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입체, 게임 속에서는 성장일까 퇴보일까
E3 2010에서 단연 돋보였던 제품은 닌텐도의 3D 입체 게임기 '3DS'였다. 안경 없이도 문제 없이 입체감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이 게임기는 한 동안 영화와 LED TV에서 주목 하고 있던 3D 입체를 게임 속에, 그것도 추가적인 도구 없이 표현해 언론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한 동안 영화관에서는 2D를 넘어서 3D, 4D를 트렌드로 잡고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예전에는 영화 전체에 약 10분 분량 정도만 3D로 보여줬지만 지금은 풀 3D 입체 영화는 기본이며, 향기나 흔들림 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4D도 각광 받고 있다. 단순히 시각적으로 즐기는 것 이상을 바라는 사람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물론 이 같은 바람은 게임 쪽도 마찬가지다. 사실, 영화보다 게임 쪽이 더 먼저 3D 입체 환경에 맞춰 시도를 했다. 게임 업계가 3D 입체에 눈을 돌린 건 2000년도 초반. 3D 환경에 기반을 둔 게임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을 때부터라고 보면 된다. 이때 당시만 해도 FPS 게임을 3D 입체로 표현하기 위한 여러 시도가 나왔고 실제로 상용화가 이루어진 제품도 있었다.
하지만 이 기능들은 대 부분의 게임들에서 적용되지 못했다. 억지로 3D 입체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생각지 못한 오류도 많이 생겼으며, 멀미 현상이나 두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드웨어의 지원만으로는 게임 자체를 3D 입체로 만드는 건 무리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3D 입체는 게임 업계에서 사라져갔다.
< 게임 업계, 다시 한 번 3D 입체에 눈을 돌리다>
2008년도 대형 하드웨어 업체들이 3D 입체 TV부터 환경 구축에 대한 관심도를 표명하면서부터 전 세계에는 3D 입체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기 시작했다. 실제로 삼성, LG, 소니 등 전 세계 TV 및 LCD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대형 업체들 간의 3D 입체 TV 전쟁은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며 향후 엔터테인먼트 환경 변화에 대해 기대치로 변하기 충분했다.
자연스럽게 비디오 게임 업계도 이 같은 움직임에 동조했다. 이중 소니는 가장 빨리 자사의 비디오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3로 3D 관련 게임 개발에 착수했으며, 여러 개발사도 3D 입체를 적용할 수 있는 컨버터 기능을 마련, 3D 입체 TV에 발 빠르게 대응했다. 일부 결과물은 생각보다 빨리 나왔으며, 기존 게임들에 추가적인 기능을 지원한 형태도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닌텐도의 '3DS'도 마찬가지다. 아직 정확한 출시 일에 대해서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 휴대용 게임기의 등장으로 3D 입체 환경에 관심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E3 2010 당시에 2시간이 넘게 기다리며 3DS를 체험해본 사용자들은 그저 신기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 4D와 3D 사이의 경계선에 있는 게임 업계, 무엇이 더 중요한가>
하지만 게임 업계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모션 컨트롤러 산업이 그것이다. 닌텐도의 Wii로 시작된 모션 컨트롤러 산업은 2011년 MS의 키넥트, 소니의 무브로 확실하게 성장하는 시장으로 주목 받을 예정이다. 어떻게 보면 다소 늦은감이 있지만 이 시장 역시 한 단계 성장했기 때문에 주목할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그러다 보니 3D 입체가 과연 게임 업계가 지금 당장 선택해서 밀어 붙여야 할 산업인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 현재 3D 입체 TV의 가격은 평균 400만원대. 그나마도 3D 안경을 착용해야지 볼 수 있다. 그나마도 실제 채널에서 3D 환경을 지원하지 않으면 볼 수 없다.
그리고 게임처럼 장시간 즐겨야 하는 콘텐츠에 대한 정확한 분석 사례가 없다. 2시간 정도 되는 3D 입체 영화를 보는 가운데에서도 두통이나 멀미를 토로하는 사람들도 아직 많으며, 3D 입체 TV도 무리한 장시간 시청에 대해서는 권장하지 않고 있다. 3DS 역시 플레이 권장 시간이나 두통, 멀미 등의 현상에 대해서는 아직 답변이 없는 상태다.
그리고 하드웨어의 성능에도 큰 문제다. 고화질의 퀄리티를 자랑하는 게임도 3D 입체 환경으로 구축되면 기대보다 성능이 떨어진다. 두 개의 화상을 만들어 내기 위해 프레임이나 퀄리티를 절반으로 낮춰야 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두 개의 장면을 틀면 되지만 게임은 실제로 작동되는 하드웨어의 성능에 따라 퀄리티가 눈에 띄게 떨어질 수 있다.
물론 게임 산업 내에서 3D 입체와 모션 컨트롤러를 하나로 만든 4D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좋은 길이지만 특정 하나의 산업도 만들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한 발전은 오히려 퇴보로 이어질 수 있다.
한 게임 전문가는 "3D 입체 산업이 중요한 것은 당연하지만 게임 업계가 정말 지금 당장 선택해야 할 시장인지는 의문이 든다. 산업 전반적인 것도 필요하지만 무엇이 게임 업계에 가장 잘 어울리고 소비자들에게 맞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