말고, 시장 전체를 위한 노력을 아까지 말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