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은 자극이 아니라 소통, 잔꾀로 되지 않아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가장 기본적인 건 대화가 될 것이고, 말을 들을 수 있는 청각, 그리고 감정을 나타내는 표정과 몸의 움직임까지, 여러 가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들보다 더 중요한 건 따로 있다.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그리고 표현하고 있는 그것. 바로 감성이다.
6월의 마지막 날 강남역 근처 회사에서 그를 만났다. 오전 내내 바쁜 업무를 뒤로 하고 잠깐의 시간을 이용해 만난 그는 소소한 일상적인 이야기로 대화를 이끌어 갔다. 솔직하게 말한다면 인터뷰를 진행해야할 기자인 '내가' 끌려 다녔다. 그리고 꽤 시간이 지난 후 그는 "시간을 너무 많이 뺐은 것 같네요"라며 인터뷰를 끝냈다.
그때서야 정신이 번쩍 든 민망한 기분에 사진 촬영을 끝내고 도망치듯 회사를 빠져 나왔다. 뭘 진행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이유 없이 부끄러웠다. 역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내내 그가 한말에 대해 곱씹어봤다. 분명 무언가를 이야기 한 것 같은데, 워낙 정신없이 지나가서 그런지 멍했다.
"예전엔 편지지에 자신의 마음을 담아 전달했잖아요. 하지만 타이핑이 가능해지면서 어느 새 편지지가 사라지고, 메신저나, 휴대전화 문자 등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네트워크 시대가 되어도 서로가 서로에게 전하는 '감성'은 아마 변화가 없을 겁니다. 전 이런 감성을 전할 수 있는 따뜻한, 감성적인 기기를 만들고 싶습니다"

생각났다.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그리고 누굴 만났는지. 아마 그는 소통에 대한 또 다른 의미로 감성이라는 말을 쓴 것이 아닐까. 6월의 끝자락에서 만난 사람은 메모 기능으로 새로운 감성 전달을 보여주고 있는 '민트패드'의 개발자 최문규 부사장이었다. 난 노트북에 가득 적힌 최문규 부사장의 생각이 알고 싶어졌다. 그리고 천천히 곱씹어봤다.
"처음 민트패드를 개발할 때 직원들과 함께 여러 가지 고민하다가 제품의 특징을 살려 '네트웍 포터블 디바이스 기기'라고 장르를 구분했죠. 물론 민트패스라는 회사도 '네트웍 포터블 디바이스 기기'를 개발한 회사라고 알리고 싶었습니다. 이후 첫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벤처 기업'이라고 나왔더군요"(웃음)
최문규 부사장은 컨설팅 업무를 비롯해 아이리버에서 약 20개의 제품을 개발한 실력파 개발자였다. 물론 그 전에 '얼리어답터'라는 사이트로 더 알려진 사람이기도 하다. PC통신 시절때부터 그는 각종 제품에 대한 감성적인 리뷰로 활약했고, 대기업의 컨설팅을 맡아 활약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은 민트패스에서 부사장 역할로 신제품 민트패드를 출시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처음에 PC통신 하이텔에 그때 당시 유명했던 제품 '팜파이브' 사진을 찍어 올렸습니다. 그때 당시 화제가 된 이 제품은 일반인이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었거든요. 복잡한 과정을 통해 제품을 구한 전 순식간에 PC통신 내 스타가 됐죠. 하지만 이런 얼리어답터 생활을 유지하기엔 와이프의 눈치가 너무 많이 보이더군요. 그래서 나름 합법적(?)으로 얼리어답터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죠. 그게 얼리어답터 사이트였어요. 사실 이후에 와이프가 그냥 포기했는지 '맘대로 해'라고 해서 좀 더 과감하게 진행하기도 했죠"
이때 당시만 해도 국내 시장 내에서는 얼리어답터에 대한 편견이 심했다. 이는 한국 자체가 소비가 미덕인 나라가 아니었기 때문. 그러다보니 이런 제품들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얼리어답터가 괜찮게 보일리 만무했다. 하지만 최문규 부사장의 등장은 얼리어답터를 세상에 나올 수 있게 하는 계기로 작용했고, 자연스럽게 이런 사람들이 늘어났다.
"자연스럽게 얼리어답터라는 사이트는 큰 인기를 누렸고, 이를 계기로 컨설팅 사업에 진출할 수 있게 됐습니다.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 그리고 개인 사업자까지 모두 맡아 진행했을 정도로 열정적이었죠. 이렇게 진행하다가 만난 곳이 바로 지금의 아이리버, 레인콤이라는 회사였습니다"
최문규 부사장은 레인콤과의 인연에 대해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을 실감하게 해준 업체라고 표현했다. 이때 그때 당시 레인콤 대표로 근무 중인 현 민트패드 양덕준 대표를 만나게 되고, 첫 제품으로 U10을 선보였지만 큰 실패를 거뒀다. 최문규 부사장의 뜻대로 제품을 꺼냈지만,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긴 제품이 너무 까다로웠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회사에서 계륵과 같은 존재가 되버렸죠.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만든 것이 미키마우스 MP3 플레이어였습니다. 하지만 출시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죠. 유통사가 제품이 안팔릴꺼라고 말했고, 별로라고 지적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양덕준 대표님하고 제가 안팔리면 5천개씩 사기로 하고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1만개는 순식간에 팔려나갔고, 새로운 색상의 제품을 원하는 사용자까지 등장했다. 심지어 미키마우스 MP3 플레이어에 대한 인기 요인에 대해 분석하는 언론의 기사부터 대기업 내에서 이 제품이 소비자에게 인기가 있는 이유에 대해 조사하기도 했다. 그정도로 미키마우스 MP3 플레이어는 큰 인기였다.
"이때 느낀게 바로 감성이라는 코드였습니다. 이건 분석이 된다고, 또는 억지로 넣겠다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스펙이나 성능이 중요한게 아니라, 소비자들이 이 제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다가오는지가 중요했던 겁니다. 소비자 스스로가 이 제품에 대해 감성을 느끼고 판단하게 되면, 그 제품은 분명히 팔리게 됐던 거죠"
최문규 부사장은 디지털 시대 이전 제품들은 필요한지만 알면 구매할 수 있었지만, 90년대 IT분야의 혁신적인 변화가 이루어지면서, 소비자들이 어떤 제품을 사야할지 망설이는 시기가 되버렸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성공하는 제품들은 감성적인 접근을 시도했고, 자연스럽게 성능보다는 자신과 통하는 제품에 좀 더 돈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
"이를 가장 잘 쓴 업체가 바로 애플입니다. 애플에서 선보인 아이팟 제품들은 다른 제품들과 비교할 수 없을 독특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죠. 가령 예를 들면 아이팟 이어폰 부분이 일반적인 국산 제품과 다른 점과 뒷면을 모습이 비쳐지는 형태를 띄고 있는 것들은 묘하게 소비자에 감성을 이끌어내는 계기가 됐고, 하나의 문화 트렌드로 자리 잡았죠. 이런 스마트한 애플의 모습을 한국 업체들에서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2부 '네모 상자 안에 담은 감성, 민트패드는 감성을 통한 소통' 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