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포에서부터 휴대전화까지, 변화 갈아입은 ‘맞고’
어릴 때 명절 저녁에 아버지를 비롯해 어른들이 작은 방에 모이는 이유를 잘 몰랐다. 그게 '화투'라는 것을 알기까지 난 안방에서 명절 특집 영화나, 만화를 보고 있었기 때문. 요즘에는 이런 모습을 보기 어려워졌지만, 심심풀이, 또는 재미삼아 즐기는 게임 '화투'의 모습은 보기 쉬워졌다.
게임센터용을 시작으로, Pc패키지, 온라인, 그리고 모바일과 휴대용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변화해 왔기 때문. 특히 온라인 웹보드 시장을 시작으로 급격히 증가한 '화투'는 주변 사람과 즐기는 놀이를 하나의 문화로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군용모포에서 게임으로..>
'화투'가 국내에 들어온 것에 대해서는 설이 많지만, 대부분은 일제시대 때 일본의 '화투'가 국내에 들어온 것으로 보고 있다. 이때부터 시작된 '화투'는 3명이 즐기는 방식과 2명이 즐기는 방식 외에도 새롭게 즐길 수 있는 방식 등이 생겨나면서, 다양성을 띄게 된다.
일본에서는 유명한 일본 게임 개발사 닌텐도를 비롯해 많은 업체들이 게임용으로 개발하기도 했으며, PC패키지 외에도, 가정용 게임기, 아케이드 게임센터용 등으로 발빠르게 진화했다. 한국에서는 특별한 변화보다는 그 자체를 즐기는 모습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군대에서 사용하는 모포가 좋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그곳에서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방식을 바꾼 '섯다'나 다른 놀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해 눈길을 끌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에서 나온 아케이드 게임이 국내에 들어오기도 했지만, 불편한 버튼 방식 때문에 큰 인기를 얻는데는 실패했다.
< PC 패키지를 시작으로, 온라인 게임까지..>
90년대를 시작으로 '화투'의 게임화는 국내에서도 활발히 생겨나기 시작했다. 일부 PC 패키지나 아케이드 게임 센터용 등이 나오기도 했지만, 큰 반응을 얻지 못했다. 사실, '화투'라는 놀이 자체가 혼자 또는 인공 지능과 즐기는 맛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게임으로 즐기는 자체에 대해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90년대 후반, 온라인으로 즐기는 '화투' '맞고'라는 것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게임화가 진행된다. 그때 당시 채팅으로 인기를 끌었던 세이클럽의 웹보드 서비스를 비롯해 게임포털 들이 자연스럽게, 웹보드 게임을 강화하기 시작하면서, 그에 대한 문화 역시 강해졌다.
재미있는 점은 '화투'와 '맞고' 등이 굉장히 한국적인 형태로 발전했다는 것. 기존의 일본 방식과 달리 점수를 내는 방식들이 한국인 입맛에 맞는 형태로 발전됐고, 위에서 언급한 군용 모포의 색을 본 뜬 바탕화면이 나왔다.
2000년대를 시작으로 더 강화된 웹보드 게임 시장은 '맞고'를 좀 더 강화한 형태로 급속히 발전됐고, 웬만한 포털이나 사이트에는 꼭 있어야할 존재로 성장했다. 그리고 스타를 강화한 '맞고'가 등장한 점도 변화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최근에 서비스를 시작한 '놀토닷컴'의 '달인맞고'를 비롯해 '무한도전'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박명수를 활용한 호통 맞고, 강호동의 다양한 추임세를 넣은 강호동 맞고 등 댜앙한 게임들이 등장했다.
이런 스타 마케팅을 활용한 '맞고'의 특징은 단순히 '고' '스톱' 등을 외치는 게임을 좀 더 맛깔나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달인맞고'는 KBS 코미디프로 '개그 콘서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달인'팀의 김병만, 노우진, 류담이 등장해 재미있는 입담을 보여주는 '맞고'다. 특히 관련 용어들을 유행어로 풀어주고, 그들의 캐릭터를 활용한 모습들을 보여주기 때문에, 실제로 즐기는 '화투' 못지않게 유쾌하게 즐길 수 있다.
< 모바일 게임 시장 장악 넘어, 휴대용 게임 시장까지..>
이런 온라인 게임 시장 선전을 바탕으로 '화투'와 '맞고'는 모바일 게임 시장으로 진출을 시도한다. 국내에서 유명한 모바일 게임사들이라면 한번쯤 만들어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 '화투' 게임은 '고스톱'과 '맞고' 두 가지 형태를 모두 지원하거나, '맞고'만 지원하는 형태 등으로 출시됐다.
이후 게임의 재미를 살리면서 높은 점수를 낼 수 있는 '맞고'가 인기를 끌면서 3명이 즐기는 형태의 게임은 줄어들게 됐고, 자연스럽게 '맞고'가 정착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맞춰 개발사들 역시 '맞고'를 좀 더 다양하게, 그리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형태로 발전 시켰다.
바로 스토리와 캐릭터를 도입하기 시작한 것. 게임빌의 정통맞고 시리즈의 경우 주인공 캐릭터가 억울한 사연 또는 복수를 하기 위해 '맞고'를 연마한다는 재미있는 설정과 다양한 캐릭터로 큰 인기를 끈 대표적인 타이틀이다.
특히 게임 내 등장하는 캐릭터성에 맞춰 플레이 방식이 다르다는 점은 좀 더 다양한 게임성을 즐기고 싶어 하는 게이머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큰 인기를 끌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휴대용 게임기로 '맞고' 게임이 등장한 점도 특징. PSP용 '용쟁화투'를 비롯해 닌텐도DS용 '터치! 함께 즐기는 DS고스톱' 등은 휴대용 게임기다운 그래픽 향상과 재미있는 스토리 라인으로 출시 이후 많은 게이머들의 사랑을 받았다.
< 게임의 재미도 좋지만, 놀이 특유의 건전함 찾아야..>
하지만, 일부 언론과 단체에서는 이런 웹보드 형태의 '맞고' 게임들이 사용자들의 사행성을 높이고 있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일부 게임사가 '맞고'에 사용되는 게임 머니를 다양한 형태로 제공하면서 이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는 상태다.
물론 '화투'의 시작 자체를 생각하면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를 사행성으로 만들어가는 일부 사이트나, 그리고 정식 서비스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서비스들이 늘어나는 점은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한 게임 언론 관계자는 "'맞고'의 발전 사항이나, 변화는 게임 시장 못지않게 재미있게 변해왔다. 하지만, 사행성이나, 불미스러운 형태로 발전되는 건 개발자와 게이머 모두가 막아야 할 부분이다. 게임 자체의 건전함을 높이고, 다양한 볼거리를 강조한다면, 충분히 우리가 즐기고, 즐기고 싶은 놀이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