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워크스테이션으로 게임한다! 대체 워크스테이션이 뭐야?

예전에 구입한 PC를 약 4년간 써온 A씨는 자꾸 다운이 되고 멈춰버려 짜증을 유발하는 이 기계덩어리를 처분하고자 마음을 먹었다. 조만간 새로운 PC를 구입할 생각이지만, 그렇다고 섣불리 아무거나 구입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PC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자신에게 알맞은 PC를 직접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해서 일명 이름값을 한다는 브랜드 PC를 알아보던 중, 한가지 눈에 뜨이는 단어를 보게 되었다. 바로 워크스테이션. 평소에 궁금한 것은 참지 못하던 A씨는 인터넷을 검색했다. 대체 이 워크스테이션이라는 것은 뭘까?


워크스테이션이란 전문가용 PC이다. 즉 일반 개인용 PC에 비해 더 빠르고 많은 기능을 사용하려는 전문가를 위해 만들어져, 많은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작업에 최적화된 PC로 설명할 수 있다. 이렇게 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성능 PC쯤 되나 보구나. 나한테는 별 필요 없겠는걸?' 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단순하게 일반 PC보다 높은 성능을 지닌 PC라고만 말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워크스테이션이라는 한 분야를 담당하는 이 PC의 장점은 고성능 PC라는 점 외에도 알아두면 좋을 것들이 많이 숨어있다.

< 1. 워크스테이션과 일반 PC의 구분>

워크스테이션은 주로 과학기술 연산, 공학 설계, 통계 처리, 금융 자료 분석, 그래픽 등 전문 분야의 작업을 염두에 둔 고성능 개인용 PC이다. 가정용으로 쓰이는 일반 PC의 용도가 영화감상, 문서작성, 인터넷 서핑, 자료검색, 게임 등과 같이 다양한 방면에 사용 가능하다면, 워크스테이션은 특정 분야의 전문적인 성능을 크게 강화한 제품이다.

이 의미는 가정용이나 오락용이 아닌 비즈니스 및 전문가적인 개인용 PC라는 뜻으로, 최근에 이르러서는 하드웨어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고급소프트웨어가 무리 없이 구동되는 것을 평가하는 ISV(Independent Software Vendor)인증 유무로도 구분을 둔다.


*ISV인증이란: 오토캐드, 카티아, 마야, 솔리드 웍스 등의 회사들이 자사 프로그램이 무리 없이 구동된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승인하는 인증서이다. 국내의 K마크와 같은 것이라 이해해도 좋다.

하지만, 최근에 이르러 이러한 구분이 상당히 모호해지고 있다. 워크스테이션이라 해서 일반 PC에 비해 엄청난 고성능을 발휘하기 힘들어진 것인데, 이는 그 동안 PC의 꾸준한 발전으로 워크스테이션과 일반 PC간의 차이가 많이 좁혀졌기 때문 이다. PC의 대중화를 이루는 속도가 시간이 지날수록 빨라지며, 사람들이 요구하는 일반 PC의 성능이 점점 높아짐에 따라, 이제는 고성능 일반 PC와 워크스테이션의 구분이 모호한 시점이다.

< 2. 워크스테이션만의 장점 ? 뛰어난 안정성과 넓은 확장성 >

일반 PC와의 비교에서 큰 차이는 없다지만, 몇 가지 워크스테이션만의 특징은 분명 존재한다. 바로 워크스테이션만의 '안정성' 이다.

워크스테이션의 CPU를 보게 되면 일반 PC에 탑재되는 CPU와 비교해 큰 차이점은 없으며, 되려 CPU가 사용하는 명령어가 단순화된다. 고성능 PC의 CPU가 단순한 명령어 체계를 가진다는 것이 앞뒤가 맞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이는 용도의 차이 때문에 그렇다. 다방면에 걸쳐 활용이 되는 일반 PC는 여러 프로그램을 돕기 위해 많은 명령체계가 필요하지만, 전문적인 용도에 국한되는 워크스테이션은 실제로 쓰이는 명령어가 몇 개 되지 않아, 적은 수의 명령체계만을 구성해 단순화 되는 것이다.


여러 복잡한 톱니바퀴들이 많이 들어간 기계는 이용하는 사람에게 편리할 수 있지만, 결함이 자주 발생하는 것과 비슷하다. 때문에 일반 PC에 비해 워크스테이션은 오류가 적고 안정적으로 지속적인 성능(안정성)을 발휘해주는 특징이 있다.

또한, 이러한 안정성은 CPU만이 아닌 메모리 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워크스테이션은 메모리 기능 중에 ECC(Error Check Correct)기능을 지원 한다. 이 역시 일반 PC에 비해 안정성을 보장하는 기능으로, 데이터를 읽고 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 데이터를 찾아내 수정한다. 날이 갈수록 데이터의 용량이 많아지는 지금과 같은 PC환경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오류가 많이 발생할 수 있는데, ECC는 이러한 현상을 방지해줄 수 있다.


만약 일반 PC와 워크스테이션 2대가 한 공간에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똑 같은 작업을 두 PC에서 24시간 이상을 켜놓고 작업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워크스테이션은 아무 문제없이 작업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다고 보장한다. 이에 비해 일반 PC라면, 장시간 구동을 할 경우 분명 재부팅, 혹은 리셋을 해줘야 하는 경우가 잦다. 한 예로 워크스테이션의 제조사로 유명한 HP의 경우는 실제 제품 출시 전에 이러한 테스트를 일반 PC에 비해 더욱 타이트하게 진행하기도 한다.


