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첫 시도 ‘지스타2009’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지방에서 처음으로 열린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 2009'가 성황리에 폐막했다. 총 4일 동안 24만 명이라는 엄청난 관람객을 동원한 이번 '지스타 2009'는 신종플루와 신작 부족이라는 우려 속에서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면서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올해 '지스타 2009'는 최대 업체 참가라는 이슈와 함께 화려하게 시작했다. 하지만 당초 시작과 달리 몇몇 업체에서는 신작 자체가 없거나 중고 신작으로만 부스를 채우는 모습을 보이며 삐걱거렸고, 신종플루가 지난 10월 최고치를 찍으며 행사 자체가 취소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나 '지스타 2009'는 걱정과 달리 꼼꼼한 신종플루 대책부터 부스걸 노출 제한, 엔씨소프트, NHN, 블리자드, 위메이드, YD온라인, 한빛소프트, 엠게임 등 많은 업체의 다양한 시도와 이벤트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결과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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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라 VS 스타크래프트2 VS 블레이드 앤 소울>
올해 최고의 빅매치는 NHN과 블리자드, 그리고 엔씨소프트의 삼파전이었다. 이미 2차 테스트에서 게이머들의 극찬을 이끌어낸 '테라'는 엄청난 크기의 전광판 영상 재생과 게임의 재미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시연대, 다양한 이벤트 상품을 제공하면서 관람객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2010년 출시를 준비 중인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2' 역시 e스포츠 선수들과 캐스터가 직접 진행한 실제 대회 시연 및 관람객이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시연 행사로 맞불을 놓으며 뜨거운 경쟁을 펼쳤다.
엔씨소프트는 '지스타 2009' 시작 전 이미 공개한 '아이온'은 새로운 패치 및 공개 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블레이드 앤 소울'의 신규 영상을 선보이며 삼파전의 종지부를 찍었다. 특히 '블레이드 앤 소울'의 영상을 관람한 관람객들은 '온라인 게임 맞아?'를 연발하며 부스를 떠나기도 했다.
NHN 부스에는 '테라'를 즐기기 위한 게이머들로 가득했으며, 블리자드 부스에서는 '스타크래프트2' 시연에 사람이 지나가지 못할 정도로 북적거렸다. 엔씨소프트 부스는 4일 동안 시작만 하면 긴 줄이 형성돼 '역시 엔씨소프트'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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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작과 중고 신작의 대결? 그래도 볼거리 충분!>
올해 행사에 참가한 엠게임, CJ인터넷, 넥슨, 한빛소프트, YD온라인 등 대부분의 업체들은 신작 아닌 신작을 공개했다.
CJ인터넷은 '드래곤볼 온라인'으로 승부수를 띄웠고, 넥슨은 '넥슨별' '드래곤 네스트' '에버플래닛' 등 이미 몇 차례 테스트를 진행한 게임들로 부스를 채웠다. 한빛소프트나 YD온라인도 '그랑메르' '워크라이' '패온라인' '밴드마스터' 등 이미 수차례 언론에 노출된 게임들로 부스를 꾸몄다.
물론 '메탈블랙' 'FC매니저' '삼국지천' '창천2' '네드' 등의 최초 공개 신작들도 다수 나왔지만 부스 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것은 중고 신작이었다. 일부 게이머들은 이 부분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지만 전체적인 게임들의 수준이 높았다는 점과 기대 이상의 재미를 전달하면서 관람객들의 주목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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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산 게임들의 대결도 볼만했다. 네오위즈게임즈의 '에이지 오브 코난'과 NHN의 '워해머 온라인'은 뛰어난 완성도로 한국 시장 내 큰 성과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특히 이 두 게임은 꼼꼼한 한글화로 관람객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넥슨별'이나 '한자마루' '생활의 게임' '그랑메르' 등 기능성 게임이나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게임들도 주목 받았다. 특히 한빛소프트의 '그랑메르'는 실제 낚시를 할 때 쓰이는 릴을 그대로 재현한 주변기기로 관람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체험해본 관람객들은 특유의 손맛에 만족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 신종플루 대비 꼼꼼 '눈길', 하지만 글로벌 게임쇼라기 하기엔 역부족>
전 세계 21개국 198개 업체가 참가한 이번 '지스타 2009'는 신종플루에 대한 대비와 B2B관의 성황 등으로 성공적인 평가를 내리기 충분했다. 관람객들은 어디를 가도 마스크나 손 소독제 등을 만날 수 있었고, 들어가기 전 몸 소독으로 문제를 최소화 했다.
B2B관은 1,573건의 상담이 이뤄졌으며, YD온라인, 엠게임, 한빛소프트 등의 8개 업체는 총 2,886만 달러의 수출 계약을 성사 시켰다. 이 외에도 많은 업체들은 다양한 수출 상담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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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성과에 비해 여전히 반쪽자리 행사라는 오명을 벗지는 못했다. 블리자드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해외 업체는 B2B관만 개설했으며, 해외 언론에 대한 지원이나 해외 관람객들에 대한 홍보 수단 부족 등이 이어지면서 답답한 장면들을 연출하기도 했다.
행사장을 찾은 관람객 엔드류 마틴(27)은 "부산역에 내린 이후 '지스타 2009' 행사장을 찾기 위해 노력했으나 셔틀 버스는 늦게 오고 대화조차 안 돼 매우 불편했다. 택시 기사들은 '지스타 2009'라는 행사가 하는지도 모르는 눈치였다. 행사장을 가는 친절한 한국사람 덕분에 호텔 및 행사장을 찾을 수 있었지만 '지스타'라는 행사가 부산 내 행사 수준 밖에 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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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나 타국에서 온 언론들도 불만은 마찬가지였다. 기자간담회 대부분은 통역 없이 진행돼 타국의 언론은 자국 내에서 통역을 구해 오거나, 개발사에게 통역본을 따로 요청하는 듯 한 모습을 보였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기본적인 언어에 대한 통역이 준비돼 있는 E3, GCA, 동경게임쇼 등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한 해외 언론 관계자는 "한국의 온라인 게임은 전 세계 시장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지만 '지스타 2009'라는 게임쇼는 전혀 주목 받고 있지 않다. 홍보도 부족하고, 여러 가지 지반 여건이 취재하기 그리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 최대의 게임쇼가 한국 내 행사로 끝나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