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신작 RPG나 스포츠 '어디 없소'

"MMORPG나 스포츠 게임 어디 없나요. 요즘 정말 신작 찾기 어렵네요"

국내의 유명 게임기업에 속한 게임 퍼블리싱(배급) 담당자들과 얘기를 하다 보면 공통적으로 나오는 얘기가 있다. 신작 게임을 찾되 MMORPG나 스포츠 게임을 주로 찾는다는 내용이다. 그만큼 현재 국내 게임시장에서는 PC, 콘솔 등 플랫폼을 불문하고 RPG나 스포츠 장르가 선전하고 있다. 신작 게임의 성공 확률이 갈수록 낮아지고, 최근 대형 게임기업들이 중소기업을 흡수해 시장에 신작 게임들이 줄어들면서 이 두 장르에 대한 러브콜 또한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 RPG의 건재, 거대한 존재감>

게임이 태동하던 시절부터 현재까지 RPG는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장르 중 하나였다. 일본의 '파이널 판타지' '드래곤 퀘스트' 등 RPG는 콘솔 게임 최고의 장르로 일찌감치 자리매김하고 있었고, 온라인 게임으로 넘어와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국산 MMORPG의 간판으로 불리우는 엔씨소프트는 '리니지''리니지2''아이온' 3개의 메인 타이틀과 해외 '길드워' 등의 MMORPG를 기반으로 올해 2분기 매출이 1329억 원에 이르렀다. 특히 출시한 지 10년이 지난 '리니지'의 부분 유료화 매출이 극대화되면서 영업이익이 688억 원으로 늘어났다. 이는 영업이익률을 따지면 51.82%에 이르며, 국내 상장기업을 통틀어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수치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아이온 대형 업데이트, 블레이드 앤 소울, 길드워2 등 굵직한 MMORPG를 필두로 더욱 기세를 올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와같은 엔씨소프트의 행보에 메릴린치, 메리츠 종금증권, 노무라금융투자 등 증권가에서는 지난 16일 일제히 목표주가를 일제히 상향 조종하기도 했다.


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도 매년 대형 업데이트로 게이머들을 끌어모아 거대한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으며,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등의 MMORPG 군단도 게임사들의 RPG 선호 현상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

다른 플랫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국내 모바일 게임업계에서는 RPG가 독보적인 인기를 누리며 매주 2~3개의 신작이 쏟아질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시장이 많이 축소되었지만 최근 EA모바일의 '크로노스 소드' 등은 출시된지 며칠 안되어 10만 다운로드를 넘어섰으며, 다운로드 기준 인기 순위에서 탑 20위 중 절반 이상은 RPG가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 스포츠 장르, 세계적인 인기 한몸에>

RPG가 모험, 전투, 커뮤니티 등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다른 사람의 관계를 키워나가는 방식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면 스포츠 장르는 현실의 스포츠 인기를 기반으로 두둑한 인기를 형성하고 있다.

제이씨엔터테인먼트의 농구 게임 '프리스타일'은 오랜 기간 농구 게임 장르를 독점하고 있는 인기 작품이다. 일반적으로 게임 포털에 사람들이 유입되어 인기를 얻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프리스타일'의 경우 게임성이 높아 거꾸로 사람들을 포털에 가입하도록 만드는 이색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네오위즈게임즈의 '피파온라인2'는 지난 월드컵 최대 수혜 게임으로 꼽히며 네오위즈 게임즈의 최대 실적에 원동력이 됐다. 최근 엔트리브에서 서비스 중인 '프로야구 매니저'는 웹게임 처럼 자동 진행되는 특징을 보이며 직장인들에게 호평받아 꾸준히 매출이 상승되는 효과를 보이고 있다. CJ인터넷의 '마구마구' 또한 국내 최대의 야구 게임임을 증명하듯 승승장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모바일 게임 분야도 상황은 비슷하다. 게임빌의 '프로야구' 시리즈가 매년 200만 다운로드 이상의 화끈한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컴투스, 지오인터렉티브, 코나미 등 대형 업체들이 맞불을 놓고 있다. '만들긴 어렵지만 돈이 된다'는 모토 아래 이미 1년 안에 야구 게임만 9~10개가 등장하고 있으며, 최근 축구, 당구 분야에도 '슈퍼사커''허슬당구' 등 탑 1위의 게임들이 시장을 독식하면서 스포츠 장르의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 업계의 전문가들도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잘되는 스포츠 게임 한 두개나 중심을 잡아줄 MMORPG가 없다면 장기적인 게임 사업을 진행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이다. 실제로 국내 게임업계의 웬만한 포털들은 두 가지 인기 장르 중에 한 가지는 꼭 가지고 있는 상황이며, 두 장르가 없을 경우 해외 매출을 극대화 시키는 등 별도의 수익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처럼 웬만한 장르가 이미 선점되어 있는 상황에는, 그래도 MMORPG나 스포츠 장르로 게임을 만드는 것이 가장 안정적이다. 다만 MMORPG는 자금이 크게 들어 리스크가 크고, 스포츠 게임은 룰이 정해져 있는 반면 특유의 재미를 느끼게 제작하는 것이 어렵다."고 둘 모두 쉽지 않은 일임을 시사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불고 있는 웹게임이나 스마트폰도 결국은 먼저 선점하는 온라인 게임 분야를 제외하면 RPG나 스포츠 장르가 장기적으로 인기를 얻는 장르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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