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제대로 서비스 하는 '배틀존', 포기는 없다

퍼블리셔와 개발사의 관계는 계약으로 묶여 있다.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해주고, 자신들이 어떻게 해주겠다는 뜻을 전달하는 이 도구는 두 업체의 비즈니스를 끈끈하게 해주는 도구가 된다. 물론, 이는 어느 한쪽이 큰 사심이 없을 경우에만 가능한 부분이다.

"참 괴로웠죠. 우리 게임을 서비스하는데, 잘못된 퍼블리셔를 만난 것 하나 때문에 저를 포함한 많은 직원들이 괴로워하고, 힘들었다는 점, 제대로 된 대우조차 못 받고 2년이 넘게 훌쩍 지나버렸네요.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너무 힘들어요"

오던 비가 그친 부산에서 매직큐브의 하상석 대표를 만날 수 있었다. 매직큐브는 버디버디와 싸이더스社가 퍼블리싱 했던 캐주얼 슈팅 게임 '배틀존'을 개발한 회사이기도 하다. '배틀존'은 공개 당시 3천명이 몰리고, 백만 명이 넘는 회원이 모일 정도로 성황이었던 인기 게임이었지만, 계약 문제와 중국 내 서비스 문제 등이 겹치면서 떠들썩한 이슈만 남기고 사라졌다.


"지금은 이름을 변경했지만, 그때 당시 싸이더스社의 행포는 정말 심했습니다. 실제로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판권에 대한 권리만 주장했고, 그때 당시 최고 액수로 계약됐던 중국 서비스도 흐지부지 처리하면서 저희가 계약금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겼죠. 더 웃긴 건 잘못을 한 싸이더스가 오히려 더 뻔뻔하게 굴었다는 점이죠"

하상석 대표는 국내 및 해외 서비스 상황이 무산되자, 이에 판권을 돌려달라고 했지만, 싸이더스는 막무가내로 버티기 시작하면서 서비스를 비롯한 모든 과정이 최악으로 돌변했다고 말했다. 판권 자체가 싸이더스에 묶여 있다 보니, 많은 타 퍼블리셔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계약조차 하지 못했다는 것.

"그때 당시 많은 개발자분들이 힘들어서 나가기도 했고, 회사가 무너질 뻔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렇게 한번 겪고 나니깐, 퍼블리셔들을 믿을 수가 없더군요. 물론 좋은 퍼블리셔도 많고, 능력도 없으면서 돈만 있다고 버티는 악덕 퍼블리셔도 있지만, 누구나 그런 상황을 당하면 퍼블리셔 자체에 대한 신용이 완전히 무너질 겁니다"

이런 하상석 대표가 최근 '배틀존' 서비스를 다시 하겠다고 공개했다. 기존의 '배틀존'에서 새로운 콘텐츠와 밸런스 및 안정성을 높인 '배틀존 플러스'로 말이다. 하상석 대표는 같은 부산에 위치하고 있는 퍼블리셔 조아라닷컴과 최근 계약을 맺고 서비스 준비를 하고 있다. 무엇이 매직큐브를 움직이게 했을까.

"솔직히 '배틀존'은 포기하고 '배틀존2'를 개발해 다시 시장에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조아라닷컴의 이수희 대표님이 먼저 저희한테 연락을 주셨더군요. '한번 해볼 생각 없냐고' 내심 '배틀존'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 있었는데, 부산 내 퍼블리셔이기도 하고, 이수희 대표님과 이야기도 잘되고 해서 서비스 계약을 체결하게 됐죠"

이수희 대표와의 만남은 하상석 대표와 매직큐브 직원들에게 큰 희망이 됐다. 덕분에 지금은 '배틀존 플러스'의 서비스 준비는 물론, 아이팟 터치용 게임을 비롯해 '배틀존2'의 개발까지도 진행하고 있을 정도다. 팀원들의 분위기도 좋아졌고, 하성석 대표도 예전에 힘들었던 시기보다 많이 밝아졌다고.

"'배틀존'의 서비스에 대해서는 조아라닷컴 측이나 저희 측에서도 많이 기대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미 여러 차례 서비스가 됐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는 점으로 대박은 기대하기 힘들지만, 아직도 저희 사이트에 와서 기대감을 보여주시는 게이머 분들을 보고 있으면, 좀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상석 대표는 '배틀존 플러스'에는 기존에 방대했던 콘텐츠는 물론 새로운 콘텐츠도 많이 도입해 게이머들을 즐겁게 해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해외 시장을 겨냥한 아이팟 터치용 신작 게임도 매직큐브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도 보고 있다. 이 게임은 '배틀존'의 세계관을 활용한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이미 해외 쪽에서도 괜찮은 반응을 얻고 있는 상태다.

"'배틀존' 국내 서비스를 가장 우선으로 보고 있고, 이 상황에 따라 해외 서비스부터 다양한 시도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조아라닷컴의 이수희 대표님은 채널 링을 많이 활성화해 좀 더 많은 게이머들이 '배틀존'을 다시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씀을 주시더군요. 그 후에 해외 시장에 도전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봅니다"


'배틀존2'는 기존에는 리뉴얼 형태를 생각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장르로 변경해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본적인 '배틀존' 시리즈 특유의 전투 재미는 살리면서도 좀 더 다양한 플레이를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장르적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배틀존 플러스'의 안착에 대해서 가장 많은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제대로 서비스를 못했다는 점 때문에 항상 죄송스러운 마음이 남아 있었습니다. 조아라닷컴과 다시 시작하는 서비스에 많은 관심 보여주고, 부족하더라도 저희가 만든 '배틀존'을 꼭 한번 다시 즐겨 봐주시길 바랍니다"

순탄치 못한 길을 걸어온, 어떻게 보면 큰 상처를 받은 하상석 대표를 일으킨 건 게이머들의 멈추지 않은 성원과 부산 특유의 끈끈한 유대감이 아니었을까. 조아라닷컴으로 새롭게 서비스가 시작되는 '배틀존'이 다시 게이머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해외 시장에도 도전할 수 있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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