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멋있는 게임사 이름들, 그 속뜻은 무엇일까?
모든 사물에는 이름이 있으며, 그 이름들에는 대부분 나름의 유례와 속뜻을 지니고 있다. 한자어로 이루어진 한국인의 이름을 풀이하면 대부분 아이의 미래를 축복하고, 바른 성장을 바라는 기대감을 찾아볼 수 있으며, 유럽인들의 성을 조사해보면 그들의 조상이 중세시대에 갖고 있던 직업이 그대로 굳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개개인의 이름이 아닌 기업, 업체의 이름에도 다 그 속뜻이 숨어있기 마련이다. 치킨을 튀기지 않고 구웠다는 뜻을 이름을 통해 내비치기도 하며, 대중에게 자신들이 지니고 있는 다양함을 각인시키기 위해 특정 숫자를 부각시키기도 한다. 또한, 아무런 의미 없이 업체의 영어 이름 약자 또는 밑도 끝도 없이 긍정적인 단어를 내세우는 경우도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온갖 거창한 단어를 내세운 게임들을 출시하는 게임사들. 정작 이런 게임사들의 이름은 어떤 뜻을 지니고 있을까? 시각적, 청각적 기술은 물론 다양한 아이디어의 집합체인 게임을 만드는 업체들이니 그 이름 역시 복잡하고 다양한 의미를 지녔을 것이라는 묘한 기대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름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라는 점은 묘한 재미를 준다. 물론 사업의 번창을 바라는 의미를 내포하는 사례도 찾을 수 있지만 그와 반대로 어찌 보면 하나의 사업체라고 보기엔 너무나 무책임한 작명 센스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의 번창을 바라는 사명(社名)의 대표적인 경우로는 바로 반다이를 꼽을 수 있다. 최근에는 남코와의 합병을 통해 '반다이남코게임스'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지만 회사의 이름에 '반다이'라는 이름 세 글자가 뚜렷이 명시되어 있는 만큼 이전 이름과의 관계를 따져보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반다이라는 이름은 만대(萬代)의 일본어 발음에서 유례한 이름이다. 말 그대로 만대에 이르도록 회사가 번창하고 성업할 수 있기를 바라는 기원을 담아 지은 이름으로, 1950년 최초 창립 당시에는 '반다이야'(萬代屋)라는 이름을 사용했었다.
그런 바람이 성과를 이루었는지 반다이는 일본 최대의 완구 제작업체로 이름을 알리게 됐으며, 근래에는 대규모 제작사인 남코(NAMCO)까지 인수하며 그 세를 더욱 더 불리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반다이와 함께 나란히 '반다이남코'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된 남코라는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남코의 전신은 1955년에 설립된 '유한회사 나카무라제작소'로 1959년에 주식회사로 전환된 후 1977년부터 '남코'라는 이름을 사용하기에 이르렀다.
남코는 'National Asset Management Corporation Limited'의 약자로 이를 해석하면 '국제 자산관리 유한회사'정도의 뜻을 지니고 있는 회사다. 얼핏 게임과는 거리가 있어보이는 이름이지만 남코가 지금처럼 게임 업계에 뛰어들기 전에 그들이 했던 업무가 자산관리였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다지 이상할 것도 없는 이름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업의 번창을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는 '반다이'라는 이름과 달리 다소 무책임한 작명 센스의 주인공은 과연 어디일까? 그 주인공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게임 기업으로 꼽히는 '닌텐도'이다.
닌텐도의 전신은 1889년에 개점한 개인 상점 '닌텐도 곳파이'(任天堂骨牌)로 당시에는 화투 등의 카드 게임을 만들어 파는 작은 규모의 상점이었다. 이후 1950년도에 장난감 회사로 업종을 변경하며 지금의 이름로 이름을 변경한 것이다.

닌텐도의 한자이름인 '任天堂'(임천당)은 '운을 하늘에 맡긴다'라는 다소 무책임한 뜻을 지니고 있지만 화투, 장난감을 거쳐 비디오게임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아울러 가장 인기있는 여가 생활용품을 제작한 이들의 이력을 보면 '그들의 운이 하늘에 닿았는가?'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이렇게 명확한 속뜻을 가진 게임사도 있지만, 대부분 게임사의 이름들은 간단한 약자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보편적이다. 그 중에서 그나마 의미를 지니고 있는 회사라면 세가(SEGA)와 소니(SONY)를 꼽을 수 있겠다.
세가라는 이름은 'Service Game'(서비스 게임)에서 각각 앞머리 두 글자를 가져와 만든 이름이다. 세가라는 업체가 세가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Standard Game' 시절부터 꾸준히 아케이드에 게임을 공급해 온 업체인 것을 감안하면 자사의 특성을 가장 명확하게 표현하고 있는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유명한 소니의 경우는 세계 진출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지어진 이름이다. 소니의 전신은 '도쿄통신공업'(東京通信工業)이었으나 해외에서는 기억하기 어렵다는 문제를 내포하고 있어, 어느 나라에서도 쉽게 표기할 수 있고 읽을 수 있는 상표를 찾기에 이르렀다.
이런 이유로 만들어진 이름이 현재의 이름인 소니(SONY)로 소니라는 이름은 'Sonic'의 어원 'Sonus'와 '젋은 사람'이라는 뜻을 지닌 영단어 'Sonny'의 합성어로 '창조를 위한 열정을 지닌 젊은이들의 모임'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소니가 게임 산업에 뛰어들기 이전에는 오디오 및 가전제품 전문 기업의 이미지가 강했던 것을 감안한다면 적절한 작명이라 할 수 있겠다.

재미있는 건 소니의 이름에는 그럴싸한 루머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소니의 이름이 'Sound of New York'이라 주장하는 이 루머는 소니의 창립자가 뉴욕의 도심 한복판에서 시끌벅적하면서도 외로운 느낀 후 그 느낌을 살려 만든 이름이 소니라는 것이다.
물론 루머 정도로 치부하고 넘어갈 수 있는 이야기지만 또 하나의 유명한 루머인 '말보로'(Marlboro)의 이름에 얽힌 이야기처럼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한다는 점이 흥미를 끈다. 참고로 말보로에 대한 루머에 의하면 말보로는 'Man Always Remember Love Because Of Romance Over'의 약자로 '남자는 흘러간 로맨스 때문에 사랑을 항상 기억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이 루머가 사실이냐는 대중의 질문에 '말보로'의 제조사인 필립모리스는 부인하고 있다.
이 밖에도 캡콤은 '캡슐 컴퓨터'의 약자를 차용한 이름이며, '캡슐 컴퓨터'라는 말의 뜻은 게이머가 생각하는 것에 따라 의미가 변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한때 2D 격투게임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떨쳤던 SNK는 '신일본 기획'의 발음 첫 글자를 따온 이름이며, 코나미(KONAMI)는 회사 창립자 3인인 코즈키 카게마사, 나카마 요시노무, 미야사고 다쓰오의 이름에서 첫 글자 하나씩을 가져와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다.
