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컴퓨터 원하면 워크스테이션을 주목
그래픽 디자이너나 동영상 편집자, 게이머 등은 고성능 컴퓨터를 선호하는 대표적인 소비자 층이다. 이들은 브랜드 컴퓨터 보다는 조립 PC를 구매하는 비중이 높은 편인데, 이는 일단 브랜드 PC의 가격이 비싼 탓도 있고, 자신이 원하는 성능을 브랜드 PC로서는 제대로 얻을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그래픽 디자이너의 PC라면 대용량의 메모리가 필요하고, 동영상 편집자의 PC는 연산 성능이 높은 CPU가 필요하며, 게이머 PC는 고사양의 그래픽카드가 거의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하지만 메이커 PC의 경우 일반적인 환경에서 널리 쓰일 수 있는 무난한 사양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위에서 언급한 소비자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기가 힘들다. 때문에 부품의 커스터마이즈(customize : 주문 제작)가 가능한 조립 PC로 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다만, 단순히 '성능'만을 따지지 않고 좀 더 넓게 보면 조립 PC가 마냥 정답은 아니다. 일단 A/S 면에서 불리할 수 밖에 없으며, 안정성 테스트도 거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조립 PC와 메이커 PC의 장점을 모두 손에 넣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 궁극의 PC는 바로 워크스테이션?>
이런 고민을 하는 사용자라면 일반 PC 뿐만 아니라 워크스테이션(Workstation)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본래 워크스테이션은 연구소나 전문 기관 등에서 특수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고성능 컴퓨터를 일컫는 것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워크스테이션의 부품 규격이 일반 PC와 크게 다를 바가 없고, 운영체제 역시 윈도우를 사용하는 일이 많아서 그 구별 기준이 모호해진 상태다. 더욱이, 워크스테이션은 전문 메이커에서 판매하긴 하지만, 일반 PC와 달리 주문 시에 내부 부품들을 선택할 수 있으므로 조립 PC만큼이나 사용자의 용도에 최적화된 구성이 가능하다.
워크스테이션에서 선택할 수 있는 부품 중에서는 일반 PC에서 볼 수 없는 것도 다수 있는데, 특히, CPU는 워크스테이션 전용의 모델인 인텔의 '제온(Xeon)'이나 AMD의 '옵테론(Opteron)'달 수 있다. 이들 CPU들은 기본적인 연산 성능이 매우 높아 전문 작업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용도에 두루 고성능을 발휘한다.
또한, '마야(Maya)'나 '3DSMAX'와 같은 컴퓨터그래픽 제작 소프트웨어를 원활히 구동하기 위해 필요한 전문가용 그래픽카드인 엔비디아의 쿼드로(Quadro)나 ATi의 파이어프로(FirePro) 등도 선택할 수 있고, 일반 PC에서 사용하는 7200RPM 회전수의 제품보다 속도가 빠른 10000RPM 회전수의 하드디스크도 선택할 수 있는 등의 이점이 있다.
안정성 면에서도 장점이 있다. 일단 워크스테이션은 기업용으로 쓰는 것을 전제로 판매되기 때문에 강도가 높고, 내부의 열 배출을 원활히 할 수 있는 구조의 새시(본체 케이스)를 갖추었다. 이와 함께, 일반 PC에서는 쓰지 않는 ECC(error check and correct : 오류 검출 수정)메모리도 준비되어 있어 한층 안정적인 작업을 할 수 있다.
이렇게 많은 장점을 가진 워크스테이션이지만, 선 듯 구입하기에는 장벽이 있다. 일단, 전문 지식이 없는 일반인 입장이 원하는 성능을 얻기 위해 어떤 구성으로 제품을 주문해야 하는지 종잡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개인 사용자에겐 판매조차 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여전히 개인 사용자에게 워크스테이션이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었다.
< 개인 사용자의 영역에 접근하고 있는 워크스테이션>
하지만, 요즘에는 워크스테이션의 저변을 개인 사용자에게까지 확대하고자 하는 컴퓨터 업체 들의 노력이 눈에 많이 띈다. 최근 아수스(Asus)는 '개인용 슈퍼 컴퓨터'를 지향하는 워크스테이션인 'ESC1000'를 발표한 바 있으며, 레노버(Lenovo)는 듀얼 LCD를 갖춘 워크스테이션 급 노트북인 'W700ds'를 내 놓았다.
특히, HP는 자사의 보급형 워크스테이션 제품인 'Z400'에 지포스 GTX260, 혹은 지포스 GTS250 그래픽카드와 부두(voodoo) 마우스 & 키보드 세트를 갖춰 게임용으로 최적화 시킨 특판 모델을 내놓았다. 특판 모델에 한해 브랜드나 기종에 상관 없이 기존의 PC의 값을 20만원까지 인정해주는 보상판매 프로모션도 함께 진행하는 등, 활보가 제법 적극적이다.
PC 시장이 확대기를 지나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사용자들의 요구는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이런 추세를 볼 때, 과거에는 전문가나 기업만의 전유물인 줄 알았던 워크스테이션이 개인 사용자들의 영역으로 진출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럽다. 특히, 조립 PC의 장점인 고성능과 커스터마이즈, 그리고 메이커 PC의 장점인 A/S 및 안정성까지 손에 넣기를 원하는 까다로운 입맛의 소비자라면 워크스테이션으로 눈을 돌려보는 것도 생각해 볼 만 하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gamedong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