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위기' 日 비디오게임, 위상 급락 중
'이제 일본 비디오게임 산업은 끝이다'
이는 캡콤에서 20년 이상 게임 개발에 종사하며 스트리트파이터, 록맨, 귀무자 시리즈 등을 히트시킨 크리에이터 '이나후네 케이지'가 올해 도쿄 게임쇼 2009를 감상한 후 남긴 말이다. 그만큼 올해 도쿄게임쇼 2009는 기대 이하였고, 게이머와 일본 게임관계자들에게까지 혹평을 받았다.
매년 치러지는 도쿄게임쇼는 비디오게임의 종주국에서 실시되는 행사이니 만큼 향후 1년간의 비디오게임계의 전망하고 예측하는 척도가 될 정도도 중요도가 높은 행사이다. 때문에 올해 도쿄게임쇼 문제는 한번의 게임쇼의 실패라기보다 향후 1년간 일본에서 제작되는 비디오게임과 전 세계 비디오게임 시장에 큰 문제점을 야기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도쿄게임쇼 2009를 통해 더욱 부각되고 있는 일본 비디오게임들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극복방안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 <일본게임은 일본에서만 팔린다, 반면 해외 게임은 배척>>
자국 시장을 중시하는 일본인들의 성향은 모든 산업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전자제품과 같은 자국의 유망산업에 대해서는 그 비중이 더욱 높은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일까? 일본의 최근 비디오게임사들은 매년 세계화를 하나같이 외치고 있지만 현실은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한 게임들을 개발/판매하고 있으며, 일본 게이머들도 해외 유명게임들 보다 자국의 게임들을 중심으로 소비하고 있다.
일본의 게임 산업 분석기관인 컴퓨터엔터테인먼트협회(CESA)은 올해 초 지난 4년 동안 일본 게임의 해외 시장 점유율이 약 20%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과거 전세계 비디오게임 시장에서 약 40%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던 일본 게임은 이제 약 20% 정도로 급격하게 점유율이 떨어진 셈이다. 하드웨어 시장에서는 닌텐도의 Wii와 DS, 소니의 PSP가 전세계적으로 큰 히트를 기록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수익을 거두어들일 수 있는 소프트웨어의 점유율이 떨어지면서 일본게임의 영향력도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최고 게임상을 휩쓸고 각각 1400만장과 700만장을 판매한 GTA4와 콜오브듀티5는 일본 시장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북미에서는 프로토타입(400만장), UFC 2009(350만장), 인포머스(200만장) 등이 인기를 끌었지만 일본에서는 이 수치에 30%도 판매되지 못했다.
반면, 국민게임 드래곤퀘스트9는 최근 일본에서만 400만장이 넘게 판매되었으며 몬스터헌터, 포켓몬스터 등은 일본 내에서는 인기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 인기는 자국 시장에 한정되어 있다.
< <시대 흐름을 놓친 일본 게임사들>>
최근 CESA, 캡콤, 스퀘어에닉스 등의 일본의 주요 개발사의 임원들은 모임을 갖고 현재 일본게임 시장에 대한 문제점들에 대한 토론과 발전방안에 대한 토의를 나눴다고 발표했다. 이때 논의된 일본게임들의 문제점은 '다운로드 시장에 대한 무관심', '시대적 흐름에 뒤떨어지는 시나리오 전개'. '무분별한 게임 개발비의 상승' 등으로 요약됐다.
북미에서 인기리에 서비스되고 있는 Xbox Live는 온라인을 통해 게임을 다운로드 받고 결제가 자유로운 서비스다. 하지만 반다이남코의 아이돌마스터가 발매되기 전까지는 일본에서 Xbox Live를 통해 수익을 거두어들인 게임사는 거의 전무할 정도였으며, 이는 개인정보 유출을 꺼리는 일본 게이머들의 특수성과 함께 맞물려 결제수단 부족현상으로 이어졌다. 때문에 일본에서는 다운로드 콘텐츠에 대한 개발이 해외에 비해 상당히 늦어졌으며, 최근에 되어서야 그 중요성을 깨닫고 개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또한 아직까지 '용자들이 모여 세상을 구한다는 진부한 스토리'는 전세계 게이머들의 다양한 욕구를 만족시켜 줄 수 없다는 의견이다. JRPG(일본롤플레잉게임)로 대표되는 많은 게임들은 여전히 용자들이 세상을 구한다는 내용이 주가 되고 있다. 반면 북미의 게임들은 자유도가 높거나, 현실적인 배경으로 하는 세계관을 꾸며 변화에 민감한 게이머들의 욕구를 만족시켜주고 있다.
이외에도 고화질의 그래픽과 영상에 대한 비중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개발비가 상승하고, 이에 맞물려 소프트웨어가 목표치 보다 적은 수익을 거두어들인 경우에는 재정적인 압박으로 이어져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 <해외 시장 위해서는 개발사 고위층의 인식 개선 필수>>
사실 일본에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는 드래곤퀘스트, 몬스터헌터, 포켓몬스터 등의 시리즈 게임들은 자국 내 수익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수치를 거두어들이고 있으며, 차기작 개발을 위한 자금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때문에 몇몇 게임사들은 굳이 해외시장을 공략하지 않더라도 판매량과 점유율이 확보되는 게임에 손대고 싶지 않아 하는 이유가 된다.
과거 테크모의 크리에이터였던 '토모노부 이타가키'는 이러한 일본 게임시장 성향에 대해 '현대판 쇄국정책'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현재에 안주하고 해외 시장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현재, 일본 내에서 해외시장 공략에 가장 주력하고 있는 곳은 캡콤, 스퀘어에닉스를 중심으로 젊은 이사진들이 핵심적인 업무를 진행하는 곳들이다. 시대 변화에 민감한 이들은 잦은 모임을 통해 해외시장의 중요성과 개선책을 논의하고 해외시장에 맞는 게임을 개발하거나 일본 시장의 의식개편을 촉구하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과거 일본게임 시장의 황혼기를 이끌었던 일본의 게임사들의 고위층들은 해외시장 공략의 필요성에 대해 미온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 게임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일본게임 시장의 위기를 감지하고 일본 내에서도 변화의 목소리가 있었다. 그것이 많은 비평 속에 마무리된 도쿄게임쇼 2009 이후 더욱 커질 분위기"라면서 "하지만 게임사들의 실질적인 권력자들이 아직도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지금부터 준비한다고 해도 향후 2~3년 동안은 현재의 상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일본 비디오게임 시장이 위기에 봉착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