워크스테이션의 장점으로 또 하나를 꼽을 수 있다면 바로 '확장성'에 있다. 대부분의 워크스테이션을 제조하는 제조사들은 PC를 수시로 열고, 닫고, 분해하고, 조립하며, 재구성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둔다. 이는 PC를 전문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일수록 추가적인 장비를 PC에 연결하는 경우가 많고 기존의 부품을 교체하는 등 여러 작업을 할 경우가 많아서인데, 워크스테이션은 이러한 작업에 편의성을 더해준다.

일례로 PC안의 부품을 새로 증설하거나 교체할 때를 떠올려보자. 일반 PC의 경우는 보통 확장까지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아예 확장하는 것에 애로사항이 많은 슬림형 케이스일 수도 있다. 일반 타워형 케이스일지라도 뚜껑을 열고 내부를 보면, 이것저것 부품을 바꾸는 것에 편리하지가 않다. 몇몇 제조사의 경우, 자사의 노하우를 곁들여 디자인 및 내부 설계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크게 도움이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심지어 조립 PC의 경우, 아무 생각 없이 케이스를 구입하면 케이스를 여닫는데 손을 베이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워크스테이션의 경우는 다르다. 기본적인 케이스 설계에서부터 마감처리, 각 PC의 부품이 들어갈 위치와 추가확장을 할 수 있는 슬롯의 배치, 튼튼한 재질 등을 처음부터 생각하고 만든다. PC를 잘 다루는 전문가일수록 이러한 세심한 것에 반하는 이들이 많다.

< 3. 이제 워크스테이션은 꼭 전문가만을 위한 PC가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워크스테이션과 일반 PC의 구분이 현재는 매우 모호한 시점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고성능 일반 PC의 성능과 보급형 워크스테이션을 비교할 때, 전문가의 눈으로 보더라도 큰 차이점을 느끼기 힘들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전문적이고 대중화되기 힘들었던 기술이 이제는 일반 PC에도 적용될 만큼 대중화가 되었다는 뜻이다.

이렇듯, 일부 전문가만을 위한 PC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워크스테이션이 성능상 고성능 일반 PC와 큰 차이점이 없어지자, 몇 가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워크스테이션만의 특장점을 가지고 성능 구분이 모호해진 고성능 일반 PC의 시장에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일반 PC 사용자 가운데에서도 유독 PC의 성능에 민감한 것이 바로 고 퀄리티의 3D 게임을 즐기는 사용자일 것이다. 더불어 PMP나 MID와 같은 기기를 들고 다니며 동영상 감상을 즐기는 사용자들도 고성능의 PC를 사용할 경우 큰 이점이 있다. 동영상 인코딩이라 불리는 작업을 거쳐 동영상 감상을 즐기게 되는데, 이 작업은 고성능의 PC일수록 그 시간을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반 PC 사용자 중에서도 고성능을 요구하는 사용자에게 워크스테이션은 하나의 대안 이 될 수 있다. 일반 PC에 비해 안정성과 확장성이 높은 워크스테이션이 더 좋은 선택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이러한 워크스테이션을 구입하려면 몇 백만원이 넘어가는 가격이 걸림돌이 되기도 했지만, 워크스테이션 중에서도 가격이 저렴한 보급형 워크스테이션은 그리 비싸지 않다. 물론, 보급형 워크스테이션이라고 해도 그 성능은 일반 PC에 비해 월등하다.

일반 PC 중 고성능의 PC와 보급형 워크스테이션을 비교하면 가격과 성능에서 큰 차이점이 없는 제품도 속속 선을 보이고 있다. 똑 같은 가격과 성능을 가지고 있다면, 일반 PC에 비해 몇 번의 테스트를 더 거치고, 안정성과 확장성이 뛰어난 워크스테이션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 수 있다.

< 4. 워크스테이션이 바라보는 엔터테인먼트 시장>
최근 워크스테이션을 제조하는 제조사 중 국내 판매량 1위인 HP에서 흥미로운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 눈에 뜨인다. 자사의 워크스테이션 라인업 중 보급형 라인을 담당하는 'HP Z400' 시리즈로 3D게임과 동영상 감상에 최적화된 제품을 내놓은 것이다.


사실 워크스테이션이 전문가들을 위한 PC라고 말하는 주요 요건 중의 하나가 '전문가용 그래픽 카드'를 탑재하기 때문 이기도 하다. 엔비디아사의 쿼드로 제품과 ATI사의 파이어GL 그래픽 카드로 이는 3D 온라인 게임과 동영상 감상을 위한 제품이 아닌, 전문적인 그래픽 디자이너를 위한 성능이 강화한 제품 이다.


이러한 전문가용 그래픽 카드를 빼고, 일반 3D 게임과 동영상 감상에 적합한 그래픽 카드를 장착해, HP에서는 고성능 일반 PC에 준하는 가격과 성능으로 보급형 워크스테이션의 새로운 길을 제시 해 주고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워크스테이션이 가지는 안정성과 확장성, 일반 PC가 따라오지 못하는 성능에 사용자들이 요구하는 그래픽 카드의 탑재로 일반 고성능 PC와 거의 같은 제품을 선보인 것이다.


이렇듯 워크스테이션도 일반 PC가 담당하는 안방에서 충분히 사용할만한 가치를 던져줄 수 있다. 달리 보면, 잦은 시스템 오류와 답답한 기존의 일반 PC에 비해 더욱 나은 안정성과 성능으로 만족감을 안겨 줄 수도 있다. 혹시 집에 있는 PC가 게임을 할 때, 자꾸 파란색 화면을 보여주며 답답하게 만든다면, 워크스테이션이라는 단어를 한번 떠올려 보도록 하자.


작성 : IT동아 권명관 기자 (tornadosn@gamedong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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