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들 울리는 2009년 스포츠 게임 잔혹사

매년 하반기는 스포츠 게임을 즐기는 마니아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시기다. 굵직한 스포츠 게임들이 대거 발매되는 것이 이 시기이기 때문이다. 농구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라면 EA의 NBA 라이브 시리즈와 2K 스포츠의 NBA 2K 시리즈 때문에 설레는 시기이며, 축구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은 EA의 FIFA 시리즈와 코나미의 위닝 일레븐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으로 설레는 것이다.

스포츠 게임 시즌이 오기를 기다리는 게이머들의 기대감은 조금 과장을 하자면 크리스마스가 오기를 기다리는 어린 아이의 기대감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매년 하반기에 게이머들은 신작 스포츠 게임을 통해 그 기대감을 보상 받아왔다. 마치 1년 내내 크리스마스를 기다린 아이가 산타클로스의 선물을 받고 기뻐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2009년에 출시된 스포츠 게임들은 예년처럼 게이머들을 기쁘게 만들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즐거움은 커녕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들 스포츠 게임들이 이런 비난을 받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버그 때문이다. 특히 각 농구와 축구, 각 종목의 게임 중 최고로 꼽히는 작품들에서 이런 버그를 더욱 많이 찾을 수 있다는 점에 게이머들은 아쉬움을 표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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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잘 만든 게임, 하지만 즐길 수 없다면 의미가 없다

발매 이전부터 엄청난 화제를 몰고 다닌 EA의 축구 게임 FIFA 10은 발매와 동시에 엄청난 호평을 받아왔다. 이번 작품을 통해 새롭게 시도된 360도 드리블을 통해 더욱 세밀한 드리블을 펼칠 수 있게 됐으며, FIFA의 오랜 장점으로 꼽히는 충실한 라이센스는 이전에 비해 더욱 폭넓게 재현됐기 때문이다. 출시 이전부터 해외의 게임 잡지들은 입을 모아 피파 10의 게임 플레이를 칭찬했다.

하지만 현재 피파 10의 행보는 발매 이전의 기대와 호평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FIFA 시리즈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감독 모드를 즐기다보면 어느 순간에 게임이 정지되고 세이브 파일이 훼손되는 치명적인 버그 때문이다. 이 밖에도 크고 작은 70여가지의 버그들과 PS3 버전에 한에 발생하는 시합 중 중계, 관중 소리가 갑자기 사라지는 사운드 버그까지 상당히 많은 버그들이 게이머들에 의해 지적됐다.

결국 EA는 약 10개의 버그에 대한 수정이 이루어진 패치를 조속히 배포했다. 이 패치를 통해 PS3 버전은 감독 모드의 멈춤 증상과 사운드 버그는 완벽하게 수정됐다. 하지만 문제는 Xbox360 버전에서는 버그가 거의 개선되지 않았으며,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는 감독 모드의 멈춤 증상에 대한 수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3년째 지적되고 있는 감독모드의 버그에 대한 개선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과 다른 국가에 출시된 버전들은 패치를 통해 버그가 수정됐지만 국내 출시 버전은 그렇지 않다는 점에 게이머들은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이런 게이머들의 불만은 스포츠 게임 관련 게시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심지어 "최고급 요리에 한 마리의 바퀴벌레와 69개의 머리카락이 나왔다면 당신은 그 요리를 먹겠는가?"라는 다소 격한 비유까지 나온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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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매 10주년을 기념하고 싶었지만 아쉬움이 너무 크다

2K 스포츠의 NBA 2K 시리즈는 다양한 모션은 물론 뛰어난 그래픽으로 농구 게임 마니아들에게 최근 몇 년간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온 게임이다. 특히 라이벌 게임이라 할 수 있는 NBA 라이브 시리즈가 시행착오를 겪어 온 최근 3년간은 명실 공히 최고의 농구 게임이라 불릴 정도로 그 위세가 대단했다.

게다가 올해는 NBA 2K 시리즈가 1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기에 게이머들은 재미는 당연한 것이고 얼마나 발전된 모습으로 등장할 것인가에 관심을 집중시켰다. 2K 스포츠는 NBA 2K10 이전에 드래프트 콤바인이라는 게임을 출시하며, 새롭게 등장할 NBA 2K10에 대한 기대를 고조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2K10 역시 막상 뚜껑을 열자 심판이 선수에게 공을 주지 않거나 유니폼의 팀 이름철자가 틀리는 버그 등의 소소한 버그부터 특정 경기장에서의 급격한 프레임 저하, 농구 규칙을 무시하는 경기 운영 등의 여러 버그로 난항을 겪고 있다. 항상 게임 출시 이후에 많은 버그로 몸살을 앓았던 2K 스포츠의 작품이기 때문에 이런 분위기는 익숙하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익숙함의 차이일 뿐 이런 이유로 게임의 다양한 버그를 정당화 시킬 수는 없는 법이다.

물론 언제나처럼 2K 스포츠는 빠른 패치 제작에 들어갔으며 현재까지 보고된 버그 리스트 중 60개가 넘는 버그에 대해 패치가 이루어질 예정이라 하니, 조만간 정상적인 게임 플레이를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예년보다 한 달 정도 서둘러 출시를 했다는 점을 두고 게이머들은 경쟁작인 NBA 라이브 시리즈를 견제하기 위해 추후 패치를 감안하고 미완성의 게임을 서둘러 출시한 것은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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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의 완성도와 발매 일정 사이에서 벌어지는 딜레마

축구와 농구 게임을 대표하는 게임들이 버그로 인해 곤란한 입장에 처했다는 것은 스포츠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에게는 크게 아쉬운 일이다. 물론 이를 대체할 경쟁작들을 즐기는 것으로 위안을 삼을 수 있겠지만, 해당 게임을 1년 동안 기다려온 게이머들이 받은 상실감을 원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는 할 수 없다.

게임 시장에서 조금은 부족한 완성도를 보이지만 발매 시기에 맞추기 위해 급하게 출시하는 경우와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발매 시기를 계속해서 미루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모두 게이머들에게 아쉬움을 남기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완성도와 발매 일정 모두를 완벽하게 만족시킬 수 없다면 어느 쪽이 게이머들에게 더욱 기쁨을 줄 수 있고, 게임에 대한 애정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인지를 제작사는 보다 심사숙고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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